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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n 14. 2017

심리학으로 읽는 영화 이야기 #9 샤이닝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겨울휴가, 이보다 더 무서울 순 없다

샤이닝, 비극의 서막.



# Shining

3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오버룩 호텔>. 마치 현실과는 동떨어진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듯한 긴 길과 굽이치는 협곡.

 


# Interview

<잭 토렌스 씨와 얼만 씨의 만남>

시내로부터 멀리 떨어지고, 깊은 산 중에 위치한 <오버룩 호텔>은 매년 동절기부터 5월 1일까지 호텔을 폐쇄한다. 그리고 동절기 동안 호텔을 관리해 줄 관리인을 고용한다.

주인공 잭은 작가다. 마침 새로운 소설을 구상중이었던 잭은 호텔이 주는 고립감과 고독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고 대작을 완성해보고자 호텔 관리직에 지원한다. 호텔을 지키며 돈도 벌고, 가족을 데려와 겨울 휴가를 날 심산.

그러나 호텔의 사장인 얼만 씨는 1970년에 찰스 그래디라는 직원이 호텔에서 겨울을 난 뒤 미쳐서 가족을 도끼로 죽이고 본인은 총으로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잭은 그 말에 코웃음을 치며, 자신의 아내는 호러무비광이라 오히려 이 사건에 대해 들으면 더 좋아할 것이라고 받아친다. 결국 잭이 적임자라는 판단하에 얼만 씨는 잭을 호텔 관리인으로 고용한다.

같은 시각, 잭의 부인인 웬디는 아들 대니에게 호텔으로 가 겨울을 날 것이라고 말해주지만 아이는 싫어한다. 피로 범람하는 호텔 로비, 그리고 어딘가 오싹한 쌍둥이 유령의 이미지가 아이의 머릿속을 지나간다.

 


# Closing Day

<오버룩 호텔>의 폐쇄 당일. 호텔의 손님들과 직원들은 들뜬 마음으로 호텔을 나선다. 어떤 이들에게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기도 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1년 간 수고한 자신에게 주는 휴가이기도 한 클로징 데이.

이 시각, 잭의 가족들은 호텔으로 향한다. 폭설으로인해 식인까지해야만 했던 <도너 파티>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 새 호텔에 도착한 가족들은 호텔을 둘러보며 자신들이 머물 곳을 안내받고, 잭은 호텔 관리직무에 대한 인수인계도 받는다.

궁전같은 부엌과 모든 종류의 고기로 가득 찬 냉동실, 식료품 저장고, 지하실 등 거대한 호텔의 전경에 흡족해 하는 가족들. 게다가 이 호텔의 쉐프인 할로랜 씨는 유독 대니에게 친절하다.

호텔에 오기 전 대니의 머릿속에 떠오른 쌍둥이 유령을 실제로 목격해 의기소침해진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며, 사실은 자신도 그런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샤이닝>. 입을 열지 않고 말 할 수 있는 능력, 과거나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 바로 이 능력이 대니와 할로랜 씨의 공통 분모다. 그러나 이 능력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단지 책 속의 그림 정도로만 생각하라고 조언해주는 할로랜 씨.

대니는 자신의 입속에 사는 꼬마 <토니>에 대해 말하며, 그 아이가 꿈 속에서 여러 이미지들을 보여주고 말을 건다고 털어 놓는다. 뒤이어 <237호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묻는 대니에게 할로랜 씨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그냥 그 방에는 가지 말라고 강한 어조로 아이를 다그친다.

 


# A Month Later

소설에 대한 구상만 떠오르고 좀처럼 원고를 완성하지 못하는 잭. 잔뜩 예민해진 그를 호텔에 두고 웬디와 대니는 호텔 밖의 정원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미로에 접어든다. 그리고 잭은 호텔 안에 비치된 미로의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 Tuesday

아이는 <237호실>에 대한 호기심으로 문고리를 돌려보지만 잠겨있다. 타자기 소리가 울려퍼지는 밤 늦은 시각, 호텔 로비. 글이 안써져 예민해진 잭은 괜히 웬디에게 짜증을 낸다. 그 때 광기어린 눈 빛이 번득이는 잭의 눈을 본 웬디는 두려움을 느낀다.

 


# Saturday

여전한 타이핑 소리. 무언가를 쓰고는 있지만 상당히 불만족스러운 표정의 잭. 그는 점점 광기어린 모습으로 변해가고, 눈보라로 인해 전화선까지 고장나는 바람에 가족들은 완전히 고립돼버리고 만다. 겨우 무전기로 삼림경비대에 연락을 취한 웬디에게, 삼림경비원은 무전기를 항상 켜두라고 경고한다.

한 편, 자전거를 타고 호텔 내부를 돌아다니던 대니는 쌍둥이 유령들과 조우하게 된다. 그리고 곧 그들이 죽었을 당시의 환영이 떠오르자 대니는 끔찍한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두눈을 가렸다 뗀 사이 모든 환영은 사라져 있다. 이 모든 환영은 책속의 그림과도 같다던 할로랜 씨의 조언을 다시금 마음에 새겨보는 대니.


# Monday

미쳐가는 잭 때문에 대니 또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아빠를 피해 조용히 장난감을 가져가려던 대니를 본 잭은 대니를 부른다. 그리고 아이를 억지로 끌어안으며 자신은 이 호텔이 좋다면서 영원히 이 곳에서 살고싶다고 한다. 대니는 잭에게 엄마와 자신을 해치지 않을거냐고 물어본다. 잭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해치지 않을테니 걱정말라고는 하지만 대니는 여전히 아빠가 무섭다.



# Wednesday

혼자 복도에서 놀고 있는 대니에게로 굴러온 공. 대니는 공이 굴러온 방향으로 눈을 향한다. 그곳은 바로 <237호실>. 그리고 오늘은 왠일인지 문이 살짝 열려져 있다. 대니는 호기심을 참지못하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그 때, 웬디는 세탁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가 잭의 비명소리를 듣고 로비로 달려 나간다. 잭은 대니와 웬디를 죽이고 토막내는 악몽을 꾸었다며 넋이 나가있고, 대니 또한 맥이 빠진 모습으로 로비로 걸어나온다.

웬디는 대니를 방으로 데려다 놓으려고 아이에게 다가서다가 대니의 목에 난 할퀴어진 상처를 보고 놀란다. 이미 아이를 한 번 때린 전적이 있는 잭에게로 향하는 의심. 웬디는 잭에게 폭언을 쏟아 붓고는 잭을 데리고 자리를 피한다.

잭은 점점 이상행동을 더 하게 된다. 술을 찾아 헤매는 잭은, 맥주 한 잔에 영혼이라도 팔 기세다. 그리고 그 또한 환영을 본다.

로이드라는 이름을 가진 바텐더의 환영. 잭은 그에게로 가서 외상을 걸고 버번 한 잔을 시킨다. 술을 마시며, 3년 전 자신의 원고를 망가뜨린 대니를 딱 한 번 때린 적이 있다고 털어 놓으며, 후회와 함께 은근한 자기 합리화를 시도하는 잭.

그리고 그 때, 환영 속으로 웬디가 끼어들어 그의 환상은 깨어지고 만다. 웬디는 거의 울부짖으며, 대니가 <237호실>에 갔을 때, 욕조 안에 앉아있던 여자가 그를 거의 죽이려고 했다는 말을 전한다.

*

같은 시각 할로랜이 자신의 방에서 뉴스를 보고 있다. 안좋은 예감과 함께 떠오른 환영. 대니가 겁에질린 모습을 하고 있다. 걱정이 되어 호텔으로 전화를 걸어보는 할로랜. 폭설로 인해 전화선이 단선되어 연결되지 않는다. 할로랜은 바로 삼림경비대에 전화를 걸어 무전을 요청한다.



*

이 장면은 잭이 <237호실>을 확인하러가는 장면과 교차 편집된다. 방 안에 들어선 잭은 대니의 말대로 욕조 안에 한 여인이 들어 앉아 있는 모습을 본다. 그러나 곧 나체의 아름다운 여인은 썩어버린 노파의 시체로 변해버린다.

황급히 방을 빠져나온 잭은 웬디에게 그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호텔을 빠져나가자는 웬디에게 불같이 화를 낸다. 소설이 잘 써지고 있는데 방해를 하려고 한다면서 광분한 잭은 주방에서 난동을 부리고 어질러진 호텔 복도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리고 또 다시 시작된 환영. 그의 환영 속 <오버룩 호텔>은 연회가 한창이다.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바텐더 로이드 씨가 있는 바. 잭은 <버번 온더락>을 한 잔 시킨다. 그리고 그래디라는 이름의 집사가 엎지른 아드보카트 샴페인으로 재킷이 얼룩지자, 함께 화장실으로 향한다.

1970년에 일어난 일가족 도끼 살인사건의 살인마 찰스 그래디와 이름이 같은 집사. 잭은 그에게 혹시 호텔 관리인 살인마가 아닌지 물어보지만, 집사는 오히려 호텔 관리인은 항상 잭이었다는 엉뚱한 말만 되풀이한다. 그리고 할로랜이 호텔으로 오고 있다는 사실을 귀띔해주며, 호텔을 빠져나가려는 웬디와 대니에게 경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 한다.



*

환영에서 깨어난 잭은 바로 무전실으로 가 무전기를 고장내 버린다. 그리고 웬디는 잭이 작성한 원고를 들여다보는데, 원고에는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라는 문장들이 가득할 뿐이다. 공포에 휩싸인 웬디의 뒤로 잭이 등장하여 자신의 작품이 어떠냐고 묻는다.

웬디는 도망치려고 실랑이를 벌이다 잭을 야구 배트로 가격하고 잭은 뒤로 넘어져 정신을 잃는다. 웬디는 그를 끌고가 식료품 저장고에 가두어 놓는다. 이 때 정신이 든 잭은 웬디를 회유하려고 한다. 이미 자신이 스노우캣(눈길을 달릴 수 있는 특수 차량)과 무전기를 고장내 놓아 웬디와 대니는 어디로 도망도 못갈 것이라고 말이다.

폭설로 뒤덮인 산 중 호텔에서, 탈 것과 연락할 것 모두를 잃은 웬디는 망연자실한다.

 

# 4pm

그래디 집사의 환영이 또 다시 시작된다. 그는 호텔을 빠져 나가려는 웬디와 대니를 확실히 처리할 수 있겠냐고 잭에게 묻는다. 그리고 확고한 의지로 가득찬 잭을 위해 식료품 저장고의 닫힌 문을 열어준다.

그길로 나가 도끼를 들고 웬디와 대니를 죽이려고 하는 잭. 대니는 엄마를 깨운다. 상황을 파악한 웬디는 화장실의 쪽문으로 대니를 밖으로 내던지고 자신도 빠져나가려다 쪽문이 너무 작아 탈출하지 못한다.



그리고 거의 코 앞으로 다가온 잭은 웬디를 죽이려고 화장실 문을 도끼로 박살내려다, 할로랜의 스노우캣 소리를 듣고 방향을 바꾼다.

잭의 도끼는 할로랜 씨를 향한다. 그리고 곧 대니와 웬디를 다시 쫓는 도끼. 대니는 미로 정원 속으로 뛰어든다. 숨막히는 추격전이 계속된다. 그러나 먼저 달리는 쪽이 불리한 게임이다. 눈 밭 위에 남겨진 발자국 때문이다. 그러나 영리하게 자신의 발자국을 지우고 덤불 사이로 몸을 숨긴 대니.

잭이 자신을 찾아 헤매는 사이, 간신히 정원 밖으로 빠져나와 웬디와 상봉한 대니는 할로랜 씨가 타고온 스노우캣을 타고 도망친다.

그리고 그들의 차소리를 듣고 울부짖는 잭. 그들이 완벽히 도망친 후에 잭은 미로 속에서 얼어죽고 만다. 화면은 1921년 7월 4일의 무도회 사진을 클로즈업한다. 그리고 맨 앞에 찍힌 한 인물에게로 줌인.

그것은 바로 잭의 얼굴이다.



대니의 이야기, <정신분열증>


<정신분열증>.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이 정신질환은 조율이 잘 안된 현악기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과도 같다고 하여 <조현병>이라고도 한다. 이 정신병증은 뇌의 질환때문에 정상적인 사고나 감정 통제, 의사 표현 등이 불가능하여 현실감각이 현저히 떨어지는 증상을 동반한다. 정신분열증을 가진 환자들은 흔히 환청, 환각, 환영 등 비현실적인 인풋을 경험한다. 자신이 도청당하고 있다거나, 독극물에 노출되어 있다거나, 누군가 자신에게 텔레파시를 보내 조종하려 한다는 등 망상증을 보이기도 한다.

전 세계 인구의 1%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50만 명의 환자가 고통을 받고 있고, 그들의 가족이나 지인들까지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매스컴에서는 연일 정신분열증이 위험한 것으로 보도하여 환우들에 대한 오해를 키우기도 한다. 사실 정신분열증이 있는 사람들은 혼자만의 공간에 머무르며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등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경우가 많은데도 말이다.

마치 정신이 분열되어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돌변하여 폭력을 행사한다던가 급기야 살인까지 저지르는 극악무도한 정신병으로 둔갑해버린 <정신분열증>. 이 질환은 진정 무섭고 두려운 것일까?

<정신분열증>에 앞서 분열성 성격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분열성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극단에 <정신분열증>이라는 질환이 위치해 있는 만큼, 굉장히 밀접히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분열성 성격은 정체성의 분열으로 인해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고,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인간 관계나 사회 활동을 일체하지 않으며, 감정 둔화, 고독, 비현실적 공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들이 고통에 직면할 경우, 분열이라는 방어기제를 택하여 자아를 여러개로 쪼개 고통을 분담하거나 다른 자아의 뒤로 숨어 고통으로부터 회피한다.



영화 <샤이닝>에 나타난 정신분열증적 특징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주인공들의 뇌리를 스쳐가는 환영들 역시 정신분열의 증거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유일한 아이 '대니'를 살펴보면 정신분열증적 특징을 더욱 잘 살펴볼 수 있다.

대니는 자신의 입 속에 꼬마아이 '토니'가 살고 있다고 말한다. 토니는 항상 대니에게 말을 걸며, 꿈을 통해 여러가지 비전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영화의 제목이자, 신비한 능력인 <샤이닝> 역시 정신분열증과 비슷하다. 남들과의 교류가 없어도 소통할 수 있는 능력, 과거나 미래의 환영을 볼 수 있는 능력. 이것은 영락없는 공상과 환영, 그리고 환각이다. 혼자놀기 좋아하는 대니는 새로이 환경이 바뀌는 것 또한 즐기지 않는다. 가족 중 유일하게 <오버룩 호텔>에서 보내는 겨울 휴가를 반대하기도 했다.

대니가 토니와 대화하기 시작한 시점은, 아빠인 잭이 대니에게 폭력을 행사한 뒤부터다. 폭력은 트라우마로 남았고, 대니는 그 트라우마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또다른 자아를 만들어 낸 것이다.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위해 자아를 분리해버린 아이. 그 때부터 환영을 보기 시작한다.



탈출구는 어디에나 있다


도대체 얼마나 고통이 크길래 자아를 분열하여 그 짐을 나누어 지는 것일까. 개개인마다 수용하는 고통의 크기는 다르므로 일반적인 수치로 계산할 수 없을 것이다. 아주 작은 일도 어떤 이들에게는 정신병을 촉발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죽었다 살아나도 삶의 희망과 살고자하는 의지를 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탈출구는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다.

망상이나 환영으로 고통받으며, 지인들과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방 속으로 숨어버린 이들을 위하여 의사와 약물이 항시 대기중이다. 정신과 마음이 아픈 이들을 위한 상비약. 그리고 민간요법으로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 그들의 말을 진심어린 애정으로 들어줄 사람들.

마치 대니가 겪는 일들을 어린 애들 장난 쯤으로 여겨 무시해버리지 않고, 한달음에 눈길을 헤치고 <오버룩 호텔>으로 달려와 준 할로랜 아저씨 처럼, 그리고 <237호실>에서 유령을 보았다는 아이의 말을 등한시하지 않고 믿어준 엄마 웬디 처럼. 터무니 없는 망상일지라도 일단 들어봐주는 사랑하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비상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을 도청하고 텔레파시로 조종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SOS를 외치라. 아무리 잭의 도끼가 코 앞으로 다가온다할지라도 당신을 위한 <탈출구>는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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