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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SYKOO Nov 05. 2020

기차역에서 피어난 추억, 그리고 아빠 이야기

마들렌을 한입 베어 문 이후 쏟아져나 온 그 기억들 처럼.






SRT 기차를 타러 수서역에 올때마다 11  추석,

가족여행으로 떠난 하코네 료칸 여행이 생각난다.

도쿄에서 이틀 놀다가 하코네로 가는 기차를 탔었는데 

 기차의 디자인, 역사 느낌이  SRT 기차의 컬러&디자인이랑 수서역사 느낌이 비슷하다.

하코네 료칸에서 밤낮으로 차려주는 밥먹고, 이불깔아주면 자고 하면서 보냈던 이틀 동안  행복했었지.

아빠는 료칸 호스트에게 자기가 한국서 유명한 가수라고 뻥을 치셨고 ㅋㅋ 맛있고 정갈한 료칸의 저녁식사에 대한 화답으로  호스트분께 노래를 불러드렸다.

몇년전 아빠가 후두암 수술을 하셔서 목소리가 예전같지 않아서 요즘 생활에 불편이 크시다고 해서 사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아빠는 방송국 노래자랑 프로에서 입상도 하고 대중가요 계의 인사들(설운도 매니저ㅋㅋㅋ)가수데뷔 제안을 정말 많이 받으셨을 정도로 목소리가 좋으셨지.

십년전, 아빠 친구분이 국회의원 출마했을  
그분 선거 로고송을 우리 아빠가 불러드렸었으니,

상당한 자부심이 있었다.

2014 아산병원에서 아빠의 암검진을 하고,
후두암 초기 진단을 받았던 그때

엄마는 아빠가 자리를 비운 동안 아빠 대신 업무를 하거 있었고

진료실에는 환자인 아빠와 
아빠의 보호자인 내가 있었다.

우리 둘이서,

 판정을 받고 애써 담담한척했지만.

나는 아빠의 보호자가 되어 있다는 상황만으로도
세월의 물줄기가 흐르는 속도가 감당이 안되었지만

초기암이라도 암은 암이라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같았다.

검진 결과를 듣고 허탈해진 우리 부녀는
아무말이 없이 병원 로비로 걸어나왔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서울역으로 가서 기차를 예매하고
아빠를 태워보내드리고 집으로 갔다.

연약해진, 이제 보호를 받아야할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함께 기차를 타고 내려갈  없는,

논문 집필에 시달리는 대학원 나부랭이 딸인 사실이
너무 한심했고

그날 나는 누군가가 너무 필요했지만
곁에는 아무도 없었지.

후두암 수술로 나름 알아주는 교수에게 수술을한 덕에
아빠의 수술이 다행히  끝나고 목소리 손실도 최소화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아빠의  우렁차고 아름답던, 연설이나 웅변대회를 휩쓸었을 듯한 목소리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지는 요즘..

신기한 사실은 하필 당시 사귀던 남친의 절친이 아빠의 담당 이비인후과 교수 팀에서 레지던트를 하고 있어 아빠의 수술 집도에 참여하는 일이 있었다. 수술 전후로 여러모로   도움을 받아서 정말 고마웠는데, 감사인사도 제대로  전했네.

2012 대선 이후, 우리집은 세조각이 나서 격한 대립이 있어왔던 터라 냉랭한 부녀의 분위기가 오가던 몇년 사이 일어났던 일이라, 뭔가 유한한 가족의 시간이라는 것의 소중함을 깨달았던 그런 일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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