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물이다. 이를 처음 느낀 곳도 인도이다. 여행자로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라
도 수돗물을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나라가 나는 좋다. 노후에 살고 싶은 도시가 어디냐고 물으면 당연히 물이 풍부하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는 나라라고 대답한다. 물은 무조건 풍부해야 한다. 한때 인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6개월 넘게 살았지만 물이 풍부하지 않은 곳이 많았다.
인도 라자스탄주에 펼쳐진 사막은 몽골처럼 초원이 아니라 이집트처럼 황량한 모래사막이다. 그중 우다이푸르
Udaipur는 사막지대에 속하긴 하지만 제법 큰 호수가 있는 아름다운 호반도시이다. 척박한 사막에서의 야생투어를 마치고 이곳에 도착해 물이 가득한 호수를 보자마자 그 존재에 얼마나 감사함이 차올랐는지 모른다. 사막투어에 대한 환상을 품고 델리에서부터 야간열차를 타고 1박2일 만에 도착한 자이살메르와는 완전히 다른, 사막 속의 오아시스가 우다이푸르였다. 나는 지금도 우다이푸르 호수의 평화로운 햇살과 물소리가 그립다.
사실 인도사막은 상상과 달리 충격적이었다. 도착할 때까지 야간열차가 지연된 건 말할 것도 없고, 막상 도착해보니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뜨거운 사막의 태양을 조명처럼 받으며 태평스럽게 돌을 깨고 집을 지어 짜파티◉-Chapati. 인도의 대표적인 주식으로, 밀가루로 만들어 화덕에 구운 피자도 아니고 밀전병 같은 고소하고 칼로리가 충분한 발효시키지 않은 빵 종류-를 굽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방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뿐이었다.
‘도대체 아름다운 사막은 어디에 있을까?’
사막은 그냥 건조하다. 삶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사막으로 가봐야 한다. 자연환경이 건조하면 얼마나 심하게 건조할 수 있는지 인도사막이 답을 보여준다. 그렇게 사는 것이 얼마나 숨통 막히고 재미가 없는 일인지를 사막에 서서 직시해야 한다.
인도사막을 건너며 온몸으로 깨달은 것은 물의 소중함이다. 물은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른다. 나도 사막에 가서
야 절절하게 깨달았다. 사막투어란 말 그대로 모래밭 위에서 야영을 하며 사막을 건너는 체험여행이다. 밤에 잘 때는 몽골 고비사막에서처럼 하늘을 가리는 텐트라도 치는 줄 알았는데 그냥 모래 위에 천을 한 장 펼쳐놓고 잠을 잔다. 낮에 달구어진 모래의 열기가 남아 있기는 해도 밤이 되면 금방 추워진다. 사막은 밤이 겨울인지, 2월이라도 낮의 태양은 뜨거운데 밤에는 너무 추웠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는 않는 것 같은데 어찌 그리 춥던지. 그래서 겨울 파카를 챙겨 입고 침낭 속에서 따듯하게 자야 하는데, 사막이라고 항상 더운 줄로만 알고는 준비가 부실했다.
“밤하늘의 은하수를 친구 삼아
달빛과 별빛 이불을 덮은 채 편안히 주무세요.”
인간의 언어는 아름답지만 사막 생활은 녹록하지 않다. 잠자리만 불편한 게 아니라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물조차 넉넉하지 않은 현실이 정말 힘들었다. 사람이 씻지 않고 지낼 수 있는 한계가 며칠까지일까. 나는 여행 중에 처음으로 인도사막에서 3일 동안 세수를 하지 못했다. 안 한 것이 아니라 씻을 물이 없었다. 양치는 껌으로 대신하고 물은 오직 생존을 위한 식수로만 마지막까지 남겨둬야 했다.
사람이 평소처럼 씻지 못하니 첫날엔 잠을 못 잘 정도로 힘들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삼일 지나면서 현실적인 요
구사항들도 저절로 포기가 된다. 차라리 두 발로 걷는 사람짐승이려니 생각하면 된다. 입으로 먹고 다리로 걷고 아무데서든 잠들 수 있도록 스스로 사막 생활에 적응해야 한다. 사람은 해야 할 것을 며칠 안 해도 되지만 사막의 중요한 이동수단인 낙타의 물은 반드시 잘 챙겨야 한다. 가지고 있는 물이 떨어지면 중간 중간 오아시스를 찾아 낙타가 실컷 먹을 수 있게 배려했다. 사막에서 낙타는 아주 특별한 존재다.
사막의 밤과 낮은 수많은 일출과 일물의 풍경들처럼 다양하다.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는 여행자의 모습은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졌지만 마음은 더할 나위 없는 평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사막여행이 주는 감동이다. 그곳에선 누구나 스스로 배우게 된다. 우리가 너무나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다는 것을. 낙타처럼 생존에 필요한 물만 있어도 살 수 있는데 인간은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하고 집착했는가. 인도 사막투어는 물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내가 가진 많은 것을 내려놓게 했다. 이 여행 이후로 나는 물을 허투루 쓴 적이 없다. 그래서 까칠한 성격에 더해진 것이 있으니, 공중화장실에서 물을 길게 틀어놓고 손을 씻거나 대중 목욕탕에서 물을 낭비하는 사람을 보면 잔소리를 한다. 말조차 꺼내기 싫을 때는 상대방 허락도 없이 내가 먼저 물을 잠가버린다. 그들이 그렇게 잠시 흘려보내는 물이 사막에서는 생존을 위해 하루 종일 쓸 수 있는 물의 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