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회고를 결심한 이유

by 감우

나는 후회 포비아를 앓고 있다. 병증이 꽤 심각한 수준이다. 친할머니가 하루아침에 돌아가셨을 때 시작되었고, 첫사랑과 헤어지며 심화되었다. 끝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돌이켜 수습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뒤로, 나를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은 후회가 되었다. 언젠가부터 나의 모든 선택의 궁극적인 이유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가 되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내가 거대한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용기를 내면 낼수록, 끝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후회 없이'라는 전제만 충족시킬 수 있다면 겁날 것이 없었다. 도전도, 변화도, 만남도, 이별도, 두렵지 않은 것은 없었지만 그 어떤 두려움도 후회의 공포를 이기지 못했다. 플로팅도 후회 포비아가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망하는 것보다 후회하는 일이 훨씬 두려웠으므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인생에서 '후회'라는 단어를 지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끝에 나는 후회 없는 삶에 제법 익숙해졌다. 인생이 조금 더 수월해졌고, 훨씬 더 깔끔해졌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어김없이 일장일단이 있다. 후회가 사라진 자리에 망각과 냉소가 남았다. 나는 너무도 많은 것들을 너무도 쉽게 잊는 사람, 그리운 것도, 되돌아갈 곳도 없는, 심심하고 차가운 사람이 되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후회하며 사는 것만큼 끔찍한 것은 없으니까.


기억하고 싶다면 기록해야 한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그래야만 한다. 그러니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은 전부 후회 포비아 때문이다.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내생에 단 한 번뿐인 첫 사업, 첫 1년의 기억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기꺼이 되짚어 가 보기로 한다.

친구들에게 처음으로 내 공간을 소개해 준 날. 아무것도 없는 공터의 플로팅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