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코 May 31. 2022

2022.05 월간 회고

애슬릿의 어지러운 마음

마지막 학기다.

중간에 휴학했던 한 학기를 제외하면, 길었던 2년 반이 이렇게 지나갔다.

대학원에 대한 회고는 시험이 두 개나 남았고, 아직 졸업 전인 지금 보다, 다음 달 회고에 써보려 한다.


팀전


4월에 했던 개인전에 이어, 5월엔 팀전에 출전했다. 6명이 함께 출전했는데, 예선전에서 참가한 185팀 중에 7등을 했다. 운동하면서 이렇게 좋은 성적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이벤트를 거듭할수록 올라가는 순위에 내 두 눈을 의심했다. 정말이지, 같이 나가자고 했을 때, 흔쾌히 함께한 언니, 오빠, 코치님, 친구 모두 너무 감사했다. 예선전 내내, 늦게까지 응원해주고, 장비 빌려주고, 같이 훈련해준 언니들 박스 식구들 다 너무 감사했다. 요새도 잠이 안 오고 심심하면 우리 예선전 경기를 다시 찾아본다. 나는 요새 이게 제일 재밌다.


경기하는 중에, 크로스핏을 한 이후 처음으로 DNF(Do not finish, 운동 중단)도 해보고, 6명 싱크로 동작도 해보고, 긴장도 엄청 했었다. 끝나고 나니 오히려 실감이 안 났다. 이제 6월에 본선 경기가 있다. 순위에 연연할 만큼 너무 잘해서 조금 기대도 된다. 쨋든 다른 것 보다 다들 안 다치고 재밌게 즐기고 왔으면 좋겠다.


우리 7등!!


부상


어깨와 팔꿈치를 다쳤다. 뭐, 예상했던 결과다. 특히 요새 바 머슬업 연습하면서 어깨에 무리가 많이 갔다. 덕분에 연속으로 10개씩 해내는 쾌거를 이루긴 했지만, 결국은 다치고 말았다. 푸시업도 웬일인지 잘되더라니. 병원에서도,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거라고 했다. 코치님도, 스트레칭과 등 쓰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자세 교정을 해주셨다.


처음엔 한의원에 갔었다. 어차피 염증일 거라 확신하기도 했었고, 물리치료를 받을 거라면 그냥 한의원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다녔는데, 점점 상황이 악화됐다. 오히려 병원을 안 다닐 때 보다 아팠다. 반응점을 찾느라 한 시간 내내 침을 맞던 날을 마지막으로 정형외과로 옮겼다. 정형외과에서 근육주사를 맞고 바로 다음 날부터 어깨는 괜찮아졌다.


내가 이런 하소연을 친구에게 하니, 한의원에 가서 항의를 왜 안했냐고 물었다. 나는 그런 말을 잘 못한다. 게다가 어차피 이미 지나간 일이고, 가서 항의한다고 내 팔이 낫는 것도 아니고. 피곤했다. 쨋든 한 달 조심하면서 연습하는 수밖에. 부디 대회 때는 다 낫기를.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대하여,


아는 언니네 별장에 놀러 갔었다. 열심히 놀고, 아무것도 안 했다. 어른이 되고 나서,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한 적이 있었나 싶었다. 주변이 온통 논밭인 시골이라, 편의점도 없고, 뭔가 하려면 다 차를 타고 나가야 했다. 그래서인지 더 안 나갔다. 첫날밤에 밖에 나와서 별을 보는데, 정말 쏟아질 것 같았다. 별자리도 찾고, 목 아프다고 누워서도 보고, 걷고. 몇 시간만 차를 타고 나왔을 뿐인데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일어나 보니, 모두 자고 있었다. 커피나 한 잔 할까? 하고 나간 게, 2시간을 걸었다. 정말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그렇게 차 없이 조용한 길을 하염없이 걸었던 것도 오랜만이었다. 순례자의 길을 다녀온 이래로 다시없었던 것 같았다. 중간에 뱀이 나올 수 있으니 조심하란 팻말도, 간간이 지나가는 자전거도 반가웠다. 무엇보다 조용해서 좋았다. 모든 시간으로부터, 소리로 부터, 일로 부터 단절된 것 같아 자유로웠다. 이 시간 동안 힐링이 많이 됐다.


원래 책을 가져가려 했는데, 그것도 정신없이 짐을 챙기다가 놓고 왔다. 그래서 정말 누워있거나, 산책하거나, 먹거나, 마시거나 중에 하나였다. 근데 이렇게 있다 보니, 불안했다. 좋음과 동시에 불안한 마음. 아무것도 하지 않음은 나에게 그런 것 같다.


일광욕 중


누군가를 만난 다는 건,


최근에 마스크를 공동 구매한 적이 있었다. 같이 운동하는 언니랑 구매한 건데, 결제하고 아래와 같은 대화가 오갔다.


“상아야, 얼만지 알려줘~”

“아 그거 가격 찾는 거 귀찮아서, 얼마 안 하니까 그냥 써”

“고마워”


마땅한 핑계가 없어서, 둘러댔던걸 언니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 이후 조금이라도 귀찮을 만한 일이 있으면, 언니가 나서서 하거나, 상아 귀찮은 거 안 좋아하니까 시키지 마 라며, 나를 챙겼다. 결국엔 언니에게 사실을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둘러댄 거였다고.


이와 반대인 경우도 있었다. 나는 자주 잊는다. 친구가 만날 말해주는 MBTI 도 잊고, 가끔은 약속도 잊는다. 그래서 적는다. 기록하고, 남겨둔다. 내 기억력은 믿을 수 없지만, 메모는 믿을 수 있으니까. 이런 장치도 가끔은 빼먹어 약속을 잊을 때가 있는데, 상대에 따라 너무 피곤하다. 모든 걸 기억할 순 없다. 내가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이 기억하지 못했다면, 이미 어쩔 수 없다. 지나간 일이다. 다시 말해주면 될 걸, 이전에 말했던 기록을 가져와서 닦달하듯 몰아붙이면, 힘들다.


고마운 마음과 지치는 관계로 마음이 어지러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