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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차나 Sep 29. 2021

해리포터가 아니라도“엑스펙토 패트로눔!”

Chapter 6. 싸움은 가드 올리기부터

크라브마가를 참 좋아하면서도 가기 전엔 늘 갈등이다. 갈까, 말까. 집을 나서서 발걸음을 도장으로 향하면서도 이 같은 고민은 계속된다. ‘저번처럼 힘들면 어쩌지. 잘 못 따라하면 창피한데. 왜 이렇게 안 느는 거야’ 이런 생각들이 나의 발을 무겁게 한다.


그러나 막상 가면 오길 잘했다고 여기는 일이 많은데 항상 그것보다 어려웠던 날, 따라가기 벅찼던 날의 생각이 더 생생한 법이다.


그걸 깨닫고 내가 하는 방법은 ‘가장 좋았던 날’ 떠올리기다. 가장 좋았던 날을 찾으려면 그나마 좋았던 날부터 아주 신이 났던 날까지 우열을 가리기 위해 좋았던 기억 위주로 줄 세우기가 실행된다. 이 과정에서 차르르 펼쳐지는 좋았던 기억의 목록은 날 기쁘게 한다.


힘든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걸 해서 가장 좋은 경우의 수 생각해 보기, 전에 비슷한 일을 해서 가장 좋았던 기억 떠올리기로 일을 시작한다.한 마디로 어둠의 디멘더를 물리치는 ‘엑스펙토 패트로눔’이라는 해리포터의 주문과 같다. 가장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으로 만들어진 패트로누스를 부르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폭신폭신한 추억 위에서 산다는데. 좋은 기억 떠올리기도 그런 것 아닐까. 최근 별다른 공통점이 없는 과거 친구이지만 동창과 만나면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이유도 추억 때문이다.


추억 떠올리기, 좋은 결과 떠올리기는 좋은 방어기제이기도 하다. 우울증으로 최악의 기억과 결과만 생각날 때 마치 ‘엑스펙토 패트로눔’이라며 패트로누스를 불러 들이는 해리포터처럼 가장 좋은 날을 떠올리는 일. 어둠을 먹고 사는 디멘터 같은 우울을 떨치는 것이다.


나의 패트로누스는 어떻게 생겼을까 내친김에 생각해 보기도 한다. 아마 상처를 뚫고  강해진 모습이 아닐까 상상한다.


또 한 가지, 패트로누스는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아니라 상상만으로도 불러올 수 있는 존재라는 점도 흥미롭다. 숨가쁜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는 디멘더를 물리칠 행복한 상상이 더욱 넉넉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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