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구소M Mar 08. 2024

1915년 1월 1일


1915년 1월 1일

내 사랑하는 아내에게,

  당신에게 멀리 있어 쓸쓸한 명절이 또 지나가오.

이게 우리가 떨어져 보내는 마지막 축일이길 바라며, 신의 은총으로 다음 부활절 명절, 빠끄에는 함께 하기를 바라오.

 내가 보낸 작은 사진을 받았소? 꼬리가 사진기를 받았소. 내가 당신에게 보낸 사진들이 잘 갔다면 당신도 이제 우리가 겪는 불행이 느껴질 것이오.

 새로운 소식은 없고, 포탄과 전쟁의 음모가 있을 뿐, 우리 삶은 절망적일 정도로 단조롭소.

 나는 늘 그렇듯이 건강하오. 원정지의 삶은 처음 몇 달보다는 덜 힘드오. 우리 참호는 이제는 썩 편안하며, 내가 받은 작은 소포들로 식사도 훌륭해졌소.

 전반적인 삶의 질은 매우 더럽소. 우리가 생활하는 곳은 위생과 청결이 부족하오.

 나를 위해 어머니와 동생들을 안아주오. 미미와 귀여운 조카들도 안아주오. 내 가장 큰 사랑은 우리 귀여운 딸 바베트, 이제는 다 자란 소녀일 것이 분명한 우리 딸에게 보내오. 그리고 당신, 사랑하는 내 아내에게는 가장 큰 사랑과 가장 열렬한 키스를 보내오.

당신의 자크로부터



1915년 1월 1일

사랑하는 남편에게,

  새해가 왔어요. 작년처럼 부드러운 키스로 시작할 수 없는 새해네요. 1915년은 1914년보다 나쁘게 시작했지만 더 좋게 끝나길 바래요. 우리는 곧 다시 만날 것이고 더 이상 헤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사랑하는 당신도 그걸 원한다는 걸 저는 알고 있어요. 연말에 바란 제 소망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어요. 저는 당신이 곧 돌아와서 이토록 깊은 사랑을 함께 누리기를 바래요. 우리 둘이 완전히 늙을 때까지 함께하고, 또 함께 죽음을 맞을 수 있길 바래요. 시련으로 보이는 어떤 고통도 겪지 않으면서 그리고 아주 많은 아이들을 갖길. 그리고 지금 당신은 좋은 군인이길 또 좋은 크리스트교인이길 바래요.

 사랑하는 자기, 우리 딸은 점점 더 당신을 닮아가요. 불행히도 아빠처럼 피부가 곱고 부드럽고 매끄러워요. 우리 딸의 미래 남편에게는 행운이지만, 엄마에게는 속상한 일이네요. 불쾌한 벼룩이 아가를 물었어요. 물린 자국은 완전히 당신피부같아요. 살에 물집이 생겨요. 또 저녁에 잠을 깊게 자라고 지난 이틀 동안 19시부터 7시까지 아무것도 못 먹게 버릇을 들이고 있어요. 약간 투덜 댔지만 이제는 괜찮아졌어요.

 오늘로 당신이 떠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어요. 돌아오는 게 늦지 앉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딸이 밤에 우리를 괴롭히지 않게 습관을 들이고 있어요. 이제 우리는 아이를 돌보는 대신 다른 걸 할 수 있을 거예요. 검열관이 제 편지를 너무 이상하게 여길까 봐 두려워요. 군대의 규율은 아는 게 없지만, 검열관이라도 당신에게 제 사랑을 이야기하는데는 관심이 없겠죠. 그리고 우리는 결혼했잖아요. 이건 모든 것에 대한 변론이죠.

 당신을 못 본 지 5개월이 됐어요. 내 사랑, 제가 고통으로 아프지 않았다는 게 놀라워요. 당신이 저를 무척 사랑한다고 말하는 걸 듣길 기다리기가 힘들어요. 신이 제게서 박탈하시누것에 보상을 주실거라 되내기며 인내심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곧 다시 봐요. 사랑하는 내 남편, 사랑하는 꼬꼬씨, 나만의 냥냥씨, 당신을 그 무엇보다 사랑해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당신을 꼭 껴안아주며, 우리 딸 바베트의 부드러운 키스를 보내며,

마리-조세프





1915년 1월

  1914년의 격전 이후의 서부전선은 소강상태에 들어서는 것으로 보입니다.

크고 작은 충돌은 있으나, 대규모 군사작전 및 이동이 없기 때문에, 전선의 자크도 명령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제 전장은 아프리카와 러시아로 갑니다. 그렇다고 서부전선의 시간이 멈춘 것은 아니기에 병사들은 무한히 대기하며 긴장을 유지하고 있습입니다.

 1914년 독일군과 영국-프랑스 군의 크리스마스 휴전(trêve) 에피소드는 꽤 알려진 이야기로 실제 반전에 영향을 미쳤을까 궁금했는데, 자크가 있던 전선에서는 거론도 없이 넘어갑니다. 이후 마리-조세프의 편지에 짤막한 단어로 등장하는 걸로 보아서 여느 떠도는 미신이나 풍문처럼 알고는 있으나, 전체 역사의 맥락에서 하나의 이벤트였을 뿐 흐름을 바꿔놓을 만한 사건은 아니었던 걸로 보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914년 연말에 대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