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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l 22. 2017

심리학으로 읽는 영화 이야기 #8 더울프오브월스트리트

월가에 서식하는 늑대, 조던 벨포드의 사기 인생

황소와 불곰이 씨름하는 월스트리트


조던 벨포드. 돈도 있을만큼 있고 아름다운 아내와 더불어 여자가 끊이지 않는. 겉으로는 엘리트의 탈을 쓰고 속으로는 비행에 찌든 물질의 노예다.


그러나 조던도 처음부터 이랬던건 아니다. 처음 얼뜨기로 월스트리트에 입성했던 조에게는 월스트리트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졌다.


매일 아침 이곳은 돈냄새로 진동한다. 증권 거래소 현장은 온갖 육두문자로 얼룩지고, 증권을 사고 팔겠다는 사람들의 전화로 빗발친다. 그러나 조던은 이런 상황이 싫지 않다. 오히려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으로 짜릿한 기분을 만끽하는 중.


유능한 선임 마크와의 점심 식사. 그 유명한 의식과 같은 노래와 함께 대낮부터 코카인과 앱솔루트 마티니에 손을 대는 마크를 보며 경탄하는 조던. 그는 점점 더 삐딱한 월스트리트의 매력에 빠져든다.


고객의 돈을 나의 주머니로 옮겨라. 그것이 마크가 알려주는 노하우다.


수습기간 끝에 결국 브로커 자격증을 취득하여 정식 브로커로 일하게 된 조던은 설렘도 잠시 블랙 먼데이라는 큰 장애물에 맞딱뜨리게 된다. 써킷이 발동하고 월스트리트의 큰 손 로스차일드가 문을 닫게될 정도로 막강한 손해를 끼친 이 사건 때문에 조던 또한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무대가 작아졌다고 꿈까지 작아진 건 아니다


주식 브로커로 일한지 한달도 안돼서 일자리를 잃는 불운에다가 생활고까지 겹친 가운데 가까스로 주식 브로커 일을 다시 하게된 조던.


그 화려한 뉴욕의 월스트리트는 아니지만 롱아일랜드의 작은 투자센터에 자리를 잡았다.


나스닥 비상장사들의 주식을 페니로 거래하는 페니 주식을 주요 수익으로 삼고 있는 이 곳은 컴퓨터가 아니라 전표로 모든 거래를 관리하고 있다. 주요 고객은 우체부나 배관공들이고 투자 센터의 홍보는 성인용 잡지에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블루칩 당 1프로의 커미션을 받지만 페니 주식의 커미션은 50프로다.


월스트리트에서 굴러먹던 입심으로 돈을 쓸어담은 조던은 한달에 7만달러를 벌 정도로 형편이 나아졌다.


그리고 그 소식을 전해들은 이웃 도니는 그의 밑으로 들어가겠다며 당장 일을 때려 치운다. 쓰레기 같은 페니 주식을 팔아 커미션을 챙기며 주머니를 불린 조던. 점점 늘어나는 자산에 기쁘기만 한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이런 행복에 불안을 느낀다.



페니 주식이 돈이 된다는 것을 학습한 뒤, 조던은 머저리같은 동창 몇을 불러모으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체부나 배관공의 주머니 대신 진짜 부자들의 금고를 털어 보기로 결심하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이름하야 스트래튼 오크몬트. 이들은 상위 1프로의 부자들을 타겟으로 한다.


회사의 전략은 치졸하기 그지없다. 블루칩 주식으로 미끼를 던진 후 고객이 수익을 보면 페니 주식을 팔아 넘기자는 것. 1프로짜리 커미션이 50프로로 뻥튀기되는 순간 조던과 머저리들은 부자가 되는 것이다.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을 데리고 고급영어로 된 대사를 연습시켜 최상급 vip들을 노리는 조던. 머저리들은 제각기 상무자리를 차지하고 부자들의 금고를 턴다. 그리고 회사는 날로 성장한다.


월스트리트는 물론이고 정부에까지 그 명성을 떨친 스트래튼 오크몬트.


포브스지는 조던을 월스트리트의 늑대라고 비방하며 네거티브 공세를 퍼붓는다. 양심을 버리면 어떤가. 물질의 노예들은 조던을 새로운 영웅으로 떠받드는데.



스트래튼 오크몬트는 아드레날린과 코카인, 테스토스테론으로 넘쳐난다. 하루가 멀다하고 극강의 수익을 벌어들이는 신생 회사. 그리고 그들의 비밀을 캐기 위해 미정부 FBI까지 동원한다.


조던은 무엇이든 새것으로 바꾼다. 아내도 차도 집도. 무서울 것 하나 없이 물질이 주는 편의를 제대로 즐기며, 더욱 더 법과 질서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한다.


그리고 부적절하게 쌓아 올린 부를 완벽히 숨기기 위하여 유럽의 금고, 스위스로 눈길을 돌린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FBI는 끈질기게 그를 쫓고, 조던은 졸지에 모든 돈을 잃고 이혼까지 당할 위기에 놓인다.


부정을 저지른 동료들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짧은 형량을 살다 나온 조던은 세일즈 비법을 전수하러 전 미국을 돌아다닌다.


마지막으로 초롱초롱하게 조던을 바라보는 수강생들을 향해 그는 마지막 대사를 던진다.


여러분, 나에게 이 펜을 팔아 보세요.
단지 상품을 파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 하세요.


상품에 대한 수요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라


노동의 댓가로 임금을 받은 자들을 유혹하는 온갖 재화들. 그것들은 모두 인간의 수요만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물론 필요한 것을 값을 치뤄 구매하는 것이 매매의 시작이라고는 하지만, 가끔은 필요 없는 것을 사며 재화 이상의 것을 얻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요새 흔히 말하는 <시X 비용>을 생각하면 수요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매매들에 대하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없는데 지르는 것. 그것이 바로 수요가 아니라 욕망에 의한 구매다.


조던은 마크의 조언을 받아들여 어떻게 고객의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을 자신의 것으로 옮겨올 지 궁리한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을 건드리기로 결심힌다.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 힘들이지 않고 불로소득을 챙기려는 욕심, 적은 돈을 들여 큰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


그러나 고객들이 조던에게 착실히 쌈짓돈을 갖다 바치는 사이, 그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들을 잃어가고 있다.


고객들이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 만큼이나, 그 또한 물질에 중독되어 정서적인 풍요를 등한시한 탓이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름다운 가정을 꾸리고 싶은 바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소망, 법과 질서를 잘 지키는 모범 시민으로서의 열망. 너무나 평범한 소망들은 어느새 물질에 대한 집착으로 바뀌어 있었다.


욕망의 끝, 공허함을 딛고.


물질을 쫓는 일은 공허하다. 특히나 편법을 써서 일확천금을 얻어 본 사람들은 일반인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공허함에 빠진다. 노력과 성실이 아니라 단지 운에 의지한 채 꿈을 이루어 버리면, 목적없는 삶을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쉽게 얻었으니, 어렵게 노력할 필요를 못느끼고, 어떠한 목표도 없이 하루 하루를 방탕하게 살아간다. 조던 또한 그랬다. 결국 조던의 곁에 남은 것은 마약과 돈, 그리고 맛이 좀 간 친구들 뿐.


아내도 떠나고, 아무것도 남은 것 없이 가져버린 일상을 마주한 조던은 오히려 부유했을 때 보다 더 열심히 살아간다. 다시 부자가 되려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목표의 다른 이름은 욕망. 그것들은 이루기 전까지만 마법과 같은 힘을 발휘한다.


욕망은 사람들에게 목표나 동기가 되어 삶의 이유가 되어 준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욕망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조던이 처음 월스트리트에 들어갔을 때, 고객의 배도 불리고 회사의 배도 불리고, 자신의 배까지 부르기를 바랐던 순수했던 시절. 미용사 아내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성실하게 금융맨으로 살고자 했던 시절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풍요로웠다. 그러나 블랙먼데이의 여파로 실직하게 되고,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자, 욕망을 컨트롤 할 수 없게 되었고 곧 물질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타인의 욕망을 자극하여 주식을 팔아 커미션을 취득했던 조던. 쓰레기 같은 페니주식을 화려한 언변으로 팔아 넘기면서 타인의 단촐한 소망을 기만했던 월스트리트의 늑대. 그는 다시 사람들 앞에 선다. 아직은 삶의 건전한 동기로서 욕망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욕망을 제물삼아 재기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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