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결국 13. 크림 브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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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결국 13. 크림 브륄레
영화 리틀포레스트에서 혜원은 엄마와 함께 먹던 크림 브륄레를 떠올린다. 그는 크림 브륄레를 직접 만들어 자신에게 한껏 삐친 친구에게 가져다준다. 친구는 영롱한 크림 브륄레에 감격해 지난 일은 다 잊었다는 듯 맛있게 먹는다. 크림 브륄레는 크림 커스터드 위 얇은 설탕결정을 티스푼으로 탓탓 두드려 깨 먹는 달콤한 디저트다. 작년 이웃 동네에 크림 브륄레 맛집이 생겼다는 얘길 듣고 찾아갔는데 그 날 따라 전부 소진돼서 맛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나한텐 상상의 디저트나 다름없다. 상상 속의 그대. 부드럽고 눅진한 크림이 위장을 사정없이 해칠 것만 같아도, 한 번 손에 들면 멈출 수 없을 것 같은 그대.
리스본에 가기 전에, 현지에서 먹는 에그타르트가 얼마나 맛있을지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오리지널은 다르다며 블로그마다 극찬이 써져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포르투갈 여행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에그타르트를 사 먹게 된다. 어떤 날은 하루에 세 번도 더 먹었다. 상상이 현실이 되어 더 만족스러운 경우는 음식뿐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만 나이테가 굵어지듯 삶의 연차가 쌓이면서 새로운 음식이 줄어드는 게 아쉬울 뿐이다. 그래서 크림 브륄레에 대한 갈증이 있어도, 조금만 더 나중에, 조금만 더 있다가, 하면서 맛보는 걸 미루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