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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mp Jan 07. 2023

[영화] 삼거리극장

뮤지컬영화, 전계수, 2006

'똥싸는 소리' 라는 노래를 먼저 알았다. 포스터나 제목도 그렇고 저 한 곡의 노래만 봐도 제대로 정의하기 힘든 컬트장르가 아닐까 짐작하기는 했다. 모든 미뤄놓는 일들이 그렇듯 묵혀졌던 이미지보다는 가볍게 봤기때문에 재미있게 봤다. 

현실에서 벗어난 독특한 이야기로 현실을 얘기하는 것이 주는 흥미는 매니악한 만큼 깊이를 더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현실을 살다 가면서 자기가 살던 모든 삶을 끝내지 못한다. 누구나 그런 부분이 있고 그래서 인간은 육신이 죽어 없어져도 영혼이 남을 것이라는 상상을 했고 그 오랜 시간 존재해온 귀신은 그게 실제든 아니든 그런 문제를 논할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그들이 존재한 시간만큼이나 그걸 유지해왔으면 그건 있는거겠지. 인간의 한이라는 것과 귀신이 남아있고 싶게 만드는 못다한 삶이 다를게 아닌 거 같다. 이 영화는 그걸 이야기하나 싶고. 그런 주제 의식을 떠나서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를 주지만 그게 공포가 아닌 점이 취향이었다. 그리고 이게 뮤지컬영화라는 점도 그런 취향에 플러스 알파가 된다. 노래가 락버전이다. 그것마저도 좋다. 게다가 '똥싸는 소리' 말고 박준면이 부르는 팝페라같은 넘버도 듣기 나쁘지 않고 의외로 천호진 배우의 노래가 좋아서 놀랍고 웃겼다. 아니 이 아저씨 주말드라마의 신파시러운 아버지로만 기억됐었는데 젊을땐 김강우 닮고 노래도 꽤 하셨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연기를 한다고 말한만한 분은 이분과 미노수의 몸 뿐인 거 같다. 

아랫네의 정체는 할머니 자신이 맞는 거 같다. 삼거리극장은 시대가 변한다고 해도 거기에 같이 발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도 있고 그들이 차마 다 못살았지만 그 삶 역시 사라져버릴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 귀신의 존재가 공포인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며 그 세계가 인간세계에 반하는 세계가 아님을 보여준다. 

밤늦은 극장에서 귀신들의 공연은 분장과 소품같은 미장센들이 너무 좋기도 했다. 현실의 낡은 극장과 대조되는 어두우면서 화려한 화면과 고풍스러움. 약간 <판의 미로>의 식탁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기괴한 음식들을 던져대며 그 장면에서 '똥싸는 소리' 노래가 나오는데 서사는 따라갈 게 없지만 노래는 역시 좋다. 가사를 어떻게 그렇게 썼을까. 19금이 욕으로만 더 나왔으면 더 좋았을 거 같다. 

한애리 배우가 너무 예뻐서 좋았는데 캐릭터가 생기다 만 형상이라 아쉬웠다. 노래 하나가 다였다. 설정도 괜찮았는데 극중 영화에도 너무 조금 나오고. 이 배우는 왜 다른데는 더 안나왔는지 아쉽다. 

미노타우르스 신화를 떠올려 소머리인간 미노수를 만들어낸 상상력이 정말 일제강점기 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데 차라리 소머리에 인간 몸이 낫지 원래 의도대로 반대였다면 더더욱 혐오스러웠을 거 같은데. 

천호진이 그렇게 죽으려고 버둥대기만 하다가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이도 제대로 먹은 채 살려고 했는데 죽게 되는 장면을 보니 이순신 장군도 아니고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건가. 삶의 무상함과 삶과 죽음이 별거 아니구나 싶기도 한데 영화의 의도보다 더 한 걸 혼자 깨달은건가 싶다. 

주인공 캐릭터였던 소단이는 연기가 아쉬웠고 나머지 네 명의 잠깐 봐도 연기를 잘할 거 같은 배우들은 귀신 분장만큼이나 인상적인 서사가 나오지는 않아서 아쉬웠지만 귀신 분장 자체가 그냥 충격이고 연기 그 자체고 뭐 그렇다. 노래하는 것도 잘 어울리고. 

어딘가에 있을 삼거리극장 한 번 가보고 싶긴 하다. 살면서 이런 곳을 스쳐보지는 않았나 싶은 아련함도 들고. 근데 아마 들어가지도 못할 거 같긴하다. 알긴 알아도 안다고 안생기는게 아니더라고 공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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