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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mp Jul 01. 2022

[영화] 위플래쉬

데미언 셔젤

미친 영화였다. 플래쳐가 재즈축제에서 앤드류한테 말할 때 아니 미쳤네 진짜 얼마나 감탄을 했던지

이렇게 매운맛인줄 알았으면 아마 계속 내내 안봤을거다. 한창 호평일색일 때 여러 이유로 미뤄뒀었는데

요즘 상황때문에 이런 자극이 좀 있으면 좋겠다 싶어 선택한거다.

영화를 보면서 앤드류의 열정과 광기에 반성하면서도 예전에 철없이 음악이나 미술같은 예술계통을 선택했으면 광기를 불태울 수 있었을 거라는 오만을 부렸던 그때의 그 광기를 태워버릴 수 있었다. 그런 소릴 하다니 진짜 어렸네. 불과 얼마전인거 같긴 하지만.

플래처는 무슨 저런 악마같은 사람이 다 있는지 모르겠다. 남한테 함부로 말하기는 쉽지, 게다가 자신한테 그 정도의 권력이 있다면.

그가 진짜 겉으로만 그렇고 속은 좋은 그런 전형적인 사람이 아닐거라 짐작은 했다. 하는 정도가 진심이던데. 역시나. 위애 말한 그 장면은 진짜 최고다.

이 감독의 작품을 퍼스트맨을 먼저 봤다. 그것만 봤다. 그래서 거기서 내내 예민하고 날이 서있던 라이언 고슬링을 생각하며 여기 주인공도 예민한 예술가의 자기 단련 뭐 그런줄 알았더니. 이건 뭐 스릴러 수준.

재주밴드의 음악이 그렇게 좋을 줄 몰랐다. 한동안 이 영화음악을 많이 들을 것 같다. 나이들면서 재즈연주를 노동요로 틀어놓는 걸 좋아하고는 했는데 그건 마음이 편해져서 였지만 이 영화에서 밴드의 연주는 참 멋있고 시원하고 리드미컬해서 의욕을 돋워줄 것 같았다. 역시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 음악에 대해서 만든 영화가 이렇게나 진심인가보다. 라라랜드도 언젠간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결국 그 둘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다. 고수로서 서로를 동등한 존재로 볼 수 있을 것인가. 뒤통수 친 놈에 대한 증오를 계속 쌓아가며 둘은 서로를 계속 그렇게 자극하는 사이가 되지 않을까. 뭐가됐든 이들이 계속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남지는 않아야 할 것 같다. 앤드류가 션처럼 그를 계속 스승으로 여기며 자신안에서 놓지 못한다면 감독의 예상대로 앤드류 역시 션과 같은 길을 걸을 거 같으니까. 플래쳐같은 인물을 좋은 스승으로 여겨선 안된다. 그 인물은 소시오패스에 가까워서 자기 그물 안에 들어온 약한 존재는 분명 망가트리고 말 것이다. 

얌전한 듯 하면서 깊은 내면에 또라이를 간직한 앤드류는 뭔가 자만하면 그 다음엔 일이 어그러지는 게 보통 사람들의 머피의 법칙같은 모양새를 보여주지만 자신이 진심으로 최고라고 믿고 있는 것 같아서-그게 말그대로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 이룬 것이라-자신에게 닥친 재수없음을 이겨낼 것 같았다. 앤드류의 성향엔 플래쳐가 뭔가를 끌어내 줄 수 있어 잘 맞는 인연같기는 한데 보면서 감정이입하는 나같은 사람에겐 숨이 막힌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둘이 증오를 통해서 줄탁동시가 이루어지는 관계인 것 같아서 관계성이 아주 신선했다. 거기다 미국영화에서 드믄 아버지와의 사이 좋은 관계라던가. 주변 동료나 선배는 다 안하무인으로 여긴다던가.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누가 봐도 후회할 짓을 하며 다시 연락하겠다 싶었고 거기서 여친이 앤드류의 위로정도는 되어주려나 기대했는데 역시나 여자친구는 벌써 다른 남친이 생긴 것 등,  여로모로 인물들 간의 관계 설정이 살짝 빗나간 것들이 좋았다.

앤드류 역의 마일즈 텔러는 영화를 통해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진짜 드럼 자기가 치는 것 같아 보여서 대단하다 싶었다. 하긴 드럼은 다른 사람 대역하기도 힘들지 않나. 최근 탑건2 배우로 우리나라에도 왔었다. 그 배우를 보고 이 영화가 다시금 생각이 난 것도 사실이다.

왜 하필 드럼이었을까. 막상 플래쳐가 드럼 전공도 아닌 것 같았는데 드러머들만 그렇게 더 지독하게 갈구고 난리인가 싶었다. 드럼은 박자를 상징하고 박자는 멜로디를 넘어 어느 영역에서든 통하는 공통적인 그 무엇이다. 사람의 심장박동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심장을 가진 살아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박자의 음악에 머리를 까딱이거나 손이라도 휘저어보게 마련이다. 아프리카의 음악도 아시아의 음악도 타악기가 주는 울림은 서양 음악에도 가장 먼저 통하는 부분이고. 그렇게 생각해보면 사람을 가장 가슴뛰게 만드는 그 무엇을 가지고 예술의 한계를 보고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마 좀 더 어릴때 봤더라면 드럼에 대한 헛된 꿈을 품고 드럼을 배워보겠다 설쳐댔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보기만 해도 힘들어보여서 그저 어릴때 배운 피아노나 잊지 않고 쳐보고 싶을 뿐이다. 모르지 이러다 더 늙어서 노인대학 같은 곳에 가서 장구 두드리며 지금의 기억을 되살려보게 될지도.

몰입도와 재미와 음악까지 길지 않은 시간에 정말 집중해서 본 영화였다.

애초엔 나에 대한 자책에 자극을 필요로 해서 선택했지만 오히려 보고나서는 왠지 위로가 됐다. 종내엔 나도 손에서 피날때까지 책장을 넘기고 뇌가 터지는 느낌이 들때까지 그걸 익혀보면 어떨까 하는 말도 안되고 자극적인 기대감만 들게 했지만 뭐 그게 자책으로 인해 우울한 것 보다는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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