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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제이비 Jan 09. 2020

회사를 다니면 하게 되는 백해무익한 생각들

회사에서 나는 몇등일까?

                                                                                                                                                                                                                                                                                                 회사에서 나는 몇 등일까?


후배와 밥을 먹으며, 회사와 프로젝트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런데 후배가 대뜸 이상한 고백을 하는거에요.


"저는 이 회사에서 꼴등인  같아요. 다들 학벌도 집안도 다들 너무 좋고, 일 잘하는 사람 천지고 저는 꼴등이에요"


이 말을 듣고 금수저도 명문대도 아닌 저도, 대리 시절에 느꼈던 마음이라, 너무 이해가 되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당시 스스로를 너무 괴롭혔던 생각이라 후배의 생각을 바꿔주고 싶었습니다.


"생각해봐! 그 잘난 사람들 우리 회사 입사를 위해, 학교 재수 삼수해서 명문대가고 해외대까지갔잖아?


그 부모님이 그 교육에 쏟은 돈과 기대는 얼마겠으며, 그들이 한 노력이나 고생은 얼마겠어.


근데 너 잠 잘거 다자고, 놀거 다 놀았는데,

같은 회사에 있잖아.


내가 보기엔 너가 승리자인데?"


나의 위치에 아무 관심도 없는 그 잘난 직원들을 굳이 꺼내서, 잘난 순으로 줄세우고,  본인을 굳이 또 꼴등에 가져다 놓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자기 자신을 하찮게 만들 필요가 없잖아요.


게다가 지금 당장 부모님 재산을 바꿀수도 없고, 다시 과거로 가서 내 학벌을 바꿀수도 없는 노릇이니, 마인드를 바꾸는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과거의 나쁜 스펙 속에서도
잘난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나는 대단하다!

..........


는 주류일까 비주류일까?  


좋게 대화가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후배가 던진 또하나의 화두. "주류와 비주류"


저는  전자회사의 가전제품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옆팀은 스마트폰이고요. 아무래도 스마트폰 담당팀은 예산이 어마무시하게 큰 프로젝트다보니 늘 관심을 받지요.


"선배, 스마트폰 마케팅하는 팀은 정말 멋있는거 같아요. 우리 같은 비주류 같은 사람이 있으니까, 주류가 있는거겠죠?


응?


순간 너무 당황해서 머릿속에 수백가지의 생각이 스켜지나갔습니다.


'응? 우리가 비주류라서 저들을 빛내주고 있다고?'


'내 인생의 주류는 난데,

왜 나는 이 아이에게 '비주류'가 되어있는가? '


'큰 프로젝트 담당자는 주류고, 나머지는 비주류인가?'


후배에게 제대로 된  대답도 못하고 일단 허둥지둥 이렇게 대답을 하고나서 저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지금 너 스스로 가전을 담당하기 때문에 비주류라고 말한다면, 지금 너의 이 발언으로 너 뿐아니라 지금 너가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를 비주류로 만든거야 "


잠깐 멈춰 생각하게 됐어요.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프로젝트가 누군가에게는 '비주류'의 사람으로 분류될 수 있구나'


멘탈이 많이 단단해 졌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비주류'의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은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주류가 되면 뭐가 좋은 거지?


생각해보니, '내가 큰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이 자부심 말고는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돈을 100만원이라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일단. '프로젝트 자체가 주류일 수도 있고, 비 주류일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이 주류거나, 작은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이 비주류가 되는건 절대 아니다' 라고요.


잠깐, 현타가 와서 열심히 생각을 하긴 했는데요,


가뜩이나 살기 힘들고, 또 미래를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회사 안에서 내 위치가 어디쯤인지 1등인지 꼴등인지, 내가 주류인지 비주류인지까지 생각하고 있는 게, 이래 저래 백해 무익하다고 생각이 드는 퇴근길입니다.   


주류와 비주류는 알콜과 무알콜로 나눌때 쓰는 말로 놔 둘 것!


                                       





Photo by Soras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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