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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 Feb 28. 2017

이 시대의 미생들이여

회사가 싫어서 by 너구리

오늘도 회사 가는 날이네, 하며 눈을 떴다. 주말은 그리도 빨리 지나가면서 주중은 왜 이리도 긴지...

파트타임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풀타임 정규직이라고 하기도 뭐했던 첫 직장에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로 이직한 지 이제 어언 4년째. 긴장 쫙 타고 일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매일매일 비슷한 업무에 권태기라도 온 건지 회사 가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하고 있는 일과는 다른 분야의 공부를 일과 병행하며 하고 있기에, 또 그 공부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것이기에, 지금의 일이 더 밉게 보일 수도 있겠다.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백번 이해한다만, 그래도 가끔은 불쑥불쑥 지금 이 시간에 더 가치 있고 더 의미 있는 일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 여기서 왜 이렇게 썩고 있는 거야, 하는 생각들이 들 때면 금방이라도 상사에게 굿바이를 외치고 싶지만, 워워, 돈이 뭐라고 날 붙잡는지.


이런 생각, 나만 하는 거 아닐 거야 하는 찰나, 이 책을 만났다.





회사가 얼마나 싫었으면 제목부터가 <회사가 싫어서>일까. 

이 책은 사실 독립출판물로 시작했는데, 폭발적인 인기로 이번에 정식 출간이 되었다. 이것부터가 심상치 않군, 그래.


스트레스와 만성피로를 묵묵히 겪어내며, 한 달에 한 번 있는 월급만을 기다리며 직장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두 번의 입사와 두 번의 퇴사를 겪으며 나는 당시의 기억과 기분을 틈틈이 노트에 적었고, 그 글을 엮어 <회사가 싫어서>라는 제목의 독립 출판물을 만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지난 시간들이 책이 된 것도 좋았지만 그 책이 내 발길이 닿지 못한 곳까지 가서 사람들과 함께 웃고 서로 위로를 주고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실로 멋진 일이었다. 그리고 그 뜨거운 반응 덕에 <회사가 싫어서>는 이렇게 정식 출간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밥벌이의 시간을 기록한 이 글이 나에게, 어디선가 나와 같은 시간을 버텨내고 있을 당신에게 찰나의 위로가 되길 바란다.


예전에는 회사를 떠나 여행을 간다던지 하는 종류의 책이 많았다면, 이제는 트렌드가 바뀐 탓일까,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책들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하상욱 시인의 시라던지, 약치기의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같이 회사에 대한 불만이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인기가 있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이다. 


회사원들 모두 공감할만한 소재를 재미나게 풀어낸 짧은 글에 삽화가 곁들여진 책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아주 쉽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상사에 대한 불만이나 회사원으로써 느끼는 회의감이나 불안감 등 사회생활을 해봤거나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법한 생각들을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학생 때나 취업준비생 때는 취업이 그리도 간절했었다. 회사에 취직해서 돈 버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렇게 사원증을 목에 걸고 점심시간에 손에 커피 한 잔 들고 거리를 걷는 직장인들이 부러웠는데. 이제는 이직과 퇴사가 꿈이 되어버렸다니. 이게 웬 아이러니한 상황인지. 


나는 아무래도 미국에 살고 있기도 하고 또 한국 사람은 한 명도 없는 미국 회사에 다니고 있기에 이 책에 나오듯이 야근, 회식, 주말에도 일을 하는 업무 시스템 같은 건 경험해보지 못했다. 축복이라고 해야 할까. 한국의 회사 문화와는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다.  그만둘까, 그만둬야겠다, 그만두면 뭐라도 되겠지 하다가도 월급날이 돌아오면, 그래 몇 달만 더 모으면 더 낫지 않겠나, 하며 노예처럼 다시 일하는 나. 예전 직장의 사장님은 아이들 전학 수속이며 자신의 신호위반 티켓 수습이며 회사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일들을 시키고는 하셨는데, 그때마다 그만둬야지 하면서도 용기 내지 못했던 나. 어딜 가나 싫은 사람은 꼭 존재하기 마련이라고들 하지만, 저 직원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냐, 마음속으로만 복수하는 나. 


그동안 말로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을 나 대신 표현해주며 소심한 복수를 날려주는 한 잔의 사이다같은 책이었다. 나만 그런 거 아니구나, 다들 그렇구나, 다들 그렇게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위안과 안심이 되었다. 


그래, 내 마음에 쏙 드는 완벽한 회사는 당연히 없겠지. 어딜 가나 그 안은 크고 작은 드라마들로 가득할 것이고, 싫은 사람도 꼭 있지만, 그래도 한 살이라도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두는 게 더 낫지 않겠냐,라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책. 아직 용기가 부족하다면 이 책을 읽고 대리만족을 느껴보시길 권해드린다.




p.s. 각자 싼 똥은 각자 치웁시다, 제발.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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