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브라질 육아] 불편하지만 세심한 브라질에서의 임신·출산과정
브라질에서 임신을 하고, 나는 날 담당해줄 산부인과 주치의를 골라야 했다. 브라질은 한국처럼 아무 때나 아무 산부인과에 가서 진료를 받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자신이 소지한 민간보험에서 진료가 가능한 주치의를 고르고 예약을 해야 하는데, 예약일도 바로 잡을 수 있지 않다. 예약이 꽉 차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예약을 하고 의사를 만나기까지 짧으면 며칠, 길면 2주 정도 소요된다고 보면 된다.
때문에 처음에 맘에 드는 산부인과 주치의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다행히 나는 나보다 먼저 아이를 낳은 친구의 소개로 괜찮은 주치의를 한 번에 만날 수 있었다(그 친구는 꼼꼼하고 세심한 친구여서 괜찮은 산부인과 주치의를 고르기 위해 의사를 일곱 명이나 만났다고 한다).
겨우 만난 브라질 산부인과 의사는 나의 몸 상태 등을 세심하게 물어보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등을 상세히 알려줬다. 보니까 한 번 검진을 받을 때 한 환자에게 의사가 쓰는 시간이 기본 40분에서 1시간 정도인 것 같았다. 때문에 예약 잡기가 쉽지 않은 거였다. 하루에 받는 환자 수가 많지 않으니 말이다. 한국에서의 진료는 늘 10~15분 정도가 다였던 것 같은데. 이런 세심한 점은 감동이었다.
그런데 충격적인 게 있었다. 진료소에서 초음파 검사나 피검사 등 각종 검사를 할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는 분만을 안 하는 작은 산부인과에서도 피검사, 초음파검사는 할 수 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알고 보니 기본적으로 브라질은 진료소와 검사소가 따로 있었다. 진료소에서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어떤 검사를 해야 하는지 등이 쓰인 종이를 받으면, 내가 검사소에 전화하여 받아야 할 검사를 예약해야 했다.
게다가 검사소도 아무데나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내 보험 적용이 가능한 검사소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좋은 보험의 경우 한 검사소에서 모든 검사를 다 받을 수 있지만 등급이 조금 낮은 보험의 경우 어떤 검사는 A 검사소에서, 어떤 검사는 B 검사소에서 받아야 하는 '참사'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게 검사를 받고 검사결과가 나오면 다시 그 결과를 가지고 진료소를 예약해 진료를 받아야 하는 시스템이라니. 한국의 큰 병원에서 진료와 검사를 한 번에 받아보기도 했던 나로서는 참으로 귀찮고 복잡한 시스템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면 브라질에서 아이는 어디서 낳을까? 진료소? 검사소? 둘 다 아니다. 자신의 담당의사가 출산집도를 할 수 있는 출산병원이 몇 개 정해져 있는데, 이 병원도 내 보험으로 적용되는지 알아봐야 한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진료부터 검사, 출산까지 다 가능한 한국의 대형 산부인과가 너무 그리워진다.
그러면 이제 병원을 골라야 한다. 각 병원에는 병원 투어가 있다. 병원의 시설 및 입원 실 등을 소개해주는 투어다. 산모가 출산을 하고 입원을 해 있을 곳이므로 임산부는 투어 후 맘에 드는 곳을 고르면 된다.
한국의 시스템보다 복잡하긴 하지만 브라질 시스템에도 장점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진료상담 시간이 길어서 환자를 더 주의 깊게 봐주는 점이라든가, 내 맘에 드는 의사와 출산 장소를 따로 고를 수 있다는 점 말이다. 그래도 빠르고 편한 문화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한국의 시스템이 너무나 그리웠던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칼럼니스트 황혜리는 한국외대 포르투갈(브라질)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브라질에서 한 살 아들을 기르고 있는 엄마입니다. 브라질에서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이 문화들을 한국과 비교하고 소개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