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9
록이를 만났다. 상록이 본명이지만 나는 아무래도 초록이라 부르게 되는, 우리집 오랜 서랍장 앞에서 아주 아기일 때 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는 아이. 우리는 어느새 서른을 넘겼고, 언니는 그때의 록이보다 큰 아들을 키우고 있다. 내가 모르던 엄마 이야기를 해주었다. 언니 어릴 적 함께 지냈던 시간이 있어, 언니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모가 많이 울었다고 했다. 너무 많이. 빚을 갚아야 한다고 하셨다고, 록이는 잘 되면 꼭 갚겠다고 했다. 모르는 이야기가, 뒤늦게 알게 되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 이모 목소리를, 조금만 일찍 들을 걸 그랬다. 엄마들의 우정으로, 서로의 엄마의 젊은 시절을 아는, 서로의 아기 시절을 아는, 그리고 아빠의 부고 소식을 기억하는 친구가 남아 있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는 자꾸 눈물이 났다. 그리고 우리 엄마가 보이고, 또 좋아졌다. 구태여 록이를 보기를, 잘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