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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소M Mar 07. 2024

1914년 연말에 대해

엘리자베스의 노트

  전쟁이 일어난 첫해는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이모들은 시댁인 베진가 소유의 오스트르보스크 농장으로 거주지를 완전히 옮겼고, 외할머니는 진외갓집인 뻥땅과 비어있는 파리 외갓집을 오갔습니다. 할머니는 파리 살림집을 두고, 파리 근교 도시인 팔레소에 있는 본가에 근거지를 삼았습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건강이 안 좋은 루이즈 첫째 고모가 거기로 아예 옮겨갔고, 대학에 있는 기트고모와 앙드레 막내삼촌은 파리 할머니댁에 남습니다. 


 전쟁에 소집된 가족들은 이랬습니다. 

1914년 8월 소집 얼마 뒤, 앙드레 막내 삼촌은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후방부대로 발령받습니다. 큰아버지인 쟝도 부상을 당해 이송되고, 상태가 나아지자 큰 숙모 가족이 있는 몽펠리에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숙모 가족들은 의학계열 종사자가 많아서 가족들과 함께 있을 수 있으니 다들 안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펠릭스 큰이모부는 독일어와 영어를 잘하셨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 돌아다니며 습득하셨다고 하는데, 그 덕에 통역병으로 영국부대에 소속되어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피에르 막내이모부는 비어있는 농장 일손을 채우기 위해 군역을 면제받기 위해 애쓰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버지, 자크만 전장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샤르트르에 근거지를 둔 302부대로 편성되었기에 소집직후 전방으로 보내졌고, 만나기는커녕 소식조차 알지 못하고 1914년 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전쟁은 금방 끝날 거라는 예상과 달리 길어졌습니다. 우리 가족은 거의 일 년간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파리 우리 집은 버려둔 채로, 외가 식구들이 있는 오스트르보스크 농장과 할머니댁인 파리 그리고 팔레소를 오가며 지냈습니다. 제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맞는 연말은 양쪽을 오가며 보내야 했습니다. 

 


자크와 마리-조세프 결혼식 사진, 사진 속 아이들은 친척들
엘리자베스와 외사촌, 키키(앙드레, 마들렌-펠릭스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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