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by 사부작

아내는 꽃일을 하며 걱정이 많이 늘었습니다. 직장인이던 시절에도 걱정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걱정의 횟수는 물론이고 종류와 시간도 그때보다는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본인의 사업이니 그럴 만도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의 입장으로써는 걱정을 달고 사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그것을 해소시켜 줄 수 없음에 안타깝기도 합니다.




아내의 걱정은 꽃시장에 방문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고객이 원하는 꽃이 없으면 어떡하지, 내가 생각해 놨던 꽃이 없으면 어떡하지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꽃시장에 어떤 꽃이 들어올지, 재고량은 어떻게 될지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매번 불안함을 품은 채 장을 봐야 하는 거죠. 특정 꽃의 도매가격이 너무 비싸, 동일 종류의 조금 저렴한 꽃을 구매하기라도 한 날에는, 혹여나 상태가 좋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컨디셔닝을 하고는 합니다.


걱정은 꽃을 만들면서도 이어집니다. 이때의 걱정은 내 꽃을 과연 맘에 들어할지에 대한 사장님으로서의 본질적인 고민으로부터 기인합니다. 줄기 라인이 아래로 떨어지는 형태의 꽃이 상품 구성에 포함되었는데 고객이 시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지, 저번보다 사이즈가 작아졌다고 컴플레인하지는 않을지 막연한 불행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불안함 속에서 부유하고는 합니다. 그러다 고객의 피드백이 좋거나 컴플레인 없이 넘어가면 잠시 안도의 숨을 쉬고는 하는 거죠.


매출 또한 단골 걱정거리입니다. 사실, 사장님이 되기로 결정한 것은 매출의 변동성과 경제적 불안정성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매출 그래프를 실제로 마주한 사장님의 마음이 불안감으로 요동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상황임에도 걱정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인데요, 이번 어버이날 매출이 작년보다 줄어들면 어떡하지, 그러지 않기 위해서 상품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하지, 재고가 너무 많이 남으면 또 어떡하지 등의 걱정들이 줄지어 따라옵니다. 걱정이 생각 위를 구르다 보면 눈덩이처럼 커져, 본인이 하고 있는 일들을 의심하게 되는 단계에까지 이릅니다. 다가온 현실에 대응하다 보면 이러한 걱정들은 자취를 감추기도 하는데요, 그러나 다양한 사유로 다시 생겨나고는 합니다. 걱정은 미래와 불확실성이라는 인간의 추상적 공간에 들어앉아, 늘 인간과 씨름하는 불청객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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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오랜 시간 진화를 거듭한 끝에 다듬어진 생존 본능으로부터 기인합니다. 더 이상 야생동물의 위협이나 식량의 부족과 같은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난 인류에게 걱정은 생존과 무관한 일들로 채워집니다. 그리고 보통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걱정합니다. 사실 그런 걱정이 현실로 일어나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설사 일어난다 해도, 그것은 보통 우리의 인생을 망가뜨리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본능은 늘 걱정의 대상을 찾습니다. 우리의 취약한 곳을 찾아 걱정의 씨앗을 심는 거죠. 이러한 사실을 안다 해도 걱정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수십, 수백 년 간의 시간이 빚어낸 본능이 자동으로 기능한 것을, 아마도 막을 방법은 없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걱정을 흘려보내는 일은 연습을 통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걱정이 생기면 그것을 오래도록 붙들고 상상을 동원해 불행의 시나리오를 상영하는 스스로에, 제동을 걸고 ‘걱정 본능이 작동했구나’ 상기시키는 노력들 말입니다. 비단 꽃이 아니라 하더라도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시작하는 상황이라면, 혹은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은 두려움이나 상처가 있다면 더더욱 걱정을 피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매일의 걱정을 달래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지 않을까 합니다.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 하기보다는, 그것들과 갈등하지 않고 공생하려 노력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야말로 행복에 가까워지는 길이라 믿습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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