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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쌤 Oct 08. 2023

도토리 저금통

20231018 흐림

툭 통통...

탐방지원센터 지붕에서 소리가 들린다. 

센터 뒤에 있는 상수리나무에서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다. 

도토리는 참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에서 나는 열매의 통칭이지만, 

흔히 가루를 내어 묵을 만드는 도토리는 상수리나무 열매가 많다.


가을이 되자 다 익은 도토리며 밤이 탐방로 곳곳에 떨어져 있는데, 이거 주워가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도토리는 가루를 내어 전이나 묵요리를 만들테고, 대량으로 주워가서 내다 파시는 분들도 있단다. 

그렇지만 국립공원에서 불법 임산물을 채취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으며, 사법기관 고발 및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굳이 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도토리는 겨울철 다람쥐,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의 중요한 먹이가 되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쓸어가다시피 하면 동물들은 추운 겨울을 그야말로 쫄쫄 굶으며 지내야 한다. 배고픔을 참지 못한 멧돼지들은 도심 주택가로 내려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경우도 있다. 지각이 있고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토리를 주워가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도토리거위벌레(사진출처 : 네이버)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더 언급하자면, 도토리는 가을이 되기 전에 이미 상당수가 가지째로 땅에 떨어져 있는데, 이것은 도토리거위벌레라는 녀석이 큼지막한 도토리열매를 골라 안에다 알을 낳고, 가지를 잘라 떨어뜨린 것이다. 국립공원에서는 농약 등 방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곤충들이 꽤 많다. 그래서 초가을 사람들이 주워간 도토리열매 속에는 이런 벌레알들이 들어있을 확률이 높다. 갈아서 묵을 만들어드시던지, 전을 부쳐드시던지... 벌레알도 같이 드시게 된다는 점.


이 시기 탐방로 입구에는 도토리 저금통을 만들어놨다. 그래도 아랑곳 않고 부지런히 도토리를 주워가시는 어르신들이 보이긴 한다만... 국립공원에서는 부디 다람쥐 등 동물들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도토리는 산골에서 농사지은 농민들의 수확물을 사서 드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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