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혜
네거리에서 우리는 팔짱을 풀었다
나는 광화문으로
그는 명동쪽으로
안녕! 안녕!
가로등을 켜기 시작하는 거리는
생기가 흘러넘친다
그는 성큼성큼 횡단보도를 건너가고
나는 그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다
그의 팔짱을 끼고 있는 동안은 깊고 푸른 바다였다
멀어져 가는 그와 나 사이에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소리를 엿듣는다
팔짱을 끼고 푸는 동안
모래톱 쌓여 가듯
잊지 못할 추억과 그리워하는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온 것을 알겠다
이젠 보이지 않는 그의 뒷모습
안녕! 안녕!
나 혼자 보내는 손인사가
허공에 걸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