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천 Sep 15. 2021

쌍둥이의 외투

“선생님!”

“어머, 더 예뻐졌네! 얼마나 예뻐지려구 그래! 호호.”     


김선생은 교무실 문을 열고 달려온 쌍둥이 자매의 손을 반가이 잡았다. 자매는 작은 꽃다발을 내놓았다.     


“선생님, 이거 약소하지만...”

“이런 거 안 사와도 돼. 언제든지 그냥 와.”

“선생님이 사주신 패딩 잘 입고 있어요. 이제 겨울에도 안 추워요.”

“그래. 다행이다. 더 예쁜 거 사주지 못해 미안했는데. 호호.”     


김선생은 두 아이의 손과 팔을 연신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지난 겨울 두 아이에게 패딩을 사주었던 일이 떠올랐다.     


학년이 바뀌어 담임을 맡은 반에 눈에 띄는 여자 아이가 있었다. 얼굴도 예쁘장했지만 무엇보다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표정과 초롱초롱한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수수한 가방과 신발로 보아 형편이 조금 어려운 듯했지만 명랑해 보여서 큰 염려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후 면담을 하며 김선생은 아이의 형편이 생각보다 더 좋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엄마는 없고 아버지는 안정적인 직업이 없이 일거리를 찾아 떠돌아 다녔으며, 아이는 쌍둥이 여동생과 같이 할머니와 지내고 있었다. 집에는 컴퓨터도 없고 학원에는 다닐 엄두도 못내며 겨우 생활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형편만 보자면 생활보호대상에 속하지만 아버지가 있어서인지 해당되지 않았다.     


그런 형편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쾌활하고 공부를 제법 잘했다. 다른 반에 있는 쌍둥이 동생도 공부는 잘했지만 표정이 늘 어두웠다.     


김선생은 두 아이가 안쓰러워 도와 줄 방법을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구청에서 지원하는 학습보조금도 신청해주고 외부 장학금도 알아봐주었다. 문제집을 살 돈이 없어 교과서와 프린트물로만 공부하는 아이에게 교사용으로 나오는 문제집을 모아서 전해주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아이는 김선생을 따랐고 특히 동생은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아이는 여전히 교복차림이었다. 날이 더 추워지자 얇고 낡은 패딩 하나를 입고 다녔지만 추위를 막기에는 부족해보였다. 김선생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비슷한 또래의 자식이 있어 더 마음이 쓰였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김선생은 두 아이를 위한 선물을 샀다. 그리 고급은 아니지만 추위를 막을 수 있는 두툼한 패딩에 속옷도 샀다. 속옷이 넉넉지 않아 밤에 빨아 아침에 입고 온다는 얘기가 마음에 걸렸다.     


김선생은 두 아이를 학교로 불렀다. 돈가스와 국수를 파는 깔끔한 식당에 데리고 가서 밥을 먹였다. 두 아이는 이런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이 처음인 듯 연신 맛있다고 했다. 그리고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선물을 받아들었다.      


자매는 김선생의 권유에 따라 빨리 취업할 수 있는 상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거기서 충분히 상위권에 들 성적이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김선생의 예상대로 아이들은 장학금도 받으며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자매를 보며 김선생은 두 아이가 꼭 잘 살기를 기원했다.     


* 중학교 교사로 있는 친척 여동생의 이야기.

작가의 이전글 접시물에 빠져 세상을 떠난 청년—귀남이 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