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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스텔블링크 Apr 11. 2021

친화도 간격과 콜롬버스의 달걀

오늘처럼 기온이 떨어지는 날은 이불을 박차고 나가 새벽공기 가르며 조깅을 하는 것을 맘 속에만 간직하고 싶습니다. 캡슐커피머신에서 뜨겁게 추출한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과 토스트기에서 노릇하게 구운 식빵 한 조각을 들고 말입니다.  눈이 소복히 내려 창문 밖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면 더 할 나위가 없겠지요.  코로나19가 시작된 일년 전부터 매우 빠른 속도로 그런 마음속의 바램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외근이 아니면, 일터에서 늘 보던 동료들도 하나 둘 씩 단체 채팅방이나, 원격 영상회의를 통해서 소식을 주고 받고 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비대면 원격 재택근무가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방식은 아닙니다.  비대면 원격 근무 방식은 그리니치 평균시 GMT (Greenwich Mean Time)가 서로 다른 지역의 임직원들 간의 협업이나 사무실 임대료 증가 등의 현실적 이유로 인해 곳곳에서 실험이 진행되어 오던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런 근무방식은 대부분의 임직원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적용할 수도 있는 일종의 비상조치 수단으로만 여겨왔습니다.  그만큼, 대면 근무보다 업무효율이나 생산성 측면에서 손해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일년동안은 비대면 원격 근무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생산성 측면에서 손해일 거라는 기우도 깨부수고, 대면근무 수준의 생산성이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대면에서 사용하던 소통방식과 툴들을 더 이상 비대면 환경에서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대면근무에서 허락되던 360도 상하좌우의 공간에서 제공되는 동료들의 얼굴짓, 손짓, 화이트보드, 손글씨로 끄적인 메모장과 즉석에서 대충 그린 서비스 모델도 모두 13인치~16인치의 2차원 노트북 화면 속으로 구겨 넣습니다. 


구글에서 자랑하는 임직원간 협업을 극대화하도록 디자인된 사무공간도, 커피메이커 주변에 모인 동료들과 즉석에서 번개처럼 스쳐가는 아이디어를 교환하던 팬트리도 당분간은 값비싼 공간 가치를 발휘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ZOOM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시스코 웹엑스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모든 것을 이전과 같은 경험을 갖도록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애초부터 이런 상황을 위해서 태어난 솔루션들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어떤직원을 원격지에서 근무시킬지, 얼마나 오래동안 재택근무를 허용할 지,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어떤 식으로 직원간에 소통할지, ...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고 헤매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기술이 준비가 덜 되었다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문화가 이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왜 수용할 준비가 빨리 될 수 없을까요?  우리의 기업문화는 한 두 달의 노력으로 만들어 질 수도, 바꿀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제품 개발은 몇 달안에 끝낼 수 있습니다.

기업문화가 만들어 지는 데에는 수 년, 수 십년이 걸립니다.

기업문화를 만드는 문제에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원격 근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CEO, FACEBOOK


월스트릿저널 (1/228/2021일자) 에서 매우 흥미로운 동영상 기사를 실었습니다.  애플, 페이스북, 알파벳(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들이 기술직 종사들의 허브를 만들어 왔는데, (많은 기업리더들과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인접성 Proximity 가 모험기업의 성공을 이루어 낸 근본 이유라고 합니다. UC 버클리대학교 교수이자 경제학자인 엔리코 모레띠는 직원간에 서로 물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것이 경쟁우위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실리콘밸리 사무공간은 사무공간비용과 인건비가 타 지역에 비해 높습니다만, 생산성과 창의성의 측면에서 경쟁 잇점을 제공해 왔습니다.  엔리코 모레띠 교수는 93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성과를 추적했고, 그들이 실리콘밸리로 이주했을 때 즉각적이고 급격하게 생산성이 개선되었다고 보고 했습니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더 빨리 생산해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팬데믹이 발생하자 기술직 종사자들이 서서히 샌프란시스코를 떠나기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 이주자의 일부는 자신의 고향이나 가족과 좀 더 가까운 지역으로 옮겨가기도 하고, 다른 이주자들은 주거비용을 절감할 곳을 찾습니다.   팬데믹으로 많은 지역에서 주택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샌프란시스코 인근 거주자들이 비용이 저렴한 타 지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오레곤 포틀랜드, 텍사스 오스틴 등) 으로 대규모 이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물리적 지역적으로 함께 어울리고,

정서적으로도 함께 공감하는 것이

혁신을 만든 원동력이자 선결요건입니다

" 

 - 라슬로 복 Laszlo Bock,  전 구글HR 임원, 현재 HUMU 공동창업자이자 CEO


HUMU CEO 라슬로 복은 "친화도 간격 Affinity Distance" 를 줄이는 것이 혁신과 생산성의 중심 요인이자 선결 요건이라고 합니다. 


용어정리 - Affinity Distance 친화도 간격 : 개인적 친분관계가 없는 가상의 팀구성원들 간에 존재하는 정서적 분리 현상 

출처: www.igi-global.com/dictionary/affinity-distance/39923 


연대의식의 간격 문제는 동료들과 물리적, 정서적으로 밀착되고 연결되어 심리적 안전감을 주는 것에 관한 것입니다.  이러한 간격이 충분히 좁혀질 수 있어야 "나에게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  한 번 시도해 볼게"라고 만드는 동기를 제공합니다.  자신의 가족, 아이들, 개인사들을 동료들과 함께 나누면서 동료들 사이에 연대의식의 간격을 충분히 좁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원격근무가 초래한 도전과제는 이러한 연대의식 간격을 좁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혹시 우리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만들어 내고, 실행하게 하는 원동력을 기술과 엔지니어링의 관점에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결국 사람과 사람간의 문제라는 것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지금 콜롬버스 달걀의 우매함을 저지르고 있지는 않는지 다시 생각해 볼 싯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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