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 시리즈
2016년,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을 목표로 캐나다 대학교 프로그램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국 상경대 출신의 한국인, 게다가 갑자기 개발자가 되겠다고 하는 직장인을 받아주는 학교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조사 끝에 UBC BCS 프로그램과 SFU CS second degree 프로그램을 찾았지만, 캐나다 사람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기 때문에,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오늘 에피소드에서는 그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할 수 있는 몇 가지 노하우를 다뤄보려 한다.
모든 것이 준비된 지원자라면 바로 지원하면 된다. 하지만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GPA, 경력, 학부, 추천서 등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공을 들여서 나의 강점들을 만들어 줘야 한다.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 중,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부분들도 존재하므로 이는 과감히 잊어버려야 한다. 예를 들어, 학부 GPA와 졸업한 학교의 네임벨류 등은 이미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을 개선할 수 있을까?
캐나다에서 대표적으로 온라인 수업이 잘 되어있는 학교는 Athabasca University와 Thompson Rivers University 가 있다. 내가 지원한 UBC BCS프로그램에서는 통계와 수학능력을 합격여부에 고려하였다. 상경대 출신으로 수학적 능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나는, Athabasca University에서 통계학 수업을 수료했고 학점 A를 받았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살펴보면, 컴퓨터, 수학, 통계 및 대학교 1학년 영어 글쓰기 수업(UBC BCS프로그램도 지원요건에 1학년 영어 글쓰기 수업이 필수기에 여기서 들으면 된다)등 많은 수업들이 제공된다. 수업과 시험 모두 온라인이고 본인의 스케줄에 맞춰서 진도를 나가면 되므로 직장에서 바쁜 시기에는 좀 천천히 듣고, 여유로울 때 바짝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즉, 가고자 하는 나라(나의 경우 캐나다)의 대학에서 제공되는 수업을 들으면,
1. 입학 요구조건을 일부 충당하는 것으로 인정 (반드시 학교 측과 미리 상의하여 확답을 받아둘 것)
2. 영어로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
3. 내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능력을 증명
하기 때문에 1석 3조이다. 예를 들어, 자기소개서에 "저는 이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1년 동안 수업 3개를 들었고, 성적이 모두 A입니다"라고 쓴다면, 면접관의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강력한 추천서가 있다면 대학교 및 대학원의 합격률은 수직 상승한다. 이미 잘 관계를 형성해 둔 교수님이 두세 분 계시다면 금상첨화 겠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다. 교수님 한분과는 1년 동안 TA를 통해 친분을 쌓아서 추천서 1장은 해결이 되었지만, 두 번째 장은 정말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지20 17년 당시의 나는 이렇게 해결했다. 학교 성적표를 쭉 보며, 성적을 아주 잘 받았고 & 수업 규모가 적어서 교수님이 나를 아주 약간이라도 기억할 가능성이 있는 수업이며 & 내가 지원하는 분야와 아주 조금이라도 엮어서 쓸 수 있는 수업을 가르친 교수님 (+ 인상이 따뜻하고 친절하셔서 추천서를 왠지 써주실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분)을 추렸다. 내 마음속의 순위를 정하고, 1위부터 컨택하였다.
우선, 1순위 교수님께 몇 년도에 수업을 들었던 어떤 어떤(인상착의, 앉던 자리 등 아무거나 기억하는데 도움이 되는 tmi) 학생이 라며 이메일을 보냈다. 졸업 후에 현재까지 이런 삶을 살았고, 이러한 이유로 어떤 어떤 학교에 지원을 하려고 한다. 교수님의 조언이 듣고 싶고, 추천서를 부탁드리고 싶어서 연락한다. 혹시 제 계획과 이야기를 들고 연구실에 찾아봬도 될까요?라고 물어보았다.
교수님들은 대부분 오피스 아워가 있기 때문에, 오라고 하신다.
약속한 날, 커피 한잔과 내가 준비한 자료들 (레쥬메, 학교 프로그램, 나의 향후 5년/10년 계획 등)을 준비해서 갔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나의 계획과 고민점들을 상의했고, 교수님께서 흔쾌히 "2장 정도는 써줄 수 있다"라는 답변을 받아냈다.
추천서 동냥(?)을 하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룬 자"는 "그것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자"를 도와주는 것에 관대하다는 사실이었다. 사람 심리라는 게 그런 것 같다. 내가 이미 이룬 것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을 보면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흔쾌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도 링크드인을 통해 종종 커리어 관련 콜드 메시지(모르는 사람에게 메시지로 도움이나 만남을 요청하는 것)가 들어오는데, 생각보다 선뜻 "그래, 30분 정도 시간을 내볼게 만나보자"라고 하게 된다. 아주 모르는 사람에겐 No 하지만, 같은 학교를 나왔거나 내 친구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와 동료/친구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경우에 도와준다. 내일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PM으로 인턴십 했던 경험 관련 질문이 있다는 학생의 멘토링 요청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
이처럼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교수님, 직장상사라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뭔가 나를 기억도 못할 것 같고, 괜히 아쉬운 소리를 했다가 냉정한 거절의 대답을 받을까 두렵더라도, 이메일을 한번 보내보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룬 사람들은, 그들이 성취한 발자국을 따라 걷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관대하고 친절하다. 설령 거절당한다 하더라도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에 일단 시도해보는 것이 이득이다.
아직 학부 졸업장 잉크도 마르기 전이지만, 배움을 좋아하는 나는 설렁설렁 대학원 옵션들을 알아보고 있다. 대학원은 당장에 갈 생각이 없지만, 3년 뒤에는 새로운 배움에 목마름을 느낄 것 같고, 이를 위한 장기 플랜을 대략적으로 고민해보고 있다. 대학원 옵션들을 알아보며 깨닫게 된 사실은 추천서를 부탁할 분이 정말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UBC에서는 취직에 큰 목표를 두고 있었기에, 100명 넘는 대강의 수업 위주로 없는 학생처럼 조용히 지냈고, 교수님 오피스 아워에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었으며, 엄청나게 좋은 성적을 받은 수업도 없다. 아직 대학원을 갈지 말지도 고민이지만, 3년 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내가 앞으로 생각하는 대략적 계획은 다음과 같다.
[2021-2024년 장기 계획]
1. 직장 상사와 멘토에게 강력한 추천서를 받을 수 있도록, 관계에 각별히 신경 쓰기
2. 스탠퍼드 온라인 CS 수업을 3 ~ 5개 수강하고, 좋은 성적 받기. 가능하다면 교수님과 친분 쌓기
3년 뒤의 나는 미국 시애틀에 있기 때문에, 미국 대학원을 위주로 알아보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가고 싶진 않기에 온라인으로 학위 취득이 가능한 학교를 알아보았고, 그중에 한 곳이 스탠퍼드 온라인 MS 학위이다. 이 외에도, 워싱턴 대학(시애틀에 위치), 조지아텍 등 온라인 학위 옵션이 많이 있다.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캐나다 대학의 컴퓨터 사이언스 학부 졸업장과 마이크로소프트라는 대기업의 경력은 내가 느끼기에 뭔가 애매한? 위치인 것 같다. 따라서 나만의 스토리, 심사자의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야기를 3년 동안 찬찬히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3년간 스탠퍼드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CS수업을 5개 정도 듣는다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스탠퍼드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함과 동시에 "이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증명하게 된다. 만약 교수님의 추천서까지 받으면 베스트 아웃풋이 되겠다.
마지막으로는 컴퓨터 사이언스 관련 프로젝트 경험을 쌓는 것이다. 직장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 업무가 연관성이 아예 없다면 개인 프로젝트(Personal Project)를 하면 된다.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의 프로젝트를 인터넷 서치를 통해 찾아보면 되는데, 구글이나 유튜브에 "cs personal project ideas, cs personal projects for beginners" 등을 검색하면 연관 동영상과 블로그가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Youtube에 간단한 프로젝트를 같이 만드는 튜토리얼도 있고, Udemy 같은 웹사이트에서 유료로 수강권을 구매하여 튜토리얼을 따라가며 만들 수도 있다.
본인이 어느 정도 코딩이 익숙하다면, 클럽활동/소모임에 참여하여 같이 개발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여러 명이 함께 프로젝트에 매달려 개발하다 보면 속도가 빠르고 개발 양이 많으므로 때문에 규모가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또한 같이 배우며 성장할 수 있고, 같이 일한 팀원들에게 나중에 추천서를 부탁할 수도 있다.
아쉽지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지름길은 없다. 어떤 목표이든 이루기 위해서 처음에 쭈뻣쭈뻣 처음이라 두렵지만 씨앗을 뿌리고, 열심히 잘 자라도록 지치지 않고 노력하며 가꾸고, 나중에 꽃이 예쁘게 피는 기회를 딱! 잘 포착해야 한다. 자기 계발은 주식투자와 비슷한 것 같다. 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하면 조급하고 안달하게 되고, 이는 나에 손실을 일으키는 선택을 야기하기도 한다. 나에게 장기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우상향 하는 나를 믿고 기회가 왔을 때 딱! 잡을 수 있도록, 평소에 나의 경쟁력을 부단히 가꾸려고 한다.
Main Photo by Leon Wu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