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가 필요해요
지금까지 살면서 누군가를 오랫동안 미워하며 살았던 적이 있었는가?
난 있었다. 지금까지 그랬던 적이 없었는데 회사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미움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품고 생활했던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의 새내기인 내가 직장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모든 것들이 낯설었다. 설렘반 기대반으로 시작한 직장생활에 적응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업무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기존 회사 여직원들의 텃새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었다. 여고를 나왔고 대학교 때 학과 생활 동아리 생활을 해봤지만 사람들 때문에 특히 여자들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회사의 분위기에 적응하려고 많이 애썼다. 그런데 다른 동기도 있는데 유독 내가 센 여자 선배들의 타깃이 되어 갈굼의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때 처음으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을 실감했었다.
일을 못해서 혼나는 것은 이해를 한다. 하지만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사람을 힘들게 했던 그 오랜 시간들... 17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가끔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회사 생활하면서 미움이라는 단어를 내 사전 속에서 자주 찾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이는 어리지만 나보다 회사 선배인데, 내가 고분고분하게 본인들 의견에 따라주지 않아서 더 미워했던 것 같다. 입사 1-2년 차 때는 사표를 마음속에 품고 생활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은 내가 그만두면 그들이 너무 좋아할 것 같아서 오기가 생겨서 버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때부터 실력을 키우기 위해 공부도 더 했고 회사에서 내 자리를 다지기 위해 노력을 했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내공 쌓기를 그때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때 관리팀 부장님이 나에게 했던 말이 '미움보다 더 나쁜 것이 무관심'이라고 했다. 그때는 내가 그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무관심을 선택했다.
결과는 내가 오기로 버틴 7년이 나를 성장하게 했고 유독 나를 갈구고 미워하던 선배가 결혼을 하면서 회사를 퇴사했다. 승리라고 말하기도 뭐했다. 나의 아름다웠던 20대를 미움과 함께 보냈고, 상처는 받을 때로 받고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그 이후로도 그 선배를 생각하면 화가 나서 싫었다. 그런데 몇 년이 더 지나고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그 문제에서 회피하지 않고 맞서야 했는데 그때는 내가 피해자인양 관계 개선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어찌 됐든 내가 나이도 많고 마음을 열고 다가갔어야 했는데 난 눈과 귀를 닫고 내 업무만 했었다. 그런 나의 행동이나 모습이 더 미워서 그 선배가 그랬겠구나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17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선배가 밉지는 않다. 나도 나이를 먹고 많은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이제는 이해가 된다. 미움과 이해의 경계선에서 우리들은 많은 갈등을 한다. 그 미움의 경계선에서 한 발짝 걸어 나오면 이해가 되는데 우리는 미움에 치우쳐서 그 한걸음을 떼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 새로운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나도 배울 수 없었던 교훈이었다. 다시 나에게 그런 상황이 온다면 적극적으로 부딪쳐서 해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