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결국 12. 배달 냉면
삶은결국의식주일뿐이다
삶은결국 12. 배달 냉면
기온이 20도 가까이 올라갔다. 배달 냉면을 시켜놓고 아기랑 짝이랑 나갈 채비를 했다. 십 분 정도 짧은 산책을 해 볼 작정이었다. 아기가 태어난 후 첫 외출이라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아기 몸을 싸매 유아차에 앉혔다. 자연히 유아차도 첫 발을 내딛게 됐다. 거리에서 유아차를 밀어보니 울퉁불퉁한 아스팔트의 질감이 잘 느껴졌다. 길의 모양새가 피부에 닿는 것처럼 생경했다. 마치 손을 바닥에 대고 걷는 것 같았다. 우리는 천천히 턱이 없는 길로만 다니며 나무와 하늘을 바라봤다. 벌써 매화꽃과 산수유 꽃이 기지개를 피고 있었다. 아기는 그새 편안히 잠들었다.
아가야, 오늘 첫 산책을 했어. 밖은 어땠어? 꽃이 피고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니 우리 아가의 봄은 어떨지 상상하게 됐어. 좋은 것만 보고 따뜻함만 느꼈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더라. 그러나 계절이 돌고 돌아 다시 겨울이 올 테니 너에게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기도 했어. 엄마 아빠는 오늘 냉면을 시켜먹었어. 답답하고 무거운 공기를 산뜻하게 날려버릴 좋은 음식이었어. 비록 엄마는 목구멍이 부어서 뜨거운 꿀물을 마셔야 했지만. 사람은 어느새 추위를 잊고 시원함을 찾아. 그렇게 우리는 계절마다 탈피를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