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 saver
다시 조금 과거로 돌아가, 쑤저우에 도착한 지 며칠 되지 않던 날 즈음의 이야기다.
춘절 연휴라 모든 상점들은 문을 닫은, 비가 추적추적 오는 을씨년스러운 쑤저우에 도착한 우리 둘이 매일 절망으로 지내고 있던 어느 날.
내가 살던 브리즈번도, 멜번도, 카타르 도하도 다 네이버 카페를 찾아보면 브리즈번 나누기, 미씨 멜번, 카타르 아줌마 생활백서 등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다. 그 카페는 너무나도 보물같아서 한번 가입하면 넘쳐나는 정보와 이야기들로 발길을 끊을 수 없는 그런 마성의 공간이었는데,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상해맘 모임은 있어도 상해 옆의 쑤저우 모임은 없었다.
중국은 페이스북, 구글도 안 되었기 때문에 생활의 불편함은 날로 더해져만 갔고, 그러던 찰나에 남편이 Daum에서 검색을 하다 한 카페를 찾아서 내게 보여줬다.
<재중소주한국인의방>
헉.. 뭔가 무시무시하고 위압감이 드는 이름이었다.
재중..소주.. 한국인...의... 방???
제대로 된 곳이 맞나 싶었지만 가입 절차를 마치니 그곳은 과연... 쑤저우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의 커뮤니티였다 ㅠㅠ 와아... 정말 힘들게 찾았다..
다음 카페라니...
내겐 참 낯선 공간이었다. 다음 카페는 초등학교 때나 많이 사용했고 (한메일 시절) 그 후론 네이버로 거의 다 넘어와서 다음 카페는 거의 쓰는 사람이 없는 줄만 알았는데.
나는 다음 아이디조차 가물가물해 남편 아이디로 가입 하고 카페에 글을 썼다.
<제발 도와주세요...>
본의 아니게 제목으로 어그로를 끌고 ㅠㅠㅠㅠ
그러고는 우리의 현재 상황을 주절주절 썼다.
<저희는요.. 중국어도 못하고 아무것도 모르는데 중국 소주 원구라는 곳에 와 있습니다.. 한국 식당도 가고 싶고 한국 마트도 가야 하는데 어디 있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생활에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누가 좀 도와주세요~ㅠㅠㅠㅠ>
그러자 며칠 후에 댓글이 달렸다.
가까운 곳에 있는 한 영국 대학교에 근무중인 교수님이 단 댓글이었다.
-저희도 처음에 그렇게 어려웠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XXX 대학교에 근무 중인 교수 000 입니다. 한번 시간이 되신다면 만나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 같았다.
남편은 당장 그 분과 연락을 해 만날 약속을 잡았고 그 분들과 집 근처의 한식당 (아주 지독하게 맛이 없던 곳이었지만 지리를 아무것도 모르는 우릴 배려해 걸어서 올 수 있는 곳이던 그곳으로 오라고 하셨다) 에서 만나서 담화를 나누었다.
그 분들도 처음 오셨을 때 우리처럼 이렇게 어려웠다며 꼭 본인들 생각이 나서 이렇게 도와주고 싶으셨다고 한다. 내게 각종 생활 편의시설과 한국인 입맛에 맞는 식당, 마트의 주소등을 휴대폰에 일일이 입력해 주시고 모르는 거나 살면서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라고까지 말씀 해 주셨다.
처음 본 사람에게 선뜻 손을 내밀어 주시고 그날 너무 감사해 저녁을 우리가 산다고 거듭 우겼지만 밥까지 사 주셨던 교수님 부부. 이제 우리도 중국에 아는 사람이 생기나 너무 감사하고 신나는 일이었지만.... 교수님 부부는 쑤저우 생활을 정리하고 몇주 뒤 호주로 이직을 하신단다.... ㅜㅜ
저희가 방금 그 호주에서 오는 길인데요.... 흑... 다시 호주로 가신다니.
슬펐지만 이번에 받은 도움만 해도 너무 컸다.
그런데, 사모님이 가시기 전에 어떤 사람의 연락처를 내게 주시면서, 꼭 소개해 주고 싶은 사람이라고, 나랑 친하게 지내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꼭 연락 해 보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이 분이 누구냐고 묻자 같은 학교 동료 교수님의 부인이란다.
친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다고 꼭 연락을 하라고 연락처를 주시고 떠나는 사모님..
떠나면서 친구까지 만들어 주고 가시다니 끝까지 베풀어 주시는 아낌없는 나무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 번호로 연락을 해서 그 분과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분과의 만남은 내 중국 라이프를 180도 바꿔놓았다.
그 분은 나의 진정한 life saver가 되신다.
다시 시간을 되돌려 과외 선생님.
두 번의 수업이 끝나고 세 번째 수업 시간이었다.
저번부터 궁금하던 차.
저번에 배운 택시 중국어에 관해서 물어보았다.
쌤이 가르쳐 준 대로 우리 아파트 주소를 외우니까 택시 기사님들이 집을 못 찾아 온다며..
그러니까 그럴리가 없단다. 택시 기사가 주소를 모르면 어떻게 하냐고 황당해하던 그녀.
그래서 나도 물어봤다.
그럼 너는 택시 타고 여기 학교로 올때 뭐라고 말해? (학교는 우리집 바로 앞이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자기는 쑤저우에서 한번도 택시를 탄 적이 없어서 모르겠단다.......
버스만 타서....버스 정류장 이름은 아는데 택시는 모른단다...
그럼 택시를 탄 걸 가정하고 말해보자.
너는 어디로 가 달라고 할꺼야? 학교 주소를 말하면 기사님들이 알까? 했더니 아닐 거 같단다 . ㅜㅜㅜㅜ
아니...
그런데 나한테 주소만 달달 외우라고 하면 어떡하냐고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이프럴은 그날도 역시나 수업을 하다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책상에 턱을 괴고 또 깜빡 잠이 들었다. ㅜㅜㅜㅜ
슬쩍 깨워서 왜 그렇게 잠을 자냐고 물으니까 이 시간은 자기가 매일 낮잠 자던 시간이라 어쩔 수가 없단다.
아니 근데 진짜 아닌게 아니라 그 시간에 남편 학교로 가면, 정말 10000%의 학생들이 점심을 먹고 와서 책상에 쓰러져 잠을 자고 있었다. 중국은 회사에서도 점심 후에 낮잠을 잔다니 아예 낮잠 문화라는게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가 너무 졸려하니 과외 시간을 조금 조정해 보자고 했지만 자기는 이 시간밖에 나지 않는다는 선생님.....
그렇게 4번째 수업 (역시나 이때도 졸았음)이 끝나고 나는 우리가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제 나의 중국어는 어디로 가야 하나...
그 때,
나는 앞서 언급한 나의 라이프 세이버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