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서 꽃집 하면 좋은 점을 다루었으니, 이번 글에서는 꽃집 하면 안 좋은 점을 다뤄볼까 합니다. 저번 주제에서는 쉽사리 대답을 못하고 고민하던 아내가, 이번에는 물어보자마자 많은 내용들을 쏟아내더군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본인의 일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고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아내의 답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니, 제3자의 입장에서 공감할만한 내용을 담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번 글과 마찬가지로 이 글 역시도, 다른 종사자분들과 생각이 다를 수 있는 점 참고부탁드리며,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잦은 밤 근무
꽃 일을 하다 보면 밤에 꽃시장에 가거나 새벽 일찍 꽃 시장에 가는 일이 많습니다. 꽃시장이 밤 11시 30분부터 오픈하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지만, 대부분은 특정 꽃이 꼭 필요하거나 갑작스럽게 주문이 들어온 경우 그리고 어버이날처럼 대량으로 주문이 몰리면, 소위 말하는 오픈런을 해야 합니다. 꽃 시장에 있는 도매 가게마다 들여오는 꽃들의 종류가 다르니 꽃마다 수량이 정해져 있고, 그러다 보니 오전 시간대 꽃시장에 가는 경우 원하는 꽃을 사입하지 못할 확률이 매우 큽니다. 예상치 못했던 주문을 처리하기 위한 경우에도, 예약 주문량에 따라 꽃을 미리 사입해 놓기 때문에 추가로 꽃을 사입해야 하는데, 다음날 예약 스케줄 상 오전에 꽃 시장 방문이 어려운 상황이 많기 때문에 밤늦게나 새벽 일찍 꽃시장에 갈 수밖에 없습니다. 어버이날 같은 대목에는 전국의 거의 모든 꽃집에서 수요가 넘쳐나기 때문에, 오전에 꽃시장에 가는 경우 남아있는 꽃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날은 밤 11시 30분을 시작으로 새벽시간까지 북적이는 사람들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죠.
잘 아시겠지만 직장인도 야근을 할 때가 잇지만 9 to 6라는 기준을 두고 추가로 연장근무가 필요한 경우 야근을 합니다. 꽃집의 경우에는 공식적으로 고객에게 공지하는 영업시간이 오전 11시에서 저녁 6시라 하더라도, 실제적인 노동 시간은 꽃시장에서 장 보는 시간을 포함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훨씬 상회하고, 그 시간은 대부분 야간 근무로 채워집니다.
2. 가끔 찾아오는 일의 과부하
첫 번째 내용과 이어지는 내용인 것 같은데, 꽃일은 강한 체력이 요구됩니다. 일주일에 3-4번 고속터미널이나 양재 꽃시장을 방문하여 장을 봐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밤늦게나 새벽에 출근하는 일도 발생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노동의 강도가 센 편입니다. 물론, 매주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일이 몰릴 때는 정말 과도한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시간이 없어서 밥을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는 상황에서 업무를 마무리해야 되는 경우가 그런 상황인데요, 꽃은 사입하고 나서부터 컨디셔닝을 하고 꽃을 만들어 포장한 후 고객에게 응대하는 것까지 자동화나 효율화할 수 있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일이 조금 몰리면 기하급수적으로 노동량이 늘어납니다. 규모가 큰 업장인 경우 사람을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영세한 업장에서는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합니다. 어느 날에는 장을 보고 꽃 컨디셔닝 밖에 하지 않았는데 그걸로 체력이 다 끝났다고 느끼는 날도 있다고 하네요. 꽃집보다 평균적으로 더 힘든 직업들이 많기야 하겠지만, 짧은 꽃의 유지 기간 때문에 항상 주문을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점이 다른 일과 달리 힘든 점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업무시간과 분배가 불규칙적이고, 가끔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체력적으로 힘든 날이 있는 거죠.
3. No man, Not yes man(feat. 시가와 계절성)
모든 꽃은 사실 시기에 따라 시가로 값이 매겨지고, 그 꽃들을 사입해서 고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의 판매가로 가격을 산정한 후 판매합니다. 따라서, 도매 시장에서 꽃을 비싸게 파는 경우 이전에 판매했던 상품과 동일한 가격 혹은 퀄리티로 꽃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이 발생합니다. 고객이 뚜렷하게 원하는 꽃이나 스타일이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현실적으로 제공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 거죠. 이러한 경우에는 그것은 이러저러해서 불가능하고 구매 가격을 높이거나, 가격은 동일하게 하고 사이즈를 줄이거나 하는 식으로 여러 대안을 제시합니다. 결국, 고객들에게 '불가능하다', '못한다'라는 말을 자주 해야 하는 겁니다. 저번 달에는 10만 원의 판매가로 제공했었던 꽃다발을, 이번 달에는 같은 가격으로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니 고객들에게 그 이유를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거죠. 고객 입장에서는 꽃다발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들을 모르니 이런 부분에 대해서 미리 알고 주문을 할 수도 없기에, 꽃집 사장님들은 자주 고객의 요청을 거절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또 잘 아시는 것처럼 꽃은 계절성이 뚜렷해서, 계절에 따라 제공 가능한 꽃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고객은 본인이 좋아하거나 꽃을 받는 사람이 좋아하는 꽃을 선물하고 싶겠으나, 이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때가 많습니다. 요즘은 비닐하우스로 재배 가능하지 않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물론 가능은 합니다만 도매가가 높아지거나 가격이 비싼 수입꽃을 써야 하기 때문에 판매가가 상당히 비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도 평소에 매우 자주 발생하는 상황인데, 역시나 고객에게 '안 된다', '죄송하다'를 얘기해야만 합니다. 어느 날에는 본인이 하루 종일 하는 말이 'No'인 사람이 돼버린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니, 이런 점도 꽃집하면 안 좋은 점들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4. 비수기와 성수기의 차이
어느 업종마다 비수기와 성수기의 차이가 있겠으나, 꽃집은 그 차이가 매우 큰 업종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어버이날에는 정말 미친 듯이 바쁘다가도 여름이 되면 정말 너무도 한가합니다. 매출 차이만 하더라도 작게는 2배, 많게는 3-4배 차이 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성수기에 확실하게 수요가 많은 것도 감사한 일이기는 하나, 성수기에는 작년보다 매출이 줄어들까 걱정을 하고 비수기에는 성수기로 벌어놓은 돈을 얼마나 까먹을까 걱정해야 되니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성수기에 일이 많이 몰리다 보니, 위에 말씀드렸던 내용처럼 일의 과부하가 오는 때가 있는데 이럴 때면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듭니다. 적당히 매월 균형감 있게 매출이 발생하는 업종이라면,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좀 더 안정적이고 본인의 에너지와 리소스를 적당히 안배할 수 있을 텐데, 꽃집은 사실 그런 '밸런스'를 찾기 힘든 종류의 일인 것 같습니다.
꽃집은 여러 가지 단점들이 존재하는 업종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단점이 없는 일이 있을까요. 무슨 일이든 명과 암이 존재하나, 그럼에도 내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이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직업으로부터 의미를 찾는 것이 유독 우리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일이기는 합니다. 한 기관에서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 3가지가 순서대로 무엇인지 국가별 국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는 매우 상이한 결과가 나왔는데요, 3가지 중 가장 높은 순위가 ‘물질적 풍요’라는 점과 ‘직업’이 그 3가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리해 보면 우리 사회에서는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직업은 단지 물질적 풍요를 누리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에서 돈을 버는 것 외에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그것은 괜찮은 삶일까요. 이런저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일로 인해 내일이 설레는 순간이 존재한다면, 다른 일을 하는 나를 상상할 수 없다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이미 성취한 것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