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통찰하는 보통여자 Apr 16. 2024

익숙함 속 낯섦은 묘하다

익숙함 속 낯섦은 묘하다.



최근에 전동 스쿠터를 샀다. 애기와 도보로 이곳저곳 이동할 때 제약을 느껴 남편 설득에 성공한 덕이다. 제2의 발이 되어주는 이 친구 덕에 신세계를 맛보고 있다. 하원 후 애기와 둘이 오붓한 데이트를 하는가 하면 주말에는 세 식구 나들이에 제격이다. 차 타고 동네를 벗어나 외출하는 것이 보통의 주말이었지만 스쿠터를 장만한 후로는 동네를 벗어날 일이 잘 없다. 졸지에 기름값도 아끼는 건 뜻밖의 덤이다. 부작용이라면 이 재미에 맛들려서 집에 도통 들어가지를 않는다. 주말에도 하도 쏘다녀서 앓아 누울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여러 장면을 보는 게 좋다. 낯선 장면은 마음을 간질거리며 건드린다. 스쿠터 녀석 덕에 시공간을 초월하는 느낌으로 순간 이동을 하는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행위를 원 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발길 닿는 대로 가는 게 취미였다. 우연히 마주하는 눈앞의 새로움이 좋아서다. 카페를 간다 치면 중복되지 않은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 우리 집 단지 말고 이웃 단지 놀이터로 가는 것 또한 내게는 쏠쏠한 재미다. 내 활동 범위를 살짝만 벗어나면 다른 이의 또 다른 평범한 모습을 본다. 외부인으로서 내가 속해있지 않은 장면을 바라보는 것에서 생소한 감정을 느낀다. 누군가의 잔잔한 일상의 모습일 뿐인데 그 새로움이 강렬하다.



익숙함에서 느끼는 낯설음은 완전한 새로움보다 더한 매력이 있다. 오늘도 애기 하원 후 스쿠터로 2시간 넘게 동네 이곳저곳을 쏘다니고 왔다. 같은 동네지만 도보로는 갈 수 없었던 미지의 곳들을 구석구석 파헤친다. 이렇게 나름 다이나믹한 동네 투어를 하면 별다른 여행이 필요 없다. 마치 1박 여행이라도 다녀왔나 싶을 정도로 몸도 괜스레 쑤시며 대단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온 듯 말이다. 여행은 새로움을 대놓고 겪고자 할 노골적 목적을 가졌지만, 일상 속 소소한 이탈은 익숙한 장면에서 낯섦이 풍겨 그 새로움의 맛이 더욱 묘하다. 익숙한 줄만 알았던 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때, 내 시야는 빠르게 확장된다. 이웃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모녀의 모습이 내게 새로움을 주기 충분한 이유다. 나에겐 거창한 새로움이 필요 없다. 새로워야 할 것은 대상이 아니라 새롭게 보고자 하는 관점이다. 내일은 스쿠터를 타고 또 어떤 재미난 새로움을 살펴보게 될까. 당분간 이 모녀는 갈 곳이 많아 바쁠 것 같.

작가의 이전글 무지함은 새로운 관점을 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