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편지를 한 통 받았다.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도 하는 시대에 종이편지는 귀하다. 종이와 펜을 구하는 일을 좋아하는 이 친구는 중학생 때 만난 오랜 친구다. 그는 아직도 특별한 날이면 편지를 써서 택배에 넣어 보냈다. 아이 옷, 내 옷, 귀여운 소품들이 편지와 함께 가지런히 도착한 날. 편지에 자신의 일상을 간단히 이야기하고 나한테 알고 싶은 것들이 잔뜩 적혀 있었다. 물음표와 느낌표를 오가는 문장들을 지나서 작은 하트가 끝을 맺었다. 나는 그 편지로 친구의 마음을 포착하는 한편 내 마음도 여러 색으로 물드는 걸 느낀다. 편지는 발신인에서 수신인으로 하나의 방향으로만 소통하는 것 같지만 편지를 받은 사람이 속으로 대답하는 것까지를 생각한다면 편지는 대화의 한 형태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야기의 가장 결정적인 부분을 편지로 말하는 소설이 있다. 수신인이 마치 독자인 것 같아서 궁금했던 점이 해소되는 동시에 수신인과 마찬가지로 먹먹한 마음을 가진다.
“자기 마음을 파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간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는 이 작품을 권한다.”
나쓰메 소세키가 본인의 장편소설 “마음”을 두고 쓴 문장이다. “마음”의 원제는 こころ. 한자 마음 심을 히라가나로 읽은 것이다. 마음은 때론 선명히 드러나기도 하지만 보통은 피부 밑에 감추어져 있다. 그러니 마음의 움직임은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왜 어떤 마음은 분명히 파악하고 싶은가. 파악해야만 하는가. 작가는 이 마음을 짚고 넘어가고 싶었나 보다.
주인공 ‘나’는 휴양지에서 우연히 ‘선생님’을 알게 된다. ‘선생님’과의 인연은 생활하고 있는 도쿄에서까지 이어지며 계속된다. ‘나’는 ‘선생님’을 더 알고 싶다. 그들이 교류하는 사이, ‘선생님’의 의뭉스러웠던 과거를 조금씩 듣게 되고, 결국 ‘선생님’의 가장 내밀한 면을 담은 마지막 편지를 끝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소설 내부의 호흡은 여러 갈래로 나뉘다가 하나의 갈래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는 변주가 있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선생님의 유서’는 앞선 ‘나’의 이야기보다 조금 더 흥미진진한 쪽이다. 작가가 철저히 ‘선생님’의 이야기를 토대로 소설 “마음”을 써나갔기 때문이다. “마음”은 1910년대 일본 도쿄가 배경이다. 일본은 활황기였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찼다. “마음”속 인물들은 시대배경에 따라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생활과는 다르게 마음은 조각조각 나 있다. 조각난 마음은 봉합이 될까? 마음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 백 년도 더 전에 나 선생이 고민한 생각들을 책으로 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