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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 Feb 22. 2021

삶은결국 13. 크림 브륄레

삶은결국의식주일뿐이다

삶은결국 13. 크림 브륄레



영화 리틀포레스트에서 혜원은 엄마와 함께 먹던 크림 브륄레를 떠올린다. 그는 크림 브륄레를 직접 만들어 자신에게 한껏 삐친 친구에게 가져다준다. 친구는 영롱한 크림 브륄레에 감격해 지난 일은 다 잊었다는 듯 맛있게 먹는다. 크림 브륄레는 크림 커스터드 위 얇은 설탕결정을 티스푼으로 탓탓 두드려 깨 먹는 달콤한 디저트다. 작년 이웃 동네에 크림 브륄레 맛집이 생겼다는 얘길 듣고 찾아갔는데 그 날 따라 전부 소진돼서 맛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나한텐 상상의 디저트나 다름없다. 상상 속의 그대. 부드럽고 눅진한 크림이 위장을 사정없이 해칠 것만 같아도, 한 번 손에 들면 멈출 수 없을 것 같은 그대.

리스본에 가기 전에, 현지에서 먹는 에그타르트가 얼마나 맛있을지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오리지널은 다르다며 블로그마다 극찬이 써져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포르투갈 여행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에그타르트를 사 먹게 된다. 어떤 날은 하루에 세 번도 더 먹었다. 상상이 현실이 되어 더 만족스러운 경우는 음식뿐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만 나이테가 굵어지듯 삶의 연차가 쌓이면서 새로운 음식이 줄어드는 게 아쉬울 뿐이다. 그래서 크림 브륄레에 대한 갈증이 있어도, 조금만 더 나중에, 조금만 더 있다가, 하면서 맛보는 걸 미루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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