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생활은 하루하루 그저 평범하고 특별할 것이 없는 나날들이다. 소소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상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었던 시기를 보냈기에 이제는 안다. 이런 날들이 가장 좋은 날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 강아지를 챙기고 출근준비를 하고 학교에 도착한다. 불을 켜고 대출반납일력표를 바꾸고, 검색용 PC와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면 업무를 시작할 준비가 된 거다. 아침은 간단하게 사과, 구운란, 오트밀크, 견과류 1 봉지로 먹는다.
자리에 앉아 본격적으로 그날 꼭 해야 하는 급한 공문을 처리하고 긴급한 업무들을 해내고, 틈틈이 수업을 준비하고, 다음에 진행할 행사기획 및 사전준비 등을 하나씩 실행한다. 그렇게 금세 오전이 지나간다. 학생들보다 40분쯤 빠르게 미리 점심을 먹고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5~10분 정도 걷는다.
찌뿌둥한 몸을 풀어주기도 하고 학교 주위를 두 바퀴 정도 돌며 광합성을 한다. 사실 이런 짧은 산책은 업무상 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대부분은 밥을 먹자마자 급하게 다시 돌아와야 한다. 아이들의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전 치카치카도 하고, 메이크업도 수정한 다음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찾아오는 아이들을 맞는다.
북적이던 도서관이 조용해지고 나면 그제야 한숨을 돌린 후, 여기저기 아이들이 늘어놓고 간 책들을 대략 정리해 둔다. 이제 오후 업무에 다시 집중한다. 오후에는 아이들과 수업도 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출장도 가고, 집중해서 수업 준비를 하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수업할 책들을 틈틈이 읽어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잘 나지 않아 퇴근 후나 주말에 집에서 읽고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간중간 찾아오는 아이들과 선생님 등 이용자의 요구를 들어주고, 업무를 하다 보면 오후 시간도 금세 지나간다.
수업이 끝나고는 정기적인 연수나 회의도 있고 도서관에서 봉사를 하는 도서부 아이들과 책정리와 독서모임을 함께 하기도 한다. 일하는 사이사이 아이들의 개별면담 요청을 소화하고 나면 어느새 퇴근시간이 코 앞이다.
조용해진 도서관에서 내일 해야 할 업무들을 떠올리며 잊지 않도록 메모해 두고, 일에 집중하는 동안 어질러진 책상 위도 정돈해 본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곳은 없는지 다시 한번 둘러본다. 각종 기계를 OFF 상태로 바꾸고, 창문 개폐상태도 확인하고, 불까지 전부 끄고 나면 이제 집으로 향할 시간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반겨주는 강아지를 꼭 한 번 안아주고 산책 준비를 시작한다. 봉봉이는 목줄을 매고 나면 빨리 나가자고 늘 보챈다. 강아지와 동네 산책을 1시간 정도하고 깨끗이 발을 닦인 후, 사료를 챙겨주면 다음은 내 차례다.
야채와 단백질이 포함된 식사를 간단히 하고, 좀 더 늦게 퇴근할 남편을 위해 식사를 준비해 둔다. 사용한 그릇들을 설거지하고 쿨쿨 자고 있는 강아지 사진을 몇 장 찍는다. 청소기를 돌리고 세탁기를 돌려놓은 뒤,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영상을 보다 보면 남편이 도착한다.
아까 차려놓은 저녁을 챙겨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각자의 방법으로 쉼의 시간을 가진다. 그러면 금세 내일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 찾아온다. 하루종일 꽉 찬 강아지 배변판을 씻어놓고, 나도 씻고 나서 건조까지 다 끝난 세탁물을 차곡차곡 개어 옷장에 넣는다.
마지막으로 강아지를 쓰담쓰담해준 뒤 침대로 향한다. 침대에 걸터앉아 자기 전에 365 묵상집과 365 감사, 성경말씀을 각각 매일 한 장씩 읽고 짧게 기도한다. 물론 기도하다 보면 길어질 때도 가끔 있다. 드디어 잘 시간, 남편과 굳나잇 인사를 나누고 잠자리에 든다.
눈을 뜨면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큰 변화 없이 지나가겠지만 지금의 이 루틴이 꽤 편안하고 좋다. 이렇게 하루하루 나답게 살다가 가끔 주말에는 이벤트처럼 공연도 보러 가고, 강아지와 애견운동장도 가고, 맛집을 찾아 드라이브를 떠나기도 하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 무엇보다 감사하다. 그래. 지금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