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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쌤 Nov 30. 2024

117년 만의 폭설

20241130

11월에 진달래가 필만큼 날씨가 너무 따뜻해 걱정이라는 글을 올린 지 일주일 만에 첫눈,

수도권에서 117년 만에 최대 적설량

을 기록한 역대급 폭설이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산은 빨갛고 노란 단풍 천지에서 순식간에 백색 소복으로 갈아입었고,

덕분에 지난주에 철 모르고 나온 진달래 꽃이며, 사마귀 유충들은 이제 모두 얼어 죽었다고 봐야겠다.  

온통 눈으로 가득한 산의 모습은 정말 장관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눈이 너무 많이 와버리면... 국립공원은 입산통제에 들어가므로,

환상적인 설경은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


서울을 비롯해서, 의정부, 양주에 걸쳐있는 도봉산은

이 세 군데 지자체 중 한 지역에만 기상특보가 내려도 전체 통제에 들어간다.

이번 폭설에 도봉산과 사패산은 당연히도 출입이 전면 통제되었다.

11월 27일부터 11월 29일까지 3일간 전면 통제기간이었고,

오늘 주말을 맞아 대부분의 탐방로가 정상적으로 개방되었으나,

무거운 습설로 나무가 쓰러져 탐방로가 막힌 일부 구간은 아직도 통제 중이다.

물론 "나는 그런 거 모르겠고~" 하며

공단 직원들의 눈을 피해 산을 누비고 다니는 얌체족들도 더러 보이지만...

많은 선량한 등산객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인근의 국립공원이 아닌 산으로 향했다.

아무튼 이 도깨비 같은 폭설은 왜 갑자기 불어닥쳤을까? 원인은

따뜻한 서해바다의 수온 때문

이라고 한다. 

<출처:YTN뉴스>

서쪽에서 불어오는 찬 공기가 따뜻한 서해바다 상공을 지나면서, 열과 수증기를 공급받아

습기가 가득한 무거운 눈폭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겨울에 서해 수온은 왜 평년보다 2~3도나 올라갔을까?

그건 지난여름부터 쭉 이어진 이 열폭탄 같은 이상기후의 연장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이상 기후의 일상화

가 현실로 다가온 느낌이다.

폭설에 많은 나무가 부러지고 쓰러졌다.

나무가 쓰러지면서 전깃줄이 끊어져, 산 중턱에 위치한 암자에서는

스님들이 이 엄동설한에 고초를 겪고 있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갑자기 눈이 내려 식물들은 냉해를 입고,

동물들은 먹이를 구할 길이 없어 막막하다.

등산객들에게 먹이를 동냥하던 살찐 길고양이들도

"아웅 아웅"거리며 산을 내려오고 있는 난리들이다.


나는 적어도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염치"라는 게 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염치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사람도 자연도 모두 재해를 입고 힘겨워하는 마당에,

제 갈길 못 가게 막는다고 난리 치고,

"언제 풀어줄 건데요?" 하며 빚쟁이마냥 매일 전화질이라니...


산을 동경하고 산의 가르침을 배우는 사람들은...

나무가 쌓인 눈에 화려한 단풍을 감추고 고개를 숙이듯

스스로 부끄러움을 깨우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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