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약간의 신경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저 모르겠는데… 좀 알려주시면 안 돼요?”
내가 없는 사이 바뀐 시스템을 두고 나는 진땀을 흘렸다. 옆자리 동료들도 다 그대로인데 병가를 다녀온 나를 본체만체하는 그 차가운 시선을 두고 질문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사수를 찾아가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물어봐야 했다. 정막이 흐르는 사무실, 들리는 소리라곤 질문하는 나와 나를 질책하는 사수의 목소리 뿐이었다.
자리로 돌아와 시킨 대로 해보지만 웬일인지 기사는 써지지 않고 겨우 다 쓴 기사도 전송이 안 된다.
‘아니 이게 왜 안 되지?’
버벅버벅 거리는 시스템에 서툰 손길로 계속해서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아직까지 기사 한 건도 안 낸 사람 누구야?”
저 멀리서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상사가 소리를 질렀다. 손이 덜덜 떨리는 게 실제로도 느껴져서 꿈에서 깨버렸다. 또…….
나는 일 년 째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생각하면 누군갈 고소하고 싶다고 느끼는 지난 회사에 다시 돌아가서 일 하는 꿈. 일이라도 잘하면 몰라. 항상 잘 못해서 소멸할 것처럼 쭈글쭈글 쪼그라드는 꿈이다.
어느 날은 재입사, 어느 날은 병가 후 돌아갔고, 어떨 때는 여전히 퇴사하지 못해서 그 회사에서 막막한 일을 계속하고 있다. ‘헉’하며 잠에서 깨서 꿈이란 걸 깨닫기까지 나는 괴로워한다.
하루는 정말 이 회사에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없어서 ‘내가 왜 돌아왔지? 절대로 안 돌아오기로 했잖아’ 하며 나 자신을 죽도록 미워하기도 한다.
일 년째 꿈을 꾸다 보니 나에게도 나름 요령이 생겨서 자기 전에 주문을 외우고 잔다.
‘나는 절대로 그 회사에 돌아가지 않는다.’
실제로 이렇게 잔 날 중 한 번은 다시 간 회사에서 이 회사에 있다는 것만으로 꿈이란 걸 알아채기도 했다. 그러나 눈을 떠서 꿈이란 걸 확실히 인지하기까지 무거운 눈꺼풀과 씨름을 하며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이렇게 잠에서 깨면 새벽 3시, 5시, 6시 대중없이 잠에서 깨서 거실로 나온다. 과자나 초콜릿을 있는 대로 집어 먹으며 방금 건 꿈이란 걸 인지하고 현실로 돌아오려고 애쓴다.
오늘도 비슷한 꿈을 꾸며 일어나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나는 그 회사로 돌아갈 일이 없고 만약 돌아가더라도 버벅거릴 일은 더더욱 없다. 그 회사에 있는 동안 내 몫의 일을 확실히 처리하지 않았던가. 한동안 억눌렸던 내 자아가 지난 시간까지 왜곡해 버린 것 같아 속상하다.
돌아갈 일도 없지만 돌아가도 일을 잘할 거라는 거. 얼른 나 자신이 좀 믿어주면 좋겠다.