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31
이 책은 파트 1) 보이스 앤 톤부터 파트 2) 경험과 참여, 파트 3) 사용성까지 제품과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카피 사례에 대해 세세하게 다룬다. 그중 가장 공감 갔던 부분은 바로 ‘대화형 글쓰기' 파트다. 대화형 글쓰기가 서비스에서 중요한 이유는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디지털 제품이 인간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문구는 기계적이고 형식적이고 메말라서 개인적인 관심을 기울인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글쓰기와 말하기를 다른 스타일로 배워왔기 때문인데, 문어체는 보통 격식을 갖추고 더 복잡하고 정중한 것으로 여겨지는 반면, 구어체는 가볍고 거침없고 일상적이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과거 문어체는 종이에 쓴 편지를 주고받던 시절에 많이 사용됐고, 구어체는 메시지를 듣고 바로 응답할 수 있는 개인적 커뮤니케이션에 사용됐다.
그 후 인터넷이 등장해 문자 언어와 음성 언어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세 번째 선택권인 대화형 글쓰기가 탄생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히 구어체나, 문어체나 아닌 이 둘의 요소를 합친 새로운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 나 또한 요즘IT 글을 편집하며 주로 문어체를 사용하는 일이 많아, 구어체는 어딘지 어색하고 가볍게 느껴진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읽기 쉬운 글, 이해하기 쉬운 글이 좋은 글이듯 카피도 이해하기 쉬운 카피가 좋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자주 쓰는 카피는 주로 요즘IT 콘텐츠 제목이나, 배너, 이벤트 안내 등이 있다. 종종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문어체를 사용해 딱딱하고 차가워 보이는 로봇형 말투를 쓸 때가 많은데, 이럴 때마다 의식적으로 고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우리 팀 내에서도 글 제목을 두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팀원들이 말해줄 때가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대화체에 대한 몇 가지 팁도 주는데 “소리 내어 말하지 않는 것은 글로도 쓰지 말라”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정말 맞는 말인 게 눈으로 읽을 땐 몰라도 소리 내어 읽으면 이상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여러 번 소리 내 읽어보고 어색한 부분을 고치면 훨씬 좋아진다. 또한 수동태보다는 능동태를 쓰고, 문장의 모든 부분이 올바르게 연결됐는지 확인하면 좋다.
이외에도 사용자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기, 짧게 요점만 말하기, 보통 일상에서 쓰는 단어로 말하기, 물 흐르듯 매끄럽게 말하기 등이 있다. 사실 마이크로카피, UX 글쓰기도 결국 ‘글’이라는 본질은 같아서 이론 상으로는 흔한 조언에 가깝다. 그러나 이해하기 쉽게 사례 위주로 풀어져 있고, 대상이 꼭 사용자가 아니라도 우리가 만나고 대화하는 모든 상황에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게 느껴졌다. 제목은 UX 디자이너의 글쓰기지만 업무 중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직무에 상관없이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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