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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Jun 17. 2023

#30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서울미술관 2021 하반기 기획전 - 연애의 온도, 두 번째 이야기


서울미술관은 석파문화원에서 운영하는 사립 미술관으로 2012년 8월 서울 부암동에 설립되었다. 공식 명칭은 '서울미술관'이나 흥선대원군의 별장으로 유명한 석파정을 함께 관리하고 있어 흔히들 '석파정 서울미술관'으로 부른다. 인근의 윤동주 문학관, 환기미술관과 더불어 부암동의 대표적인 문화시설로 자리 잡았다.




지난 주말 열렸던 전시는 <연애의 온도 - 두 번째 이야기 :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였다. 2016년 동명의 전시가 있었고 미술관 측에 따르면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공적인 평가를 받아 후속 전시로 기획한 것이라 한다. 2016년 전시는 관람하지 못했지만 2020년 가을 전시였던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를 감명 깊게 본 탓에 기대를 품고 방문했다. 




전시는 시작부터 끝까지 3가지 감각을 자극했다. 첫 번째는 소리였다. 4개의 세부 주제로 구성된 전시는 각 세부 주제에 맞는 선곡표(playlist)가 준비되어 있었고 관람객은 QR코드를 통해 편하게 미술관이 준비한 곡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전시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을 때 잘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는 것은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선곡표 자체가 하나의 전시의 구성요소로 준비되어 있어 미술관으로부터 따뜻한 배려를 받는 것 같았다. 미술관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에 누군가 달려와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두 번째는 색이었다. 나는 화려한 조명이나 스포트라이트가 있는 포토존 따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전시 주제와는 괴리가 있어 보이고, 흥행만 염두에 둔 구성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애의 온도 -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다양하고도 원색적인 색을 활용했음에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색 덕분에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조금은 강렬하게 느껴지던 조명까지도 전시의 한 부분으로 인식된다는 것은 그것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작품들과 연계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화려한 색채가 단순히 눈길을 사로잡는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감상의 색을 피어나게 했다.




마지막은 온도였다. 세부 구성 중 절정의 온도에서 이별의 온도로 넘어가는 부분은 조명이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뀌었다. 거기다 조명의 색뿐만 아니라 전시장의 온도도 서늘해졌다. 이어진 공간에서 가상의 경계를 넘어왔을 뿐인데 온도까지 바뀌어 잠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온도가 바뀜으로써 전시의 주제였던 '이별'은 단순한 콘셉트를 넘어 관람자의 경험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주최 측의 의도인지 혹은 전시장의 구조적인 환경 탓인지 알 수 없었으나 우연이라 할지라도 그 온도의 차이가 관람경험을 더 풍족하게 만들어 주었다. 




좋은 영화는 왜 이제야 이 영화를 봤을까 하며 탄식하는 영화이고, 좋은 책은 비슷한 책을 더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좋은 전시는 나도 훗날 이런 전시를 기획해보고 싶다는 자극을 주는 전시라고 생각한다. 지난 주말 관람했던 <연애의 온도 - 두 번째 이야기>는 정확히 그 표현에 맞아떨어지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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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5일 처음 쓰다.

2023년 6월 17일 고쳐 쓰다.


* 죄송합니다. 어제는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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