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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파이 Jun 20. 2019

세상을 바꿀 어린아이의 질문들

본질에 집중하는 올바른 질문하기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서 주인공 최민식(오대수 역)은 15년 동안 감금되어 있다가 세상으로 나옵니다.

그리곤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대체 누가 나를 가두었을까? 왜 가뒀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오대수는 백방으로 돌아다니지만, 답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나중에 오대수는 자신을 가두었던 남자, 유지태(이우진 역)를 결국 만나게 됩니다.

이우진은 오대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 찾은 게 아니야.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은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왜 이유진은 오대수를 가뒀을까” 가 아니라,
“왜 풀어줬을까?” 란 말이지.
자, 다시.
“왜 이유진은 오대수를 딱 15년 만에 풀어줬을까. 요?”


질문이 바뀌자, 오대수는 이우진이 낸 수수께끼에 대해 해답을 찾습니다. 

새로 알게 되는 것은 없고, 단순히 질문만 바뀌었는데 말이죠.



질문을 잘 던지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의 힘은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누군가 이야기했었죠.


VC로 대표님들을 찾아뵙고 말씀을 나눌 때면 가끔 

“함께 고민할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라는 말씀을 해주실 때가 있습니다. 정말 보람되고 기분 좋은 피드백입니다. 한데, 그런 날은 똑똑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잘난 척하며 잘 알고 있는 해외 사례나 복잡한 Data를 가지고 이야기 나눈 날이 아니었습니다(이런 욕망, 욕정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이런 것이 심리학자 아들러(Alfred Adler)가 이야기하는 열등감이겠지요). 오히려 제가 잘 몰라서 너무 뻔한 질문들을 드렸을 때입니다.


“왜 이 사업을 시작하셨나요? 왜 고객이 우리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5~10년 뒤에 우리 회사가 없다면 세상은 불행할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표님들은 머리 감을 때에도 응가하실 때도 하루 종일 고민하시는 분들이고, 저야 고작 며칠 / 몇 시간 스터디하고 찾아뵙는 거다 보니 당연히 Level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원론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드리게 되는 것이죠.


좋게 말해서 본질적인 질문이지 쉽게 이야기하면 마치 어린아이들이 하는 단순한 질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보를 캐거나 숨어있는 의도가 없는 정말 궁금해서 드리는 질문 들인 겁니다. 하지만 이런 어린아이와 같은 질문들이 기존의 관성이나 울타리에 갇히지 않고,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실마리가 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예상치 못한 위대한 결과에 닿게 해주는 열쇠처럼 말이죠.



1946년.
미국의 한 과학자는 딸과 한가로이 해변을 거닐며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딸이 아빠에게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아빠, 지금 찍은 사진을 지금 볼 수 없어요?”
“응, 지금은 안돼”
“왜요?”
그는 어린 딸의 ‘왜’라는 질문에 집중했습니다.
왜 지금 볼 수 없을까?


딸의 질문을 귀담아들은 아빠는 세계 최초로 그 유명한, 즉석카메라 폴라로이드 랜드(Polaroid Land)를 탄생시켰습니다. 그 아빠가 스티브 잡스(Steve Jobs) 아저씨가 존경하는 인물(‘National treasure’라고 표현했었죠)로 꼽던 과학자 에드윈 랜드(Edwin Land)입니다. (깨진 아이폰을 보며 문득 그리워지는 잡스 아저씨. 흑.)


Polaroid co-founder Edwin Land ©Joyce Dopkeen / Getty


만약 저라면, ‘왜 지금 볼 수 없어요?’라는 딸의 질문에 ‘필름을 인화해야 해서 지금 볼 수 없어. 필름은 뭐고 인화는 뭐냐면…’이라고 답했을 것 같습니다. 딸아이의 궁금점을 풀어주는 세상에 둘도 없는 지적이며, 자상하고, 친절한 아빠임을 스스로 만족하면서 말이죠.


에드윈 랜드는 딸의 질문에 답을 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문제에 대한 답보다는 ‘왜 안되지’라는 문제의 본질 그 자체에 더 집중한 것이지요. 이렇게 미국의 한 아버지는 세 살짜리 딸의 질문에서 세상을 바꾼 위대한 발명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는 올바른 질문하기.


말은 간단한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습니다. 어떤 문제를 바라볼 때,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데 정성과 시간을 투자하기보다는 해결책만 열심히 고민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나 일분일초가 아까운 스타트업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일어나는 현상과 문제들을 보고, 얼른 해결책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려 합니다. 빨리 문제를 없애고 싶은 욕구가 앞서고, 가만히 생각하기보다는 일단 행동으로 초조함과 불안감을 달래려고 하는 것이죠. 실행이 너무나 중요한 것은 맞지만, ‘Why’를 생각하지 않은 채 실행만 하면 어떻게 될까요? 오히려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든 것 같습니다. 어디로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없이는 구성원들이 본인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이동에 대한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어요” “닥쳐! 넌 대열을 흩트리고 있어” ©Pinterest



이럴 때 중요한 것이 리더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으려면 리더가 중심을 잡고 업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답을 찾기 위해서는 끝없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 일을 왜 하는가?’, ‘우리는 이 이을 왜 지금 하고 있는가?’, ‘왜 이 방식으로만 해야 할까?’, ‘왜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지 않았는가?’


그러다 보니 좋은 리더는 답을 찾아주는 사람이 아닌, 올바른 질문을 던져줄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크라테스, 공자님도 정답을 알려주기보단 질문을 통해 스스로 깨달음을 얻게 하셨죠.


기름으로 떼돈 번 석유회사 쉐브론(Chevron)의 CEO였던 존 왓슨(John Watson) 아저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역시, 아무 곳이나 무조건 열심히만 땅을 판다고 기름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이 분은 잘 아셨나 봅니다)


My job is to ask the right questions.
(내 역할은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지금도 유행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어린 시절에는 전집이 유행했습니다. 어떤 아주머니가 집에 오셔서 어머니에게 화장품도 발라드리고, 한바탕 이야기 꽃을 피우시고 나면, 제방 책꽂이에는 형형 색색의 책들이 날아들어와 꽂혀 있었습니다. 그 책들 중 하나가 ‘I Wonder Why’ 시리즈였습니다.


‘I wonder why’ Series ©The new age parents



‘왜 바닷물은 짠가요?’, ‘왜 천둥이 치면 소리가 나나요?’, ‘왜 바람이 부나요?’, ‘왜 하늘은 파래요?’, ‘왜 겨울은 추워요?’


지금 저처럼 때 묻은 아재가 보면은 너무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 ‘왜’라고 질문을 하는 참으로 황당한 전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너무나 궁금했고, 푹 빠져 재미있게 보았던 시리즈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별다른 의문 없이 살아갑니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합니다. 그래 왔으니까.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그리고는 아무것도 바꾸거나 발전시키지 못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해 왔고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Why?’, ‘Why not?’이라는 어린아이의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으려 했던 특별한 사람들에 의해서 말이죠.


Knowledge is having the right answer.
Intelligence is asking the right question.


오랜만에 동화책이 보고 싶네요.
‘왜 여름은 더워요?’ 너무 더워요. 더워도 안 죽죠?



#Reference

<경영수다>, ‘조지 소로스와 올드보이’ 편, 2012년 9월 27일 방송

<세상을 바꾼 질문들>, 김경민, 을유문화사, 2015

<첫 번째 질문>, 류량도, 에이트 포인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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