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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천 Oct 16. 2021

글을 쓴다는 것

*주말 오후의 독백.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몇 년 되었지만 그리 자주 쓰지는 않는 데다가, 중간에 사정이 있어 내리기도 하고, 하여 글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소수이지만 고정적으로 읽어주는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예전에 블로그를 운영할 때도 비슷한 패턴이었다. 출판하려는 의도도 없고 독자를 늘리려는 의도도 별로 없이, 단지 저장의 편의상 온라인 공간에 쓰는 반공개 일기라는 느낌이었기에 글을 올리는 횟수가 들쭉날쭉했다.


그래도 온라인 세상이란 신기한 곳이어서 고정적으로 찾아주는 분들이 몇몇 있었는데 그 중 한 분은 내가 글을 올릴 때마다 글 좀 자주 올려달라는 댓글을 남기고는 했다. 그렇다고 하여 이후 내가 글을 쓰는 패턴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다.


물론 출판사와 계약을 한 글에 대해서는 마감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가능한 한 여러 번 퇴고를 하여 어느 정도 내어놓을 만한 글을 보내려고 노력하기는 한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른 곳에 쓰는 글은 그런 제약이 없이 마음이 가는 대로 쓰려는 심리가 작동하는 듯하다.


한 때는 몇 군데 온라인 공간에 매일 한두 편씩 글을 쓰기도 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관심이 왕성한 시기였기도 하고, 무엇보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였다. 그래서 생각이 떠오르면 퇴고를 거의 거치지 않고 그냥 써내려가는 편이었다.


요즘 들어서는 그렇게 많이 쏟아 놓았던 말들이 과연 필요한 말들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말 내 안에서 쓰지 않고는 못 견딜만큼 절실한 마음이 넘쳐서 쓴 글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몇 년이 지나 다시 읽어보아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공굴리고 곱씹어 무르익은 글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장에 적어두는 것은 오랜 습관이다.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어딘가에 올리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시간이 지나 어떤 계기로 과거의 메모와 연관된 생각이 떠오르면 살을 붙이기도 하고, 그러다가 좀더 생각이 무르익었다 싶으면 그제서야 한 꼭지의 글로 다듬어볼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나의 글이 과연 브런치라는 공간의 성격에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긴 운영자들이, 죄송하지만 작가님의 글은 우리 브런치의 성격에는 맞지 않는 듯하니 이제 그만 올려주셨으면 합니다, 라고 하지는 않으니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아무리 꾸미더라도 글에는 그 사람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미숙한 사람이라면 솔직한 글이 오히려 독자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 글 쓰는 일이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오랫동안 간직해온 내밀한 소망이 있다. 한 편의 아름다운 글을 남기는 것이다. 나의 진심이 담겨 있으면서 또한 누군가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글, 그로 인해 이 세상이 좀더 살 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글. 


그런 글을 쓰려면 나 자신이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언제 쓸 수 있을지, 과연 가능한 일인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직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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