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짧은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zi Oct 28. 2024

009. 생애 첫 암벽등반

자주 가는 센터에 암벽등반이 있다. 늘 줄이 길었는데 오늘은 한산해서 어쩔까 하다가 평소에도 궁금했었던 터라 한번 해보기로 했다.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다리 사이와 허리를 잇는 벨트를 조여 착용하고 하강기 줄을 벨트에 걸어 인공 암벽 앞에 섰다. 몸으로 삼각형을 만들어 올라가면 된다는, 풍문으로 들었던 지식이 떠올라서 한발 한발 디딤대를 찾아 올라갔다. 구석구석 남은 근력들을 짜내어 어느 정도 올라가기는 했는데 두려움이 갑자기 서린다. 계속 올라갈 수는 없고, 결국 떨어져야 하는데 나 스스로 힘겹게 지탱하고 있던 손을 놓는 것이, 마치 그냥 바닥으로 추락할 것만 같아 무서워졌다. 안전장치가 어떻게 작동될지 경험하지도 못했던 터라 믿을 수도 없었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되자, 드디어 손 끝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딸아이는 아래에서 '엄마! 엄마!'하고 부르고, 남편은 '놓지 않으면 안 돼!'라며 계속 내려오라는데, 힘은 계속 빠지면서도 공포에 휩쓸린 마음은 '못 해!' 하며 숨죽여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더 이상 가능하지 않았기에 나는 자포자기하며 눈을 질끈 감고 두 손을 놓아버렸다. 공중에 붕 뜬 내 몸뚱이는 천천히, 하강기 줄을 달고 낙하했다. 온 힘을 다한 등반보다 추락의 공포를 직면하며 될 대로 돼라 다 놓아버리는 것이 내겐 더 어렵고 중요한 일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008. 배움이 무색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