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맡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맡은 사람은 없다는 그것.
“누나 변태야? 아 쫌! 그것 좀 하지 마!”
남동생이 나를 향해 말했다. 누나가 과연 돌아버린 건 아닌가 의심의 눈과 더럽게 왜 저런 짓을 하냐는 경멸의 눈빛이 나를 향했다. 나는 봄이의 발 냄새를 맡고 있었다. 쓰읍과 킁킁 소리를 내며. 나를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은 봄이도 마찬가지였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서 곤히 자고 있는 강아지의 발 냄새를 맡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떤 향수보다 강아지 발 냄새가 나에게는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제인 셈이다.
강아지의 발 냄새가 기분을 좋아지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복길이를 키울 때였다. 당시 나는 둘째 동생과 함께 살았다. 어느 날 갑자기 강아지도 발 냄새가 날까 궁금해서 복길이의 발 냄새를 맡았다. 꼬릿 꼬릿 한 냄새가 느껴졌다. 복길이는 발가락 사이의 습진이 심해서 병원을 다녔다. 나는 그 꼬릿 꼬릿 한 냄새가 복길이가 발을 많이 핥아서 나는 냄새라고 짐작했다. 이상하게도 그 꼬릿 꼬릿 한 냄새는 중독성이 강했다. 나는 동생 몰래 복길이 발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어느 날, 참지 못하고 동생이 옆에 있는데도 복길이의 발바닥에 코를 처박고 쓰읍 쓰읍 냄새를 맡았다. 나를 더럽게 쳐다볼 거라 생각했던 동생은 얼굴에 웃음을 띠고 말했다.
“언니! 강아지 발 냄새 너무 좋지 않아?”
동생도 나 몰래 복길이의 발 냄새를 맡아왔던 것이다.
“그러니까! 큼큼한 메주 냄새 같기도 하고, 꼬릿 꼬릿 한 게 계속 맡고 싶어!”
강아지 발 냄새가 정확히 무슨 냄새라고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 꼬릿 꼬릿 한 냄새가 나는데 기분이 좋아지는 냄새다. 꼬릿 꼬릿 한 냄새와 고소한 냄새와 달달한 냄새가 함께 뒤섞인 냄새랄까. 흙 길을 산책한 날과, 풀 밭을 산책한 날에 나는 냄새가 다르다. 흙 길을 산책한 날에는 맑은 흙냄새가 나고, 풀 밭을 산책한 날에는 비가 흠뻑 내린 후의 젖은 풀냄새가 난다. 어떤 것이 더 좋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강아지의 발에서 나는 냄새는 다 좋다.
내 강아지들은 내가 그들의 발바닥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물론 내가 발 털을 자르려고 하거나 발톱을 자르려고 들면 봄이는 경고 없이 나를 물고, 꽃님이는 그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떠서 ‘너 지금 그거 하려고? 내가 작정하고 덤비면 너쯤은 그냥 아작 낼 수 있는 거 알지?’라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본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발을 만지는 것도 발 냄새를 맡으려는 것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한 손으로 아이들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 아이들의 발을 조심스레 펴서 냄새를 맡는 것이다. 그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정말이지 강아지 발 냄새는 중독성이 강하다.'강아지 발 냄새를 한 번도 맡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맡은 사람은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목욕을 시켜도 하루만 지나면 강아지들 발에서는 특유의 고소하고 큼큼한 냄새가 난다. 실은 목욕을 시키고 털을 말린 다음에 발 냄새를 맡아보면 향긋한 샴푸 냄새 너머로 그 냄새를 맡을 수가 있다. 목욕을 했다는 사실에 열받아하는 강아지를 진정시켜 발 냄새를 맡으려고 하면 꽃님이는 당당히 간식 창고 앞으로 가서 드러눕는다. 나는 꽃님이 곁에 누워 그의 발 냄새를 킁킁 거리며 맡고 있으면 지난 한 주간의 스트레스가 이내 사라지고 어쩐지 다음 주도 괜찮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강아지의 발 냄새를 좋아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동안 나와 함께 걸어온 그 길의 냄새가 지문처럼 강아지의 발바닥에 새겨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나와 함께 한 시간만큼, 나와 함께 걸어왔던 그 길이 모두 그들의 발바닥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길은 때로는 싱그러웠고, 때로는 눈이 부시게 맑았고, 어떤 날엔 흐렸던 것처럼 그 모든 날들이 냄새로 그들의 발바닥에 남겨졌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