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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씩식이 Jun 26. 2017

블루문

정통 일본식 오뎅나베

하지(夏至).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태양의 남중고도(南中高度)가 가장 높은 날. 그러니까 하지를 기점으로 겨울의 시작인 동지까지 매일매일 낮은 점점 짧아지고, 밤은 점점 길어집니다.


그리고 서울에는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내렸습니다.

하지가 지났다는 것은 곧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루 종일 달궈진 아스팔트를 밟을 용기가 안나 일부러 업무를 조금 늦게 마무리하고, 늦은 해가 지고 나서야 퇴근을 했지만, 야근이 무색하게 밖은 아직도 너무 덥습니다. 한결 여유로운 지하철을 기대했건만, 2호선은 밤이고 낮이고 언제나 붐빕니다.


에어컨을 켜놓고 찬물로 샤워를 쫙 하고 나서야 비로소 하루치의 더위에서 해방됩니다. 먼지 같았던 하루였기에, 향긋한 과일향 한 움큼을 입 안에 털어 넣고 싶어 졌습니다.


가장 더운 곳에서 가장 더운 날 가장 맛있는 과일, 오렌지.

여름은 농익은 오렌지가 싸게 많이 나오는 계절입니다. 냉장고에서 잘 익은 오렌지를 하나 꺼내 반으로 자른 뒤 있는 힘껏 착즙, 그리고 블루문.


농염한 오렌지 즙 위로 쏟아지는 영롱한 금빛 액체는 너른 들판에서 태양빛을 한껏 흡수한 오렌지와 잘 익은 바나나 내음을 방 안에 가득 채웁니다.


예민한 거품이 한껏 솟아오르고

꺼지기 전에 서둘러 한 모금.


결코 한 모금으로 끝나는 법이 없습니다.

꿀꺽꿀꺽,

시원하게 들이켜는 맥주 한 잔이 주는 위로가 점점 더 커지는 밤입니다.


오늘과 내일 사이.


2017년 6월 21일, 또는 22일

midnight beer.


http://bit.ly/2rTe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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