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에게 주지 못한 꽃

by 사부작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아내는 외할머니와 무척이나 각별했습니다. 그녀에게 받은 많은 사랑과 헌신 덕분에 아내는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죠. 아내의 까다로운 입맛과 요리솜씨도 그녀가 만들어준 음식들 때문이라고 하니, 저 또한 그녀로부터 받은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아내가 사업을 시작한 후 2년 차가 되었을 때 그녀는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났고, 한 번도 그녀를 위한 꽃을 선물하지 못했던 것을 아내는 아직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어버이날에 고객분들의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꽃들은 많이도 만들었는데, 정작 본인의 할머니를 위한 꽃은 없었다는 게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는 게 문득문득 그녀를 아프게 하는 것 같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고 아내의 삶은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조금 멀어졌습니다. 어버이날에 부모님을 찾아뵙거나 날이 좋은 주말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는,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들이 줄어들었죠. 본인이 바라왔던 무언가를 인생에서 실현하는 대가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기도 하지만, 그것이 충만한 삶인지 아내도 저도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미생인 탓에, 삶에서의 무게추를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볼 뿐입니다.


아내는 바쁘게 살다 보니 정작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지는 않았는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넸어야 할 꽃과 사랑을 전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유한하다고 모두들 알고 있지만 무한의 시간 속에 있는 듯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자주 잊어버립니다. 죽음에 대한 망각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하니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만, 그것은 살면서 늘 우리를 후회하게 만듭니다.


일상을 살아내고 생존하여 종을 번식시키는 것이 인간 종에게 태초에 새겨진 책무지만, 우리는 사랑, 우정의 감정들을 고귀하고 바꿀 수 없는 가치로 받아들여왔습니다. 종의 기원이라는 다윈의 생물학적 관점을 떠나 우리는 누군가와 구체적인 말, 행위들을 경험하고 그것들은 우리의 기억과 정서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독특한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잊고 살 때가 있지만, 그 의미는 인생 전반에 걸쳐 순간순간 마다 되살아나고 우리를 공명 시킵니다. 그때마다 나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만이 마지막 순간, 내게 남은 관계의 기억들을 돌아보며 후회하지 않는 방법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글을 쓰는 저 또한 무뚝뚝한 아들이지만, 이 글을 마친 후 조금은 다정스런 말로 전화를 걸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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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계신 할머님께 무한한 존경과 사랑을 담아, 이 글을 마칩니다.

그곳에선 항상 평안하시고 행복하시기를.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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