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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소M Mar 05. 2024

1914년 11월 5일 격전 전 고요한 어느 날

1914년 11월 5일

사랑하는 아내에게, 

  어제 장모님의 엽서를 받았소. 당신이 오스트르보스크 농장을 떠났다고 알려줬고, 모두가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도 알려주었소. 메 숙모님께 편지를 쓰겠소. 숙모를 잊은 것은 아니지만 정확한 주소가 기억나지 않았는데 당신이 내게 보내 주었으니 이제 편지를 쓰겠으니, 걱정 마시오. 다른 숙모님들께도 엽서를 보낼 테니 주소를 주시오. 당신이 보낸 소포 속에서 손으로 짠 듯한 매우 따뜻하고 좋은 양말을 보았소. 내 생각에는 메 숙모의 솜씨 같소. 어머니께 종이에 싼 옷을 소포를 받았다고 전해주오. 보내준 옷들은 날씨가 더 추워질 때까지 아껴두려 하오. 아직은 비교적 따뜻하니 말이오. 

 우리 부대는 참호로 다시 돌아왔소. 나쁘지 않소. 지금 지붕 공사를 하고 있는데 매우 섬세한 작업이오. 계속 같은 참호에서 더 머무른다면, 공사를 확실히 끝마칠 수 있을 것이오. 나는 통신병과 하사 3명과 함께 있소. 매우 친근한 동료들로, 하나는 오베르로 샤르트르 경시청의 고문이오. 커다란 눈에 수염을 기른 남자로 안경을 쓰오. 산만하지만 영리한 타입으로 상반되는 장단점이 섞인 사람이오. 다른 하나는 다른 이의 약간 작은 버전 이오. 작다는 건 키를 말하는 거로 조금 더 작고 더 여성스러운 느낌이오. 정신적인 것만큼이나 신체적으로 말이오. 그도 마찬가지로 훌륭한 사람이오. 보통 사냥을 나갔을 때, 보다 작은 사람이 하는 역할과 마찬가지로 통신병으로써 그의 몫도 같소. 그의 이름은 멍떵이오. 천으로 된 장갑 제작자로 봉막셰 백화점에서 관리자로 있소. 마지막은 파뤼라고 하며, 쿠르브부아에서 회계사무소를 운영하오. 조용하고 부드러운 이로 관리를 아주 잘하오. 그가 적절한 때에 불을 지피고 우리 참호 안쪽이 살만해지도록 특별히 관리하고 있소. 참호의 집사인 셈이오. 이렇게 우리 넷은 매우 잘 지내고 있소. 휴식처인 농장에서는 대령 소속 통신병 장교 2명과 함께 쉬는데, 한 명의 이름은 코렛으로 저번에 내 편지를 대신 써 주었던 이로 매우 착하고 똑똑하며 유쾌하고 잘 교육받았으며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젊은이오. 뒷면에 연필로 우리가 휴식을 취하는 농장에 대해 보충하겠소. 

 사랑하는 아내, 혹시 사슴가죽 장갑이 있는지 찾아서 다음 소포에 넣어줄 수 있겠소?  또 어머니께 종종 소금 넣은 버터를 보내 줄 수 있는지 물어봐줬으면 좋겠소. 그게 있다면 무척 좋을 것 같소. 버터 지방은 요리에 도움이 되며 적당한 즐거움도 줄 것이오. 고기잼을 보내주셔도 마찬가지로 좋을 것 같소. 

 8월 21일 에코 Echo 신문에서 피카로 신문 지면에 10월 10일과 17일에 실린 1600년 경에 번역된 예언서를 읽었소. 당신도 알고 있다면 이 유명한 예언을 조금 더 자세히 내게 보내줄 수 있겠소? 지트에게 사본을 요청해서 묶어서 내게 보내주오. 

 사랑하는 내 아내여, 나를 대신해 우리 가족들을 꼭 껴안아주길 부탁하오. 우리 딸 바베트에게 뽀뽀를 부탁하오. 

 당신에게는 천 번의 열정적인 키스를 보내며 내 모든 사랑과 전심을 다해 당신을 꼭 껴안아 주오. 

당신의 자크



1914년 11월 7일

사랑하는 아내에게, 

  어제는 하루종일 너무 바빠서 편지를 쓸 수 없었소. 우리 참호를 더 넓히고 확장시키느라 바빴소. 나는 굴착, 석공, 지붕 설치, 지붕 수리를 했고, 그중에서 지붕 수리가 특히 맘에 들었소. 오늘 편지에는 우리 참호 그림을 첨부했소. 참호 한 편은 소령이 차지했고 다른 한쪽은 통신을 위한 곳, 나머지가 우리 공간이오. 어제 했던 수리는 입구 쪽 터널을 확장해서 작은 방 같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소. 거기에서 우리는 불주위로 모두 둘러앉을 수 있을 수 있었소. 그리고 참호 개축을 축하하며 핫초코를 만들려 했소. 그러나 망쳤소. 동료하나가 우유 한 리터를 구해다 주어서 그 순간은 최고였지. 그러나 요리를 시작했을 때, 악마 같은 우유가 응고되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소. 요리 담당은 그의 수염처럼 우유도 어떻게 할 수 없으니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우유대신 물을 넣기로 했소. 요리는 전쟁과 같은 전쟁이었소. 왜냐면 물을 데우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독일 놈들의 머릿속에 어제 우리 수비대가 빼앗은 참호를 되찾고 싶다는 생각도 들끓었던 것 같으니 말이오. 우리는 다시 무장을 하고 나가서 전투 준비해야 했소. 다행히 아주 짧은 교전이었고, 독일 놈들은 손실과 소음을 남긴 채 쫓겨났지만, 코코아를 다시 데우기에 나무가 축축해져 버렸소. 사냥개에 쫓기는 여우처럼 급하게 불을 피워야 하는 불쾌한 작업이었지만, 모든 것은 잘 되어서 우리는 물로 만든 완벽한 핫초코를 마실 수 있었소. 

 오늘은 매우 고요하며, 오늘 저녁에는 휴식처인 농장으로 돌아가오. 그게 우리는 불유쾌하게 하오. 

 어머니께 내가 초콜릿과 잼, 장갑, 양말 등이 들어있는 작은 소포를 받았다고 전해주오. 램프는 유용하오. 다만 건전지를 자주, 정말 자주 보내주어야 하오. 전지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소. 어머니께 보내주신 파테가 무척 맛있었다고도 전해주오. 

 나는 잘 지내고 있소. 

 어머니와 우리 딸 바베트, 그리고 모든 가족들을 나를 대신해서 꼭 껴안아주오. 

 내 사랑하는 아내, 내 사랑을 믿어주오. 당신을 전심을 다해 감싸 안으며, 

당신의 자크



1914년 11월 6~7일

  내 사랑 기억하시나요? 오늘은 일 년 전 제가 임신한 거 아니냐고 묻던 그날이에요. 임신을 고민하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니. 그 속에 살고 싶어요. 어제는 당신에게 편지를 쓰지 못했어요. 쓰기 싫었던 게 아니라, 당신에게 보낼 소포를 꾸리느라 시간이 없었어요. 카카오 한 상자와 철제 상자를 넣었어요. 상자 속에는 꼬냑, 커피 분말, 연필, 멘톨-바셀린 튜브, 안티피린, 아스피린을 넣었어요. 오늘은 추가로 아벨 에르멍의 책과 케이스에 들어있는 칫솔, 알루미늄 식기, 비누 한 상자, 설탕 조금, 성냥이 들어있는 상자, 휴지를 꾸려 넣어요. 또 요청하신 파우치 주머니를 만들기 위해 방수 천도 샀어요. 내 사랑 당신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어제 당신이 제게 보낸 편지 두 통과 시어머니와 앙드레 시숙, 루이즈 시누이에게 보낸 편지도 받았어요. 당신의 요청 리스트대로 채워서 곧 보내드릴게요. 오늘 꾸러미 속 초콜릿은 특별한 거예요. 2~3 조각으로도 충분히 요기를 때우거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해요. 제가 맛보기론 좋았는데, 당신 맘에도 든다면, 다음에 다시 보내드릴게요. 어머니께서 모스크바식 조끼가 필요하냐고 물으셨는데, 양가죽으로 만들어서 엄청나게 따뜻하지만 너무 따뜻하고 무거워서 보병직에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매우 사랑하는 내 남편, 당신이 참호에 그럭저럭 적응했다고 하니 다행이에요. 목이 아프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당신 동료 이름들도 알려줘요. 제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앙드레 막내시숙은 목요일 저녁에 에브뢰에서 돌아왔고, 22소대에 확정 배치되었어요. 온 가족을 위해 기쁜 일이지만 조금은 속상해요. 이런 행운이 안쓰러운 남편과 아내를 두고 독신인 시숙에게 생기다니요. 듣기로는 전쟁이 내년 7월까지 지속될 거래요. 독일 신문과 스위스 신문에서는 프랑스에 콜레라가 창궐했다고 했어요. 예방차원에서 독일군은 본국으로 돌아갈 거래요. 아니, 이런 사태를 이끄는 게 우리였던가요? 앙드레 막내 시숙은 어떻게 위험에서 탈출했는지에 대해 말해주지 않아요. 모두 시숙이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 궁금해하는데도 말이죠. 계속 칼을 갈다가 결혼식날 아내에게는 비밀을 알려주겠죠. 그걸 제외하면 막내 시숙은 무척 친절해요. 옷깃에 달던 계급장 하나를 제게 선물로 주셨는데, 전 그걸 제 전쟁 기념 컬렉션에 넣을 거예요. 

 열정적으로 당신을 감싸 안으며 당신 팔에 당신 품에 파묻혀셔 편지를 마무리하고 싶어요. 대체 언제쯤이면 진짜 당신과 닿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요? 당신의 푸른 실핏줄에 키스하며, 그곳에는 나 이외에 누구도 키스하지 않을 거라 확신하며. 여전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마리-조세프

저는 항상 불쌍한 우리 딸 바베트의 키스를 잊어버려요. 우리 딸은 자신을 사랑하는 아빠를 무척 사랑하고 당신과 너무도 닮았기에 저도 온 맘을 다해 우리 딸을 사랑해요. 


1914년 8월 21일 신문, 온통 전쟁 관련 소식입니다. 자크는 2달 전 신문을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자크가 말하는 기사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1914년 참호 @www.museedelagrandeguer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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