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받기 위해서는 말라야 할까?
품평 당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
제 식이장애의 역사는 대학교 일학년때 시작됩니다. 대학교 캠퍼스 안의 세상은 총 천연색의 세계였습니다. 모두가 고만고만한 모습으로 같은 회색 교복을 입던 때와는 완전히 달랐죠. 특히나 개강 첫 학기에는 수백명의 선배, 동기, 다른과 학생들이 서로에 관한 호기심으로 들떠있었고 모두들 허겁지겁 친구를 사귀고 친한 선배를 만드느라 바빴습니다.
모두들 잘 꾸미고 다녔고, 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했고, 반짝거렸습니다.
저도 그 속에서 빛나고 싶었어요. 칭찬 받는 것이 사랑 받는 것은 아닌데 그때는 그걸 몰랐어요. 예쁘다, 착하다, 날씬하다 그런 말들이 좋았고 그런 말을 듣고 관심을 받아보니 예쁘고, 착하고, 날씬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예쁘고, 착하고, 날씬하면 사람들은 계속 나에게 호의적일 거라고 생각했죠. 매일 꾸미고 다녔고 밝고 착하게 굴었고 많은 친구를 사귀고 이성에게 호감을 받고 좋은 평을 들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정말 즐거웠어요.
그런데 내가 예쁘지 않고 착하지 않고 날씬하지 않다면요? 그 다음의 저는 뭐가 되는 거죠? 사람들은 저에게 뭐라고 할까요? 어느날 2kg이 늘어난 체중계 위에서 위와 같은 물음이 떠올랐을 때 저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세상이 원하는 나의 모습에 완전히 갇혀버린 거예요. 그 모습을 벗어난 저에 관해서는 상상할 수 도 없었습니다. 제가 다른 모습으로 세상과 마주할 수 없다는 걸 공포심과 함께 알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예뻐야 하고, 착해야 하고, 날씬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점점 자라 매일 매일 강박을 느끼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칭찬 받는 게 사랑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칭찬들은 칭찬이 아니라 품평에 가깝다는 것도 알고 있죠. 품평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이나 작품의 좋고 나쁨을 평함' 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을 물건처럼 칭찬하면 그건 품평이죠. 여자를 세워놓고 가슴 허리 엉덩이 치수를 차례대로 부르며 박수치는 것은 품평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석고상 평가해요? 하지만 그렇게 받는 박수를 부러워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예뻐야만 받는 사랑? 내가 날씬하지 않으면 다 잃어버릴 칭송? 그걸 잃을까봐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면 그 칭찬들은 이미 나를 갉아먹는 독이 된거죠. 인정 받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인정에 목매서 살아가는 일은 사람을 비참하게 합니다.
인정 받지 않아도 괜찮고, 친절하게 굴지 않아도 괜찮고, 화장하지 않아도, 날씬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기 위해, 사회 통념이 나에게 원하는 것과 나 자신의 욕망을 구분하고 선그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까지,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 시간들은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