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
젊은 날 남 못지않게 건장했던 아빠, 목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했다.
수술 후 회복을 위해 티브이 앞에 누워있는 아빠
뭐하냐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같았다.
나 그냥 자연인이다 보고 있지 뭐
정말 신기했다.
본 내용이 나와도 또 보고 또 보고 무한반복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는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해졌다. 심리를 알면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아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해보니 나는 자연인이다 애청자가 우리 아빠만은 아니었다.
모든 아빠들의 로망이었다.
김창욱 강연자 님의 해석도 보니
사회에 너무 찌든 아빠들, 자연인의 애청자가 되었다고 한다.
검색을 통해서 자연인 애청 심리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1. 베이비부머 세대 아빠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이제 가장으로서의 무게를 내려놓고 싶은 것
2. 사회의 구조적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다.
3. 태생적으로 자연을 좋아한다.
4. 사람마다 다 다른 이유로 자연인이 되고 싶어 한다.
아빠도 저런 이유에서 자연인을 보는 것일까?
왜 보냐고 물어봐도 명확한 이유는 들을 수 없었다.
나에게는 해줄 수 없는 복잡하고 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겠지.
아무래도 내가 자연인이다를 열심히 보고 추측해야겠다는 생각 들었다.
그렇게 1화, 2화,.. 어느덧 4화까지 보게되었었고
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존재 자체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
자연 속에서 스스로 일을 하고 생활을 할 때
스스로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주는 대로 받아들이며 작은 것을 감사하는 마음,
누군가가 간섭하지 않고 나 스스로 해나가는 것.
이런 메시지가 들렸다.
하긴 나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잃어버리는 자아를 보며 슬퍼하고있지 않는가.
나는 뭘까 하며 자아성찰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젊은 건강한 아빠는
새벽 4시부터 집을 나섰고 늦은 저녁에 귀가했다.
그럼에도 쉬는 날이면 배낭을 들쳐 매고 산에 올랐다.
돈의 압박에서 벗어나 산을 오를 때면
존재 자체로도 행복감을 얻었던 것 같다.
다만,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집에 돌아올 때에도 빈 손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혼자 좋은 시간을 보낸 것에 대한 미안함일까,
아니면 산에 오르는 목적이 가족들에게 무언가를 가져오기 위함이었을까.
수술 후 지금의 아빠는
산에 오르지는 못해도 새벽같이 밭일하러 길을 나선다.
새벽 5시부터 해 질 때까지
제발 건강을 위해 쉬라 해도 못 들은 체한다.
밭일을 하겠다는 아빠의 고집
무엇을 위함일까
밭일하지 말라고 말리는 나의 고집
무엇을 위함일까
아무래도 내가 자연인을 끝까지 봐야겠다.
그리고 우리 아빠도 자연인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의 짐을 내려드려야겠다.
무엇을 먼저 하면 좋을까.
글쎄 일단 관심을 가지고 아빠를 관찰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