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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찰하는 보통여자 Apr 18. 2024

안 하고 싶은 일이 정작 답을 준다

안 하고 싶은 일이 정작 답을 준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기 싫은 일을 안 하는 게 행복이다.' 어디선가 스치듯 본 말이다. 군더더기 없는 이 단순한 메세지에 여운을 느낀다. 대부분의 경우 마음이 끌리는 일을 찾으려 한다. 허나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은 작업이다. 그토록 단순하고 쉬운 일이었다면 방향성 앞에서 고민하는 이들은 없었을 거다. 혼란스러울 때는 역으로 생각해 보면 쉽다. 무엇을 원하느냐가 아닌, 무엇을 원하지 않느냐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근래 내 고민을 곱씹던 중 마침 이 메세지가 힘을 보탰다. 간추리자면 나는 특정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싶었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그 경험에 접근할 수 있을지 궁리하던 참이었다. 상반된 성격의 두 선택지가 떠올랐다. 전자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사람을 모아 교류하는 커뮤니티 성격을 띄는 방식, 후자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충실해 가치를 교환하며 일회성으로 끝맺는 깔끔한 방식이었다. 두 선택지를 고려하며 여러 추측을 해보니 직관적으로 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전자의 방식은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느꼈다.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 느끼는 전형적인 저항감이 아닌, 내 성향을 거스를 때 느끼는 거부감이었다. 혹여나 특정 그룹을 꾸린다면 나는 무언의 책임감으로 온 신경을 그곳에 올인하여 집중할 사람이었다. 대충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이 분명 내 일상에 차질을 주면서까지 말이다. 그간의 내 행적을 보면 뻔했다.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될 것이며 되려 잃을 게 많은 방법이라 판단했다. 방향을 후자로 돌리니 생각만으로 후련했다. 나는 개인플레이 할 때 훨씬 편안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쐐기 박듯 명확해졌다. 저항감의 원인을 배제하니 그제서야 마음이 갈 곳이 보였다. 



원치 않는 것을 떠올리면 명료해진다. 행복의 추구보다 불행의 제거가 더 강력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원치 않은 일에서 오는 괴리감을 피할 만족은 끌리는 일을 하는 만족을 넘기도 한다. 살면서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냐며 누군가는 반문할지 모른다. 허나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런 방식으로 살고 있다. 싫은 일 앞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철없는 아이처럼 살자는 의미가 아니다. 스스로가 편안한 방식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일종의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게 내 삶을 더 전략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스트레스는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할 때 온다. 감내가 가능한 수준의 싫은 일은 안고 가는 게 맞지만 몸서리치도록 싫은 건 안 하는 게 건강하다. 지속적인 압박을 받거나 정신이 문드러질 때까지 참고 해야만 하는 고귀한 일이 과연 있을까. 원하는 일을 추구하는 것 이전에 원치 않는 일을 피할 권리를 갖는 것, 때로는 그게 더 큰 자유로움을 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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