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를 완성시킨 설리번 선생님
◎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 두 사람의 삶
“내가 이 세상을 사는 동안 유일한 소원이 있다면 죽기 전에 사흘만이라도 눈을 뜨고 보는 것이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나는 눈을 뜨는 첫 순간에 나를 이만큼 가르쳐주고 교육시켜준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겠다. 지금까지 그의 특징과 얼굴 모습을 내 손끝으로 만져 알고는 있지만, 그의 인자한 얼굴 그리고 아리따운 몸매를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의 모습을 내 마음 깊숙이 간직해두겠다.”
철부지에 난폭한 장애아에서 인간승리의 대명사이자 존경받는 사회사업가로 위대한 발자국을 남긴 헬렌 켈러의 말이다. 그녀가 이렇게 설리번 선생에 대해 깊이 있는 애정을 밝힌 것은 그녀의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 두 사람의 삶을 살펴보면 제자와 스승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할 수 있다. 헬렌 켈러는 설리번 선생을 만난 후 스스로를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설리번 선생 역시 헬렌을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한 사람의 인격체로 성장시키겠다는 강한 열정을 품었다. 이런 두 요소가 결합하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관계가 탄생했다. 세상일이란 그렇게 서로의 열정이 잘 어울릴 때 위대한 결과를 가져온다.
◎ 이 땅에는 제2의 설리번 선생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모습을 보자. 언제부턴가 ‘스승’이라는 말은 마치 전설에서나 등장하는 양 낯설고 현실감 없는 단어가 되었다. 인터넷에는 무능, 비리, 폭력 등 교사를 비하하는 잔인한 표현들이 넘쳐난다. 밤늦게까지 학원과 과외수업을 받고는 다음 날 학교 수업에선 엎드려 자는 학생들 앞에 교사는 무력하기만 하다. 그러다 보니 추락한 교권과 무너진 공교육을 되살리려면 교사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진학컨설팅업체인 진학사는 전국 1,479개 고등학교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해서 그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고교 학생들은 ‘교사의 열정 및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를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특히 1위를 차지한 H고와 E 여고를 비롯해 상위권 고교 응답자의 90퍼센트 이상이 ‘교사의 열정과 관심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응답했다. 이로써 사교육의 스타 강사들 못잖게 톡톡 튀는 개성과 학생 중심 수업 방식으로 학생들의 사랑과 인기를 한몸에 받는 열정적인 교사들이 아직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땅에는 제2, 제3의 설리번 선생이 여전히 존재한다.
◎ 열정적인 교사들이 가진 세 가지 공통점
그렇다면 이들이 가진 공통점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배움에 적극성을 부여하는 능력을 갖춘 교사들이 가진 첫 번째 공통점은 ‘온정’이다. 온정이란 교사가 학생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관심을 보여주는 능력을 말한다. 학생들은 교사가 자신에게 보여주는 관심을 가장 가치 있게 받아들인다. 1:1로 개별화된 대화는 1:다수의 대화와는 질적으로 다른 느낌을 준다. 개별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교사의 온정적 태도야말로 학생들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주요한 요소다.
로저스(William Rogers)는 일찍이 교사의 온정이 학생들의 성취에 중요한 변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교사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교사와 학생의 관계인 ‘인간적’ 측면의 특성이며 동기부여를 잘하는 교사들은 감정이입 능력도 지니고 있다. 감정이입이란 학생들의 느낌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머레이(Brett Murray)도 학생과 가장 강하게 연결되는 교사의 특성으로, 온정과 감정이입 그리고 친밀감을 들고 있다. 어린 학생들조차도 교사의 온정 수준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온정과 감정이입은 민감하고 섬세한 정서적 측면으로서 학생들의 긍정적인 태도와 밀접한 관련을 갖기 때문에 교사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인성적 특성이다.
그다음 중요한 요소가 열정적 교육 태도다. 가르치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교사가 학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을 말한다. 열정적인 교사는 학생들이 배움에 흥미를 갖도록 이끈다. 친근하게 눈을 맞추기도 하고 적당한 몸짓으로 학생들과 끊임없이 의사를 소통하며, 사전에 철저한 수업 계획을 세워 제시함과 동시에 그 계획을 잘 활용하여 학생들의 수업참여를 증진시킨다.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학생들을 가르쳐본 사람들은 가르치는 일이 단순히 머리에 차 있는 지식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교실에서 교사는 학생들이 이루어낸 성과에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것 같지 않은 학생들 때문에 절망하기도 한다. 또 사회·경제적인 여건으로 말미암아 학교에서 멀어져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교사의 의지와 열정, 가르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어떤 것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이것이 가르침의 매력이다.
열정을 가진 교사들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성인들과 함께할 때도 헌신적이고 열정적이며 활력이 넘친다. 그들을 잘 살펴보면 뭔가 나름대로 신념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 신념이란 바로 가르침이 자신의 숙명이며 ‘잘’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가르침이 자신의 숙명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모든 활동에 임하므로 일상적인 활동에서도 교육적인 요소를 찾아낸다. 그리고 이것을 수업에 적용하여 제자들의 마음에 불씨를 지피는 데 사용한다.
세 번째 요소는 ‘기대 효과’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교사들은 그가 갖는 기대수준에 근거하여 학생을 대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대단한 인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높은 학업성취를 목표로 하여 수업할 때 능률이 높아진다. 학생들이 학습을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자기충족 예언’이 작용하는 것이다. 설리번 선생은 켈러가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하고 수업에 임했다. 또한,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가 세상의 어떤 아이보다 위대해질 수 있다는 신념도 있었다. 이런 기대와 신념이 최고의 수업을 준비하게 하고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그 결과 인생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처럼 열정적인 교사는 학생들에 대한 온정, 교육에 대한 열정, 학생들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자기 일에 대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교사들이 받는 최고의 선물은 아이들, 학생들로부터 훌륭한 평가를 받는 것이다. 바로 스승으로 인정받고 기억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