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책을 제대로 고른 느낌이다.
12월에 나온 신간임에도 복수의 추천을 받아서, 망설임없이 읽어 나가기 시작했는데,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책이었다.
기업을 운영하는 방향성과 철학의 문제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그 철학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론은 달라야 한다. 기존의 많은 경영서적들은 대기업을 위한 방법론은 많이 제공해주고 있지만, 인원이 적은 중소기업에 적용할 만한 방법론은 별로 없었다. 인원이 적게 되면 조금 더 단순한 툴을 적용할 수 밖에 없을 텐데, 어느 부분을 어느 정도로 단순화시켜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책은 풍부한 사례와 함께 그런 다양한 툴을 체계적으로 제공해 주고 있다.
저자는 가인지캠퍼스의 김경민 대표로 직원 100명 이하의 중소기업을 위한 컨설팅과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의 대표이시다. 18년간 1,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면서 고민하고 쌓아온 내용들을 이 책으로 풀어내신 것 같다.
이 책은 대상으로 하는 독자와 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한 책이다. 대상으로 하는 독자는 직원 100명 이하의 중소기업 경영자, 전략, 조직, 인사 담당자이고, 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대기업과 달라야 하는 경영 전략 툴이다. 다루고 있는 분야는 기업문화, 인사관리, 조직행동 분야이고 여기에 마케팅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들어있다. 마케팅에 대해서는 아주 조금 다루고 있고, 생산관리, 품질관리, 회계, 재무관리 등의 분야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은데 후속작이 나올 것인지 궁금하다.
가인지경영은 가치경영, 인재경영, 지식경영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저자는 전체 경영 방법론의 체계를 이 세 가지를 축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다. 가치 경영은 기업이 가진 사명과 비젼, 핵심가치를 찾아서 전 조직 구성원들이 이를 공유하고 일관된 방향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체계와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재경영을 통해서는 직원을 관리의 대상이 아닌 관계를 맺고 섬겨야 하는 대상으로 설정하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지식경영은 기업 성장의 필수조건인 지식을 조직내에서 쌓아가고 적용해 가기 위해 학습조직과 혁신지향 조직을 만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유일한 존재 목적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것(경영의 실제)"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의견, "이제 기업은 제품의 생산과 고객만족 활동을 넘어서 공동체와 사회에 공헌하는 영적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마켓4.0)."는 필립 코틀러의 의견, 그리고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에 따라 기업의 인사관리의 목적은 직원의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는 독자만이 책의 내용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존재목적이 이윤의 추구라고 생각하고, 직원은 회사의 주체가 아닌 관리감독의 대상, 당근과 채찍을 통해 동기부여를 해야만 하는 객체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의 내용이 전혀 와닿지 않을 것이고 재미도 없을 것이다. 이 전제에 대해 치밀하게 논박하고 있지도 않아서, 이 책을 읽으시려면 기본적인 전제부터 고민을 해보시던지 아니면 최소한 반대되는 의견에 한 번 귀를 기울여보겠다는 진지한 마음가짐이라도 갖기를 권한다.
나는 다행스럽게 전자의 생각을 갖고 있고, 그래서 이 책에서 제안하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로부터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옆에 두고 틈틈이 참고하면서 올해 1년은 이 책에서 제안하는 방법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저자의 회사와 본인의 사명을 기독경영의 실천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얘기하는 사명, 핵심가치 등을 기독교적 가치, 예수님의 사랑으로 많이 설명하고 있다. 혹시나 이런 것이 거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현대 경영의 목적을 사회적인 가치의 실현이라고 생각한다면, 저자가 얘기하는 사명과 핵심가치를 사회적 가치, 인류 공통의 보편적 가치 등으로 치환해서 생각하면 책을 읽고 적용하는게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