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나의 길 찾기를 내비게이션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길을 잃을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교차로 앞에서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길을 ‘찾는 행위’는 더 이상 내 몫이 아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생각을 멈추고, ‘고민’이라는 과정을 기술에게 외주 주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일과에서도, 제품 개발에서도, 우리는 너무 자주 누군가의 “정답”을 빌리고 있다. 경쟁사의 사례, 유튜브 속 해설, GPT가 추천해 주는 프레임워크. 우리는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방향을 설정하고, 목적지를 고민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다. 어떤 결과든 반드시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그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것이 본질적인 역할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발견한 문제의 원인이, 진짜 원인이 아닌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사용자 이탈이 문제인가? 전환율이 낮은 게 문제인가? 매출이 늘지 않는 게 문제인가?
어쩌면 그것은 결과일 뿐, 진짜 문제는 우리가 잘못된 것을 ‘문제’라고 믿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세상은 문제로 가득하다. 누구나 문제를 찾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을 진심으로 해결하고자 결심하는 사람은 적다. 그리고 더 적은 사람만이, 그 문제의 본질에 도달한다.
이 책은 ‘제품 중심 조직’을 다루는 책이다. 이전에 집필했던 ‘프로덕트 개발의 모든 것’에서는 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급적 쉽게 내용을 구성해 보려고 노력했다. 이번 책은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Product Owner든, PM이든, 디자이너든, 개발자든, 혹은 창업을 고민하는 예비 메이커든, 결국 우리는 문제와 마주하고, 해결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프로덕트 조직 철학은 단순히 역할과 구조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문제에 공감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정렬’을 말한다. 그리고 이것을 Align과 Identity를 합쳐 Alintity팀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Alinity팀은 목적을 기준으로 정렬된 정체성을 가진 조직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