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다반사 Oct 14. 2019

모든 게 끝났다 생각했을 때, 누군가가 당신 곁에 있길

버티고(Vertigo, 2018)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서영(천우희) 그리고 관우(정재광)는 그들 각자의 삶을 버티기 위해 붙잡고 있는 의지하는 생명줄 같은 것이 있습니다. 서영에게는 그 어떤 생명줄보다 가장 두껍고, 튼튼한 진수(유태오)라는 생명줄이 있습니다. 서영은 아무리 하루가 괴롭고, 간혹 이명증세가 생기더라도 진수가 있었기에 버틸 수가 있었습니다. 그 생명줄이 점점 얇아지고, 헐거워짐을 느끼다가 어느 순간 툭 끊기는 순간이 왔을 때의 상실감은 이로 말할 수 없었겠죠.


서영은 마지막 순간 자살을 택합니다. 그녀가 붙잡고 있는 모든 생명줄이 다 끊겼으니, 더 이상 버틸 이유도, 힘도 없었겠죠. 그 순간 그녀를 붙잡는 또 하나의 생명줄, 관우가 그녀를 붙잡습니다.



삶의 끝에 서서 모든 걸 내려놓은 순간, 나타난 그 남자, 관우. 관우에게는 직업상 꼭 메야하는 물리적인 형태의 생명줄과 더불어 누나라는 정서적인 형태의 생명줄이 있습니다. 업무적으로도 하루가 위험하지만 누나의 모습을 회상하며 무력감이 가득한 관우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삶의 줄을 놓는 것은 아닐지 불안감이 생깁니다. 그럼에도 서영에게 계속 생명줄을 던지고, 마지막 순간 그것을 붙잡고 끌어올리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뭉클함이 몰려옵니다. 본인의 삶이 외줄 타기 마냥 위태로워도 누군가에게 손을 뻗는다는 게 과연 쉬운 일인가 생각해보면 관우는 참 용기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런 서영과 관우의 모습을 생각해 봤을 때,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큰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체감상 3~4분 정도의 시간 동안 영화의 장르가 드라마에서 액션으로, 액션에서 로맨스로 격변하는데,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면서 이 영화의 주제의식과도 같은 장면인 만큼 그 감동을 충분히 전하기 위해선 관객들이 그 감정선을 쫓아갈 수 있도록 여유를 주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쉽게도 그렇지 못합니다. 소위 매직 아워라 불리는 그 순간을 관객이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시간을 허락하지 않으니, 마지막의 감동이 반감될 수밖에요.


관우는 삶에 끝에 다다른 서영을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서영에게도 이제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날씨가 흐리든, 맑든, 새로운 하루는 올 것이고, 서영은 또 그 하루를 버텨야 하니까요. 서영도 누군가에게 손을 뻗을 수 있는 용기가 가득한, 그런 맑은 날이 오기를...



★★☆

매거진의 이전글 너나 나나 기생충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