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4. 수
이제 정말 겨울이 완연했다고 봐도 될 듯싶다. 계속 추운 날이 이어지는 중. 목구멍은 여전히 찢어지게 아프고, 입병도 호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제는 빌어먹을 뉴스를 보다 잠들어서인지 남편에게 목 졸리는 꿈까지 꾸었다 (남편은 뭔 죄여?). 세상이 말세예요 말세.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좀 안전 불감증 중증인 편인데, 공수부대가 국회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는 장면은 좀 섬찟했다. 2024년에 군부 통제가 현실이 될 거란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명하복의 문화가 당연시되는 조직의 무서움을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었달까? 어제 그곳에서 유리창을 깨던 무장 군인들은 아마 나보다 어릴 테다. 그들은 차라리 그 시간에 자고 싶었을 테고, 여느 직장인과 다르지 않게 퇴근하고 동료 친구들과 술 한잔 기울일 계획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의 자아를 허용하지 않는 조직의 조직원이라는 것은, 그 시간에 그 거리로 나가 생면부지의 아저씨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창문을 부수게 만들고야 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상황이 정말 극단으로 치달았다면, 그들 또한 자의와 상관없이 민간인에게 총부리를 겨누어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도 나는 어쩐지 군인들에게 마음이 쓰였다. 도망칠 수도, 맞설 수도 없는 상황에서, 벼랑에 내몰리듯 가해자가 되어야만 했던, 내 또래이거나 나보다 어렸을 청년들의 인생은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튼 정치 얘기는 내가 딱 싫어하는 주제이기 때문에 이쯤에서 끝내기로 하자.
어젯밤 그 난리를 지기고도 세상은 뒤집어지지 않았고, 나는 당연히 제시간에 출근을 했다. 비교적 조용한 편이긴 했으나 손님도 왕왕 들어왔고, 공유서가 이용을 위해 플로팅을 찾아 주신 손님도 계셨다. 새로운 상품들이 입고되었고, 온라인 상품 등록도 했다. 오늘 할 일을 모두 끝냈고, 마지막 일정으로 일기를 쓰고 있다. '계엄'이라는 단어를 라이브 뉴스를 통해 듣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고, 높은 확률로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예상되기에, 분명 꽤나 역사적인 순간을 목도하였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제의 난리가 무색하게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로웠던 하루였다. 나는 그냥 내게 주어진 오늘을 성실히 살아내기로 한다. 일단 오늘은 다짐을 잘 지켜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