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대화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한다

by 꿈이 크는 나무

복잡한 생각때문인지 오늘 스케줄과 아직 끝내지 못한 일때문인지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거실 창문을 열었는데, 신선한 바람이 나를 맞이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무더위로 뒤척이며 설잠을 청하곤 했는데, 말복이 지나서일까? 갑자기 가을이 찾아온 느낌이었다.

이른 아침에 사색하기 좋은 건 걷기

책을 읽을까? 영화를 볼까? 혼자 고민고민하다가 요즘 운동부족때문인지 허리통증이 가끔 있어 아침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고 집을 나섰다. 다행이 집앞에 학교가 있어서 학교 운동장을 걷기로 했다. 6시 갓 넘은시간이라서 그런지 운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혼자 이 생각 저 생각하며 운동장을 걷는데, 내 앞에 나이를 지긋이 먹은 아주머니 두 분이 얘기를 하면서 걷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뒤를 따라 걸으며 두 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말복이 지나서 그런지 갑자기 너무 시원해졌어. 걷기 딱 좋은 날씨인걸"

"그러니까 우리 나이때는 건강이 최고지"

"건강하려면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해. 다른게 뭐 있나? 마음이 보약이지"

"맞아, 좋다는 약 이것저것 다 먹어봐도 마음이 편해야 건강해”


두 분의 대화를 듣는데, 마음이 보약이라는 단어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꺼내서 메모장에 적기 시작했다. 몸이 말해주는 신호가 있다고 한다. 내 몸이 찌뿌등하고 기운이 없으면 지금 내 몸을 봐달라고 하는 신호니까 운동을 하든지, 친구를 만나 원기를 보충하든지 해야한다고...

두 분의 대화를 들으면서 걷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두 분중에 한 분의 아들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나보다. 얼굴 못 본지가 꽤 오래 된 모양이다. 시차가 있고, 바빠서 그런지 전화 통화도 자주 못 한다고..

그래도 가끔씩 보내주는 사진과 카톡 메세지만 봐도 너무 좋다고,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만으로도 좋다고..이런 저런 얘기가 들리는데 문득 이런 것이 부모 마음이구나. 보고 싶어도 자식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얘기도 못하고, 가끔씩 전해주는 문자 메세지에 행복해하고.


인생이란 것이 특별한게 없는 것 같다. 이런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고, 살아가는 것.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건강해야 한다면서 새벽 운동을 나오신 두 어른들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짠하기도 하고 좋아보이기도 하고.

매일 태양은 새롭게 떠오른다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도록 나에게 이런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한다. 지금 이 시간이 있어 참 좋다. 떠나가는 여름이 그동안 미안했다고 나에게 주고간 작은 선물같은 이 아침시간! 새롭게 나에게 다가온 고요한 아침시간, 나의 생각을 깨우는 시간이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자신을 봐달라는 듯 나의 코끝을 간질가질 거렸다. 그리고 떠오르는 태양이 새로운 날이 밝았으니 이제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고 자신을 봐달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운동을 마치고 나오는데, 나의 그림자가 보였다. 키 큰 나의 그림자. 갑자기 어렸을 때 그림자를 가지고 놀던 추억이 생각나서 혼자 피식 웃으며 집으로 왔다. 오늘도 이런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핸드폰 메모장을 열어 놓고 오늘 아침을 기억하기 위해 몇 자 적어본다.

우리는 이렇게 큰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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