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가 목사보다 좋은 이유

간절한 바람

by Pearl K

어린 시절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친구가 있다. 바로 위 아랫집에 살면서 학교도 같이, 교회도 같이 다니고 놀이도 같이 하던 친구다. 신기하게 대학도 같은 도시로 가서 초2 때 처음 만난 이후 지금까지 장장 35년 가까이 우정을 쌓아왔다.


어릴 땐 같이 교회를 다녔지만 자라면서 친구는 교회와 자연스럽게 멀어져 갔다. 대학 졸업 후 몇 년 안 되어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한다고 했는데, 예비 신랑은 의외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남자였다.


친구가 신혼 초일 때 그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친구는 대뜸 내게 요즘도 교회 열심히 다니냐고 물어보았다. 그렇다고 했더니 기독교 신앙 안에서 자라난 자기 부부가 요즘 뉴스를 보며 항상 교회에 대한 부끄러움과 비판하는 마음 사이의 양가감정에 사로잡혀 있다고 했다. 한참 목사들의 다양한 비리가 수면 위로 드러날 때였다.

친구가 대뜸 이런 말을 꺼냈다.


-나는 목사보다는 신부가 나은 것 같아.

-그건 무슨 소리야?


-목사들이 요즘 비리 저지르는 거 보면 그게 다 자기 가족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 사람은 누구나 자기한테 더 소중한 게 생기면 그것만 신경 쓰게 되잖아. 사역보다 자기 가족이 항상 우선이니까 저런 비리를 저지르는 거라고 생각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네.


-바울도 그래서 결혼하지 말라고 한 거 아닌가. 오히려 성당의 신부들은 가족이 없으니 더 신도들한테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해. 기본적으로 성직자는 가족을 갖지 않는 게 맞는 거 같아.

-흠.. 나는 생각이 좀 다른데 오히려 신부는 가족을 가져보지 않았기 때문에 신도들의 삶을 피상적으로만 이해할 것 같아. 오히려 목사처럼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면서 그 안에서 오는 삶의 어려움과 진폭을 이해할 때, 성도들의 삶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네 말처럼 그런 지점은 있겠네.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자기 가족을 선택하면서 본인의 비리를 감추려고 하잖아.

-목사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건 가정의 유무보다 목회자 자신이 스스로의 신앙을 돌보지 않고, 일에 치여 정작 하나님과의 관계를 놓치면서 오히려 하나님을 잃어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암튼 요즘 그런 이야기 많이 해. 뉴스 볼 때마다 화도 나고 저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텐데 했다가. 남이 욕하면 그래도 기분은 안 좋은데...

-내 종교는 내가 깐다? 니들은 건들지 마라 그런 건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런 지점이 바로 한국교회가 점점 쇠약해지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한국교회의 여러 비리와 정치결탁 문제로 인해 실망하고 예수님이 가르치셨던 것과는 너무 다른 변질된 교회의 모습에 많은 가나안 성도들이 발생하였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종교 특히 기독교가 방역의 구멍으로 여겨지면서 슬프게도 가나안 성도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어떤 조사에서는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바닥 수준이라는 결과까지도 나온다. 결국 성도들이 목회자에게 바라는 건 신뢰할 만한 사람인가 하는 것과 진심으로 성도들을 대하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성도들이 목회자의 친가족은 아니지만 항상 주 안에서 한 형제자매라고 말하고 있으면서 사안이 발생했을 때 성도들의 입장을 헤아릴 최소한의 노력조차도 하지 않는 모습은 실망을 넘어 사람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게 한다.


최근 들어 진짜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가 있다.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범주의 가족이 아니라면, 교회에 발을 붙이기가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어떤 이유로든 자녀가 없거나, 편부 편모가정이거나 부모 없이 아이들만 교회에 다니는 이들에 대한 은근한 다름의 시선들이 느껴진다.

이런 영역에 대해 잘 몰랐었지만 조금이나마 경험하고 나니, 그나마 위로를 얻고 싶어 찾아간 교회에서조차 배제당하고 차별받는 기분을 느낀다는 게 참 어렵고 힘든 일이겠구나 싶다. 혹시 나도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기도 한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부모의 가정에서 자라난 이들이 오히려 교회를 적극적으로 배척하는 상황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무겁다. 우리도 모르게 '정상가정', '정상인'의 범위를 정해두고 그 틀에 사람들을 끼워 맞추고 있는 건 아닐까.

성도들이 삶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도록 돕고자 하는 교회라면, 정해진 틀이 아니라 성도 개개인의 상황과 배경에 대한 세심한 접근과 돌봄이 필요할 것 같다. 주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가진 자가 아닌 약한 자와 병든 자를 돌보고 섬기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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